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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김현식과 나




▶ 노래가 나의 전부이던 시절, 김현식은 나의 우상이었다. 심지어 담배를 시작한 것도 김현식 탓이었다. 김현식이 탁한 목소리를 갖게 된 것이 술·담배에 쩔어서 그렇게 된 것이란 소리를 들은 후에는 술은 물론이거니와, 담배까지 입에 물고 목을 버리려 했었다. 명창들이 똥물을 들이키는 행위와 비슷할 게다. 그 시절 전까지 내 노래를 그저 흉내였었고, 모창에 가까웠었다.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내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인 탓에, 붙임성 없고 뭐 하나 나서서 하지 않는 성격에 밴드 결성은 실패했었고, 난 지금까지도 노래방에서 홀로 '자위'를 해왔다. '자위'가 아니라 '자기 위로 행위'다. 나중에 안 것은 그 목소리가 망자의 목소리 였던 것이다. 죽어가는 목소리 였고, 꺼져가는 촛불이기에 더욱 환하게 타올랐던 것이었다.


▶ 노래를 잊고 산지 한참이 된 지금, 노래는 그저 술자리에 흥을 돋우는 부수기제가 됐다. 나이에 ㄴ자를 세기고 난 이후에 노래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희망을 품을 수 없었다. 한 순간부터 갈고 닦지 않은 소리는 이제 쓸모 없어 졌다. 언젠가 언젠가 하면서 무대에 오르고 싶었지만, 이젠 목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할 뿐더러 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가 들려야 제대로 노래를 할텐데, 이젠 귀가 멍멍해졌다. 노래를 꿈꾸던 사람이 이젠 멍멍해진 귀로 접대용 노래나 부르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김현식은 그렇게 가슴 아픈 이름이다. 그가 내게 남겨준 것은 흡연 뿐이다. 흡연은 서서히 내 몸을 갉아 먹겠지, 어떻게 그런 부류가 됐다. 옛날을 생각하는 종자다. 서른 넘은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나도 서른을 넘겨 버렸다. 


▶ 오다가 비가 한참 왔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흥얼거렸다. 시절이 여름에 가깝지만 '봄비'도 흥얼거려봤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린다. 사람들은 때로는 자신이 생각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에 절망한다. 좌파는 좌파의 삶을 못 사는 것을 비통해한다. 우파는 자신의 현실이 좌파임에도 우파의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에 실망한다. 좌파 우파가 세상에 어디 있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면 좌파 우파든 무슨 상관일까. 그 유명한 흑묘 백묘와 똑같은 이야기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으뜸의 고양이다. 좌경이든 우경이든 국가와 민족을 제대로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최고의 '경'이다. 사실 웃긴 건 이 자체가 우파적인 생각이다. 난 박근혜를 찍었다.


▶ 좌파든 우파든 이젠 그런 것 자체가 관심이 없다, 차라리 국가가 잘 되길 원하면 룰라를 수입해야 한다.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룰라는 재임기간 동안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다. 나의 절반이 지지하는 노무현도 그런 세상을 못 만들었다. 요새 '寬피아'가 문제다. 어쩌다 보니 국가를 좀먹는 재앙이 됐다. 사실 '寬피아'의 연원은 그 옛날 고려시대부터다. 대한민국은 절대 '寬피아'를 깰 수 없다. 차라리 국무총리를 히딩크를 시키면 해결된다. 히딩크의 가장 큰 치적이 뭔가. 대한민국이 16강에 오른 기적의 이면에는 학벌타파가 있었다.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그토록 자랑스런 학벌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울한 雨中, 김현식으로 시작해 왠지 이상하게 학벌타파로 결말이 됐다. 글의 줏대를 못 잡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공부 많이 해야 겠다. 비가 온다. 줄기차게 외벽을 타고 줄줄 거린다. 노래가 하고 싶다. 나 혼자 흥얼거리는 '자위'라도 노래는 즐겁다. 노래가 즐겁다면 세상도 즐거운 것이다. 가끔 아주 많이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쩌거니 저쩌거니 해도 세상은 참 살아볼 만하다. 그리고 또한 즐겁다.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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