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는 맛의 고장이다. 경상남도도 똑같은 남도지만, 경상은 똑 떼버리고 전라남도만 남도라 부르며, 그곳에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이 있다며 칭송을 받는다. 그런 남도일미 중에 하나가 광주광역시 북구 현대백화점 부근에 위치한 오리탕골목이다. 고소한 들깨가루와 알싸한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오리탕은 광주를 찾는 사람은 한 번쯤이면 먹어봐야할 진미다. 이곳의 오리탕집들은 80년대부터 생겼다. 오리음식은 애초 한국인의 밥상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원래 오리는 인공번식이 어려운 품종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영암의 한 ‘창조경제人’에 의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그 이후 나주와 영암 일대는 전국적인 오리 생산지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현재는 전국 오리 생산량의 50% 이상을 전라남도가 차지한다고 한다.
이쯤 읽으면 영암오리와 창조경제가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아리송해지겠다. 사실 영암오리는 창조경제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잘못된 정의를 조정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도구이다. 영암오리가 ‘창조경제’이며 왜 영암에서 오리 인공번식에 성공한 사람이 ‘창조경제人’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영암에서의 기치가 성공하기 전에 오리음식이라는 것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다. 요샛말로 하면 신사업이자 신수종인 것이다. 대중적이지 않은 오리음식을 대중화시키기 위한 기술적인 성공을 이룬 그는 ‘오리음식계의 스티브 잡스’인 것이다. 또 그로인해 오리의 대량사육이 가능해지면서 ‘오리음식문화’라는 플랫폼이 탄생했다. 오리사육농가부터 유통업자, 식육가공업체, 요식업소까지 ‘사육이 가능한 오리의 탄생’은 사슬로 이어지는 경제구조를 탄생시켰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뒤뚱거리며 잘 날지도 못하는 오리가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다. 얼핏 창조경제라고 정의하니 창조경제처럼 들리겠지만, 말을 제대로 바로 고치면 ‘정보통신경제’다. 또 이미 지난 김대중정부 시절의 벤처르네상스와 너무도 많이 닮았다. 정부는 현재 창조경제에 대한 온갖 아이디어를 쏟고 있지만 허사다. 이유인즉슨 소설로 따지면 쓰여진 글에서 제목이 나온 것이 아니라 제목을 먼저 쓰고 글이 나오는 형국이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소리다. 창조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틀조차 없는 상태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그 다음부터는 끼어 맞추는 상태다. 그러니 창조경제에 대한 각종 정책과 방향성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고 온갖 말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쯤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는 ‘최초의 오리 인공번식 성공人’과 ‘오리음식문화’이다. 이를 바꿔 표현하면 ‘하나의 창조적 기치를 발휘하는 선구자’와 ‘그로 인해 탄생한 경제적 플랫폼’이다. 애플과 삼성이 고된 특허전쟁을 하고 있지만 절대 삼성이 창조경제가 아니고 애플이 창조경제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휴대용 음악재생기계인 ‘아이팟’의 태초 모델은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아이리버’였다. 아이리버는 전 세계 최초로 MP3음원기술을 개발했지만, 각종 어려움으로 인해 기술을 포기하게 된다. 이를 덥썩 문 자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그가 단순히 기술만 덥썩 물었다면 ‘창조경제人’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아이팟’의 출시와 더불어 음원거래시장인 ‘아이튠즈’를 만들어 냈다. 이로써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디지털음원이 양지로 나왔고, 그는 디지털음원거래시장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 삼성이 절대 창조경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가지다. 삼성은 기술로써 애플을 압도했지만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문화를 창출해내지 못했다. 앱스토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드웨어기업이라면서 소프트웨어를 경시한 것이다.
이쯤에서 정부당국자와 기업인들은 ‘영암오리의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근래에 일간신문에서 축구경기관람이 가능한 크루지움(스타디움+크루즈)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 신문은 ‘창조경제의 아이콘’이라며 치겨세우기 급급했다. 축구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이 있어서 크루즈선까지 타면서 축구경기를 보겠는가. 또 그런 특수선박을 만든다고 얼마나 많이 팔리겠는가. 정부에서 창조경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라니까 쥐어짜낸 결과물이다. 기사가 번역되지 않아서 그렇지 공산주의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해외토픽감이다. 충분한 소비시장이 갖춰진다 가정을 하면 멧돼지를 사육하건 사슴을 사육하건 ‘플랫폼’이 갖춰질 요인이 있으면 굳이 ‘과학기술’과 ‘ICT’를 첨가물로 쓰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는 ‘어머니의 손맛’일수도 있고 ‘아버지의 취미생활’일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앞에서 언급한 창조경제의 두 바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창조경제人’과 ‘창조경제 플랫폼’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지 살피는 것이다. ‘창조경제人’이 탄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 그가 그의 창조적 업적을 시장에 내놓는데 법과 제도가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대기업이 그의 기술을 훔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이다. 또 ‘창조경제 플랫폼’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또 대기업이 마수를 뻗어 그 시장마저 먹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처럼 대기업이 무소불위인 국가에서 창조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지, 혹 창조경제라는 꽹과리와 북을 치기에 앞서 경제민주화가 더 우선이진 않은지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거창한 노래를 하기 앞서 이 점을 살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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