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에는 정의가 없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아베 신조·일본 총리). “(제2차 세계대전에 관련)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自虐)일 뿐이다. 역사에 관해서 무지한 것”(이시하라 신타로·일본 유신회 공동대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에서 ‘침략’ 표현은 삭제해야 한다”(다카이치 사나에·자민당 정무조사회장). “군인이 전쟁 나갔을 때 휴식을 취하려면 위안부는 필수적이다”(하시모토 도루·일본 오사카 시장).
일본 정치인들이 ‘망언종결자’ 경쟁에 불을 붙었다. 일본의 과거 동아시아 침략 역사를 “관점에 따라 달리 봐야 한다”며 이치를 잊어버렸고, “군인이 전쟁에서 휴식을 하려면 성노예가 필요하다”며 사리를 잃어버렸다. 해양영토 확대라는 달콤한 이익을 좇아 독도를 힐끔 거리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일본의 전후 50주년이 되는 종전기념일(1995년 8월 15일)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발표한 ‘무라아먀 담화’를 부정하고 ‘식민지 지배’는 사죄하지만 ‘침략’은 사죄할 수 없다고 으름장이다.
침략이라는 것은 국가의 발전과정상에서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이는 다시금 ‘침략의 카드’를 쓸지도 모른다는 단언과도 비슷하게 들린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동아시아는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침략의 결과물로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학살을 당했으며 그들의 유족과 후손들은 아직도 가슴 속 깊은 한을 지니고 살고 있다. 이웃나라 한국은 나라가 두 동강이나 아직도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이 병합해 한 나라처럼 살고 있는 류큐(오키나와)에서는 미군이 상륙하자 주민 1000여명에게 “덴노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며 집단자살을 강요했고, 남은 주민들을 ‘진지장애물’이나 ‘수류탄’처럼 썼다. 난징대학살이나 731부대사건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악스럽다. 침략을 통해 동아시아를 경악하게 하고 망언을 통해 다시금 경악하게 한다. 참 경악스러운 국가이자 국가관이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전임 두 대통령은 일본의 이와 같은 만행에 의미 있는 일침을 가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4월 25일 ‘최근 한일관계에 대한 특별담화’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우리 땅입니다”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0일 광복절을 닷새 앞두고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이는 현역 대통령으로써는 최초의 행차이다. 이를 두고 호사가들은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고 하는 일본의 의도에 보기 좋게 응한 것이라며 당시 두 대통령의 행동을 격하했다. 국가 수장이 우리 땅 독도를 당당히 우리 땅이라고 말하는 것이, 또 당당히 우리 땅을 방문하는 것이 속아 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허나 일련의 망언들을 보면서 이 조차도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아예 ‘침략’이라는 카드로 언제든지 먹어 삼킬 수 있다고 넌지시 암시까지 하니 말이다.
일본발 망언이 위험수위를 넘어 현재는 쓰나미로 까지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정부와 의회는 무언가 의미 있는 행동으로 그들의 그릇된 인식과 역사관에 일침을 가해야 한다. 현재 독도는 ‘포항남·울릉’ 선거구에 속해있다. 이를 ‘포항남·울릉·독도’로 바꿀 것으로 전격 제안한다. 이에 대해 필자가 음성적으로 의견을 전했던 모 정치권 관계자는 “너무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며 시원찮은 반응을 보였었다. 보여주기면 어떻고 생색내기면 어떠랴. 국제해도에 ‘리앙쿠르트 암초’로 격하된 독도에서 우리는 주권을 가진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앞으로의 의정사 매 페이지마다 당당히 ‘포항남·울릉·독도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이 남을 것이다. 이는 후대에 기리 남겨질 것이니 의미 있는 보여주기와 생색내기가 되겠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보일 때마다 ‘포항남·울릉·독도 국회의원’이 “당신네들이 나를 뽑았소?”라고 촌철을 날릴 수도 있겠다. 어차피 정치인들의 행보야 늘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는가. 깃발만 꽂으면 수고는 늘 아랫사람들의 몫이지 않은가. 이웃나라 ‘침략환장자’들은 매순간 망언이라는 생색을 쏟아내고 있다. 가끔은 ‘의미 있는 생색내기’도 우리 정치사에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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