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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자유선진당, 그들의 잔치는 끝났다.


  자유선진당, 원내3당을 꿈꾸며 전국정당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제 그 생명이 다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를 연고로 한 국내 정치의 현실 상, 전라의 민주당과, 경상의 한나라당에 이어 충청을 기반으로 한 두번째 정당이다. 충청 기반의 정당은 김종필 총재 시절에 자유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충청과 강원을 석권하며 원내3당으로써 세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워낙 불초의 시기라서 자세한 내막은 기억나지 않지만, 4분5열로 갈갈이 찢긴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총선 때, 충남 도지사 출신 심대평 대표의 국민중심당과 이회창 총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다. 올해로 창당 3년을 맞고 있으나, 4년 5년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부터 그 내막을 속속이 살펴보도록 하자.

1. 영원한 보수의 영지, 충청도

  흔히 원내 의석 싸움을 할 때, 전라의 민주와 경상의 한나라 이렇게 양분되곤 한다. 그리고 어짜피 서울경기는 5:5로 승부를 점치기 어려워 충청은 늘 캐스팅보드의 역할을 해왔다. 현 대전의 150만과, 충남 충북의 인구를 통합하면 500만에 육박하며, 서울경기 일대의 충청 출신의 인구를 모두 합친다면 넉넉히 7~800만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충청은 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주연을 돕는 조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충청의 이런 캐스팅보드의 역할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다면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탄핵 정국 등 특이 사례를 제외하고 충청은 늘 보수적 색채가 짙은 정당을 선택했었다. 지역당이 존재할 때는 지역당을 찍고, 없을 경우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대체적인 충청의 정치색이다.

2. 두번째 지역정당의 탄생

  자유선진당에 몸담고 계신 분들에게는 참 죄송하지만 경박한 표현을 써보면, 그 안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이른바 떨거지에 가까울 수 있다. 지난 총선에 각각 한나라-민주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모여 공천을 받은 곳이 자유선진당이었고, 선진당 바람과 함께 원내에 입성했다. 이 점은 자유선진당의 큰 약점이다. 그만큼 정당충성도가 낮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회창-심대평의 양대 지도체제는 늘 큰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그 문제점이 이른바 심대평 탈당 사태를 불러일으켰고, 자유선진당의 힘을 상당히 빼는 데에도 일조했다.

3. 그들의 첫번째 실수 ; 이이재이, 욕심이 너무 많았다.

  필자는 지난년에 자유선진당의 홈페이지에 가서 이런 투의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의 문제가 더욱 치열히 불거질 즈음이었는데, 필자는 원내 국회의원의 총사퇴를 권고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미천한 사람이니 제안이라고 해두면, 그 당시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일단 심대평 대표의 탈당은 보기 좋게 정권의 속임수에 놀아난 모습이다. 이것이 이른바, 남의 손을 빌려서 코를 푸는 이이재이라는 것인데, 이이재이란 오랑캐의 힘을 빌어서 오랑캐를 치는 전략이다. 그래서 세종시를 자기내 뜻데로 만들 수 있게, 충청 출신의 총리를 기용하려고 했었는데, 그 당시 심대평 대표가 이 덫에 싹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총리도 되지 못하고 결국 당은 사분오열 되었고, 심대표는 탈당을 결심하게 된다. 일단 이렇게 반쪽 날개가 잘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당 소속 의원들의 총사퇴 뿐이다. 그래서 다음 년도에 있는 지방선거에 맞춰서 그 전후로 보궐선거를 한다면 일번으로 충청권에서 자유선진당이 세종시를 위해 이만큼 하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이번으로 지방선거와 아울러 선거 분위기를 좀더 유리한 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음은 일개 개인들의 욕심 때문이고, 밖에서 싸우는 것보다 안에서 이뤄내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 혹은 총사퇴를 결의했으나 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에 교두보를 빼앗기는 큰 실수를 하게 되었다.

4. 그들의 두번째 실수 ;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하여

  그 일이 있은 후 지방선거 전을 즈음하여 필자가 다시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은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 건이었다. 필자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서청원 대표를 설득해서 미래희망연대와 합당하기를 제안했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 혹은 이해관계가 어긋나있다는 등의 이유는 다 헛소리이다. 정치는 힘이고, 힘을 쟁탈하기 위해서는 모든 감성적인 부분을 제단할 필요가 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자유선진당 16석, 미래희망연대 9석으로 과연 합당이 이들에게 어떤 이익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바라본 것은 그 이상이다. 일단 이렇게 합당과 비정당 인사들의 규합을 통해 30석 규모의 가칭 자유희망연대가 탄생한다는 이는 박근혜 전대표에게 강한 동기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외에 30석과 한나라당 내의 친박계 60석을 합치면 총합이 90석이다. 만약 박 전대표가 친박을 잘 아울러서 탈당한다면, 힘의 균형 상 친이계 및 소장파, 비계파의 의원들이 연달아 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고, 친이계 한나라당을 누르고 원내1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박 전대표도, 원내 1당이 된다면 이는 자신의 대선을 지원할 강력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니 이문이 남는다. 자유선진당 입장에서도 그나마 충청권에서 힘을 쓸 수 있으니, 충청의 보수표가 분산될 염려가 없어 안정적인 세력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제 미래희망연대는 한나라당과의 재결합을 바라보고 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것이다.

5. 그들의 화려한 일몰은

  자유선진당의 마지막을 예측해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소속 의원들의 각각의 친정복귀이다. 소속 의원들은 지금은 자유선진당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각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본가를 두고 있다. 이제 슬슬 충청을 대변하는 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니, 조만간의 줄 탈당이 예측되는 바이다. 이미 이용희 의원이 친정인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투의 기사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앞으로 이 예측이 맞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자유선진당과 이회창 총재가 뽑을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잠시 내가 이회창 총재가 되었다는 상상을 하고서 보면, 이제는 손에 카드가 남아 있지 않다.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서 명예를 되찾은 친이계에 합류하기에도 이젠 달콤하지 않다. 또 민주당은 성향 상 완전히 다른 정당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일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카드를 뽑아들기 전에 갑작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written by NapSap, http://cocc.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