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합도시인 세종과, 남양주 별내지구, 파주운정택지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복합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일고 있다. 복합 커뮤니티는 일정한 구획 안의 특정한 장소에 도시의 여러 기능을 융합시켜 위치하게 하는 일종의 생활복합체와 같다. 동사무소나 우체국 등 관공서, 학교, 도서관, 공연장 등 교육문화시설, 병의원이나 단위상가, 공원 등 녹지시설을 한곳에 합쳐서 배치하는 것이다. 농어촌 지역을 제외한 도심지역은 지금껏 각기의 정체성을 잃어왔다. 공공청사를 중심으로 특정 동은 주거기능을, 특정 동은 근린생활기능을 담당하는 등 동마다 각기 다른 역할을 관으로부터 부여 받다 보니, 지금은 지역의 정체성을 많이 잃은 상태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합커뮤니티가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커뮤니티는 전 정권의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12개 사업 중 하나였다. 복합커뮤니티는 소중생활권의 중심권에 공원이나 공공시설, 관광서, 학교, 근린상가를 단지화 하거나 1개의 건물로 통합 배치함으로써 인근의 거주자들의 공동체사회 형성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아파트 건설업계에 불고 있는 명품 아파트의 생활지원시설과 비슷한 개념이다. 서울의 T모 아파트의 경우, 생활의 거의 모든 기능을 아파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로인해 사람들의 왕래가 생기고, 이웃 간에 대화가 오고가고, 그 관계의 끈들이 촘촘히 연결되면서 하나의 지역사회가 형성된다.
지금껏 복합커뮤니티에 대해 두서없이 짚어 보았는데, 말처럼 쉽게 위의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 주체가 관이 되다보니 사업시행을 위한 결단이나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또 국민의 혈세를 들여 만든 커뮤니티 시설을 민간에 헐값으로 임대하는 어이없는 장면들 또한 연출되겠다. 사실 복합커뮤니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가장 작은 단위의 자치단체인 읍면동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공무원이 필요하다. 허나 '작은 정부'의 망상에 젖은 탁상공론자들이 여론에 떠밀려 시행을 하고 일일이 운영하기 힘드니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복합 커뮤니티가 정착되려면 그 운영의 주체인 풀뿌리 공무원 조직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 또 그 지구 지정에 관해서도 우려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합 커뮤니티 자체가 상권 지도를 재편하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그 위치를 두고 소소지역주의가 판을 칠 가능성이 있다. 그로인해 사업시행이 늦어지고 주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면서 유아무야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여러 문제에 대한 쓸기로운 준비만이 '광복 이래 새로운 행정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약간의 바램을 더해본다면, 커뮤니티를 단순히 행정과 교육문화, 상권의 중심지로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횡포에 말라죽어가는 소상공인/재래시장의 기능을 함께 갖고 가는 것이 어떨런지 한다. 과거 장이 스는 곳은 한 지역의 중심이었다. 그 전통이 재래시장으로 남아 현재 대전에만 유성, 도마, 문창 등 수개의 형태로 남아 있다. 그나마 재래시장이 성한 곳은 대형마트의 마수를 간신히 피한 소규모 주택단지 일대다. 대전의 둔산동 일대의 시장의 자취는 거의 씨가 마른 상태다. 재래시장이 남아 있는 곳은 재래시장을 중심축으로 하고 그 일대에 복합 커뮤니티의 기능을 배치하던지, 혹은 재래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복합 커뮤니티가 재래시장의 기능을 함께 안고 간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그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까지 정부에서 새로이 시작되고 있는 '광복 이래 새로운 행정실험'인 복합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과 기능을 설명하고 우려와 바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복합 커뮤니티는 점점 상막해져가는 도심의 거주민들에게 새로운 생활의 장이 될 것이고, 공동체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일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농촌 지역에는 도시에 비해 낙후된 행정서비스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분산된 풀뿌리자치단체의 기능에 기준점을 찍음으로써 읍면동이 자체 상권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이처럼 좋은 정책수단이 투기자들에게 예정지역에 대한 정보를 사전유출해 무임승차를 유도한다던가, 기껏 잘 지은 복합 커뮤니티 근처에 대형마트나 백화점 입주를 허락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되겠다. 세종시, 남양주, 파주 등 세 곳의 시범지구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곧 전국적인 복합 커뮤니티 건설붐이 불 것이다.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지역구에 그 시설을 설치하려 애를 쓸 것이다. 복합 커뮤니티가 '가렴주구의 공약'으로 헛이용되는 일이 없이 그 본래의 기능처럼 풀뿌리 주민 공동체 형성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만약 어떠한 불의가 더러운 손으로 기껏 잘 만들어진 정책을 더럽힌다면, 앞으로 어떠한 좋은 아이디어도 한국 땅에 올바르게 발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복합커뮤니티는 그 본래의 목적처럼, 주민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생활서비스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순수한 내용으로 정착돼야 한다. 그것은 점차 '소립지화'돼가는 사회에서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고 또한 국가의 경쟁력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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