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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弄編] 짜장집




  자장면은 짜장면이라고 읽어야 맛있다. 자장집 보다는 짜장집을 가고 싶다. 자장 보다는 짜장이 입에 맞다. 부정확한 단어도 대중에게 길들여지면 표준어로 바뀐다. 짜장면도 자장면이 됐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닌데, 왠지 떠오른 것은 자장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느 자장집은 온갖 유기농야채와 고기가 듬뿍 들어간 요샛말로 '고급진' 자장이라고 선전한다. 그 자장은 시대를 선도하는 트랜드라고 말한다. 어느 자장집은 MSG와 사카린이 듬뿍 들어간 오리지날 자장이라고 선전한다. 고급지니 어쩌니 해도 자장은 싼티나는 단맛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앞선 자장집이나 뒷따른 자장집이나 자장집은 자장집이다. 거기서 거기인 자장이다.


  앞선 자장집은 뒤따르는 자장집을 뭐라 한다. 자극적이기만 하고 촌티나는 맛이 전부인 오래된 자장이라며 비아냥한다. 뒤따르는 자장집은 앞선 자장집이 자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었다고 말한다. 어느 맛 하나 입안에 황홀을 선사하지 못하고 결국 그러디 그런 자장만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두 자장집, 아니 정확히 말해 앞선 사례의 잘나가는 자장요리집들과 뒷따른 사례의 허름한 자장집 한 곳이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두 자장집 스타일의 제대로된 평가는 팔린 자장면 그릇수다. 허나 비교하기 애매한게 앞선 자장집들은 비까번쩍한 부띠끄들이 즐비한 노릇자위 땅에 있는 자장집이고, 뒤따른 자장집은 그저 허름한 터미널 자장집이다.


  이 자장집들이 맛경쟁을 하고 있을 사이, 자장유저들은 짜장을 찾아 나섰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옛날에도 그 옛날에도, 지금도 우리는 자장 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 자장유저들은 짬뽕으로 입맛을 옮기거나 아예 스파게티나 파스타를 찾는다. 분명 우리가 내놓는 음식은 우리가 보기에 너무도 훌륭한 자장임에도, 자장유저들은 점점 자장을 멀리하고 있다. 제일 잘나가는 자장집도 점점 팔리는 자장면 그릇수가 줄어들고 있다. 자장업계의 대혼란이다. 혹자는 오리지날 자장의 본미를 찾으려 한다. 자장에 더욱 몰두해 자장을 통해 자장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과연 그 요리왕적인 위용이 얼마나 오래 자장유저들을 자장에 붙잡아 놓을까.


  자장이야기를 줄줄 적어놨지만, 정작 본말은 편집이야기다. 어떤 자장이 가장 완벽한 자장에 가까운지에 대해 경쟁하는 사이 우리는 짜장을 잊어버렸다. 또 자장이 독자들에게 점점 멀어지고 있는 판국에서 자장을 가지고 왈가왈부한다. 문제는 자장이 아니라 메뉴판이다. 요리사만 생존의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라 배달부도 홀서빙도 다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 정경사문이라는 전대의 룰을 깨야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권리를 독자들에게도 줘야 함에도 펜의 권력에 취한 모두가 자장의 위기를 만들고 있다. 시대는 KTX인데 우리는 아직도 비둘기호에 매달려 있다.   경영이 안되니 비수익부서를 없애야 겠다는 발상, 구태경영을 답습하면서 아직도 문제가 뭔지 감도 안잡히는 자장오너, 자장의 비극은 어쩌면 오너와 요리사, 배달부와 홀서빙, 이 모두가 만들어낸 공동비극이 아닐까 한다.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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