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경세치용



▶ 경제학사의 조류는 단순한 흐름이다. 중농학파, 중상학파, 자유주의, 케인즈니즘, 신자유주의, 그 이외의 것들로 연결된다. 사상은 복잡하지만 단순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중농학파는 농업을 중시했다. 중상학파는 그 이름만큼 상업을 중시했다. 모든 제도와 규제를 벗으라고 역설한 것이 자유주의, 아담스미스니즘이다. 아담스미스지니즘이 너무 문제가 많아서 제약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케인즈니즘이다. 케인즈니즘이 너무 각박하다고 이를 박차고 나온 것이 신자유주의다. 나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사상들이다.


 나머지들이 왜 생각할 필요가 없냐는 것은 이유가 한가지다. 모든 경제학의 전통사상을 사람을 향했다. 사람이 어떻게 잘살 수 있게끔 연구하는 학문이 경제학이다. 농업이나 상업이 중시되던 시대에서는 그 업종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끔 사상을 만들어 냈다. 자유주의, 케인즈니즘, 신자유주의로 연결되는 시대도 마찬가지다. 한 개의 사상이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사상이 나왔다. 지난 리먼브라더스사태 때부터 촉발되오던 현 경제의 위기는 사상의 위기다. 어느 경제이론도 현실을 제대로 천착하지 못한 비극이다.


▶ 집에 책이 너무 많아서 일부를 디지털화 보관하려고 작업 중이다. 그러다 문득 대학 때 가장 좋아하던 은사의 책을 디지털화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수업이 대충대충이었다. 말하자면 미국식이다. 토론을 좋아하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아주 짧게 끝냈다. 그게 미국식이다. 대학 때 많은 존경할 은사님들이 계셨지만 그는 항상 최고였다. 그는 핵심을 말하고 여유있게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이 탁월했고 많은 학생들이 정해진 시간에 많은 지식을 내놓지 않음을 한탄했지만, 나는 그가 좋았다. 그는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전달했었다.


▶ 그의 사상은 어쩌면 나의 신조랑 비슷했다. 나도 주저리주러지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것 비록 좋아는 하지만 적당히 하는 것만 원한다. 그처럼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논하고 나머지는 말줄임표와 상념으로 채우길 좋아한다. 현오석의 경제호가 부침이 많다. 실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실적이 나오지 않는 세계경제적 환경이 뒷받침한다. 현오석을 탓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박통의 시대다. 박통의 기지를 이어받은 시대다. 하지만 박통처럼 경제를 재단하지 못한다. 혹자는 개발경제의 잣대가 현대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말할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조차도 유물이다. 모든 것은 수치다. 수치가 말해준다. 실적이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것도 필요없는 행동이다. 포스트박통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적주의가 아닐까 한다. /납삽



'Co-Culter Club > 쓰다, 길게 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팔매] 기도와 허풍  (0) 2014.07.02
[돌팔매] 김현식과 나  (2) 2014.05.12
[弄編] 짜장집  (0) 2014.02.20
[돌팔매] 연탄  (0) 2013.09.28
[我非我趣] 절대三락  (0) 201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