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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도심의 생멸, 재개발이 성공할 수 없는 건 이유가 있다.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도시는 분명 살아있다. 사람들이 오고가고 에너지가 소비되고, 이산화탄소와 쓰레기를 배출하며, 많은 과정들이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조금더 세밀히 들어가서 하나의 도심이 살아 활동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행보하면 돈은 마치 피와 같이 방문객과 거주민들 사이를 오고간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돈으로 바꾸는 룰을 아주 옛날부터 만들어 사용했다. 돈은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서비스를 인간과 인간 사이에 교환으로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그로 인해 하나의 도심이 마치 동물처럼 살아 숨쉬는 것이다. 

  도심의 생멸은 어쩌면 공통의 필연적인 과정을 거친다. 대전의 은행선화동와 둔산동을 비교해가며, 대전시 도시정책의 허와 실이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은행선화동 일대는 과거 대전의 중심이었다. 도심 속의 하나의 블록인 은행동과 3동까지 설치돼 위세를 떨치던 선화동은 현재 은행선화라는 이름의 행정동만 갖게 됐다. 은행선화동 상권이 죽기 시작한 것은 둔산동 개발의 위력이 컸다. 둔산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도심의 인구가 서구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불러왔다. 한번 공동화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다. 부유층들이 떠나기 시작하고 이주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도심의 범죄율은 급상승한다. 한번 우범지대로 찍힌 도심은 다시 생하기 매우 어렵다. 고로 그 절박한 끝에 가서 지방정부는 일대를 불도저로 갈아엎고 재개발에 들어가는 것이다. 위 과정을 조금 더 세심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아랫돌 빼서 윗돌 채우는 식의 신도심 개발정책

  둔산동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대전시가 취한 정책은 구도심에 위치한 주요 시설을 이전시키는 것이었다. 과거 선화동에 위치했던 법원, 검찰청은 현재 둔산동으로 그 거처를 옮겼고, 시청 역시 그 뒤를 따라갔다. 내포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충남도청 마져 이전하게 되면 은행선화동 일대는 더욱 을씨년해질 것이다. 신도심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구도심의 옥석을 빼내 옮기는 개발정책은 필연적으로 구도심의 공동화를 불러온다. 특히 법원이나 검찰청, 시청과 같은 공공기관의 이전은 더욱 그 속도를 가속한다. 차라리 정부대전청사를 거대한 집합체가 아닌, 각 청별로 나눠 둔산동 일대에 배치했다면 어떨까. 복합청사는 그 위세만 거대할 뿐, 실제로 상권을 확장시키는 파급력이 없다. 세종시에 새로 들어서는 정부청사가 이런 모습이 아닌 것은 천만다행이다. 어찌됐건 지금의 구도심이 마치 공동묘지처럼 변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시의 잘못된 정책이다. 시가 좀더 새로운 도시개발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타 지역의 성장기반을 빼내 신도심을 세운 것 자체가 오판이다.

2. 상권 붕괴와 상류층 인구의 유출, 공동화의 시작

  공공기관의 이전은 필연적으로 거주인구의 감소를 가져온다. 그 주변에 위치한 각종 법률사무소며 회계사무소들이 공공기관을 따라 이전하게 되고 유동인구가 감소하게 된다. 유동인구의 감소는 상권의 붕괴로 이어진다. 과거 요릿집이 즐비하던 선화동 일대는 이제 몇몇 맛집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의 잘못된 도시정책은 한 사람의 심장을 떼어내 다른 사람에게 달아주는 것과 같다. 고로 하나의 생명은 생을 하겠지만, 남은 생명은 멸을 하는 것이다. 성장기반을 잃은 구도심은 급속한 공동화의 길을 걷게 된다. 땅값이 떨어지고 돈이 없는 외지인들이 들어오면서 범죄율이 상승한다.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돈이 있는 상류층들이 하나둘 집을 팔고 신도심으로 이전한다. 이전에 향유하던 모든 것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상류층은 구도심과 작별을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땅값은 바닥을 기고, 상권은 말라버렸으며 외지인들이 오고 가면서 치안은 위기에 오게 된다.

3. 망한 상권을 파고드는 곰팡이들의 습격

  현재 선화동 일대에 가장 많이 자리를 한 직종은 다단계다. 땅값이 떨어지고 임대율이 형편없어지면서 임대료가 싸지자 다단계 사무실들이 곳곳을 차지하며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불과 십여년 전 은행동에는 집창촌이 있기도 했었다. 하나의 상권이 붕괴되면서 구도심은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을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유천동의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 다단계사무실, 사기꾼사무실, 집창촌, 무당집들이 곰팡이처럼 어두운 구도심을 자리하면서 구도심 부동산의 가치는 바닥에 바닥을 긴다. 범죄율이 높아지면서 중산층 인구가 유출되기 시작한다. 중산층 인구의 유출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른데, 한번 유출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 학급 수가 감소하면서 인구유출을 가속시킬 유인을 제공한다. 낮아지는 교육수준에 어느 정도 돈이 있는 부모들은 조금 더 좋은 학군을 위해 집을 팔아 전세를, 전세를 깍아 월세에 사는 한이 있더라도 신도심에 가려한다.

4.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중산층 인구마져 유출된 상황에서 구도심에 들어올 인구는 가진 재산이 적은 독신자들이나, 혼자 사는 1인가구 들이다. 독신여성이 많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필연적으로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가 늘어난다. 여성을 상대로한 성범죄와 강도사건이 늘어나고, 도심의 밤이 점차 혼자 다니기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질 정도가 되면 이제 도심은 거주지로써의 가치가 거의 없어진다. 서둘러 귀가하는 젊은 세대들은 밤이 되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다. 거리에서 사람이 하나 쓰러져 죽어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결국 에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제목처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때야 되서 시정부는 뉴타운을 들고 구도심의 주민들을 현옥한다. 투기꾼들까지 들끓기 시작하면 이제 그곳에서 살던 사람은 더 이상 정든 땅에서 발을 뻗고 지내지 못하겠구나 생각해도 무방하다. 막상 뉴타운을 개발해봐야 재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고 시에서 그것을 공짜로 해주지 않을 뿐더러, 일부 개발에 미친 주민들은 생계가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생활보호자들은 안중에 없이 그것을 추진하려 한다. 그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알력과 다툼이 생긴다. 결국 생의 마지막 보금자리로 구도심을 찾은 사람들은 비싼 개발비용에 타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결국 하나의 도심이 생에서 멸의 과정으로 진행됐지만, 이득을 본 자들은 부동산업자들 뿐이다. 뉴타운이 개발되면 그 곳에 들어올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된다. 그들은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이고, 상권이 잠시나마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이 부분에 맹점이 있다. 재개발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망상은 이미 지난 역사의 유물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도 분양이 안돼 허덕이는 판에 뉴타운이 잘될리가 없다. 또 도심에 생산기반이 전혀 없고 교육수준이 낮을 뿐더러, 교육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그런 곳에 들어올 정신 멀쩡한 사람은 없다. 결과론적으로 뉴타운 개발정책은 실거주자가 아닌 투기자들을 위한 발상이다. 위의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봤을 때, 돈이 있는 사람들은 초기에 빠지거나 추후에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든지 환영받지 못한다. 시의 잘못 끼운 첫번째 단추가 개발난민을 탄생시킨 것으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다. 

  도시가 성장인프라를 갖추지 못한체 개발된다면 그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특히 '공공기관 돌려막기'식의 개발정책은 필연적으로 구도심의 아사를 초래한다. 정책입안자들은 신도심의 개발에 앞서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일에 머리를 써야 한다. 대전시의 도시개발 담당자가 둔산동을 개발하기 앞서 이런 고민을 조금만 더 했다면 지금의 구도심의 모습은 없었을 것이다. 일단 인구유입의 유인으로써 쾌적한 주거환경과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를 구축해본다. 지금의 닭장 같은 아파트 보다는 넓고 녹지도 풍부한 사람 살기 좋은 환경을 상상해본다. 많은 도시학자들이 둔산동 주거지 개발을 가장 최악으로 꼽는데는 이유가 있다. 한정된 땅에 너무 많은 인구를 넣을 궁리를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또 주거지 만으로 도시가 살아 숨쉴 수 없기에 3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 구축을 생각해본다. 대덕연구단지가 가깝게 위치해 있어 벤쳐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세워본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써 벤쳐클러스터는 도심의 새 생명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또 대전으로 이주하게 된 정부청사를 쪼개 신도심 일대에 분산시키는 전략을 생각해본다. 적절히 분산된 정부부처는 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다. 이에 몇몇 명문대학의 캠퍼스나 분교를 유치한다면 도심의 가치는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둔산동 도심 개발이 이와 같이 흘러갔다면 지금의 구도심 공동화는 없었을 것이다. 구도심의 공동화는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만 굴리는 정책입안자들의 근시안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과오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똑똑한 지방정부 수장을 뽑아야 한다. 앞으로 대전은 세종시의 배후로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대전유치로 도시개발의 유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때가서 다시 또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되면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될 것이고, 국력은 국력데로 소진될 것이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갖고 있다.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은 후손들을 위한 선대의 의무이다. 신도심 개발과 구도심 재개발의 과제가 산적한 대전시, 앞으로 어떤 도시정책으로 어떤 미래를 열어줄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서, 때로는 칭찬으로 때로는 투표로 심판할 것을 엄숙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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