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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靑, 김무성 개헌 경고는 '초악수'



  김무성과 김기춘의 관계가 극도로 치닫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당대표가 방중 일정 중 개헌과 관련해 국정조사 이후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말을 두고 대통령이 불편해 하는 것을 전해듣고는 실수로 그랬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의 일이다. 이에 청와대는 기자들이 노트북을 펼쳐 놓고 받아쓰는데 기사화 될 것을 염두해두지 않았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란 투로 일갈했다. 문제의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김무성은 "청와대 누군데?" 라며, 다소 신경질 혹은 다소 우라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친박의 헤쳐모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고위관계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간에 '낮에는 친박, 밤에는 친김' 즉 주박야김, '박은 멀리 김은 더욱 가까이' 즉 탈박이김이란 말이 나도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은 분명 당청관계를 냉각구도로 갈 수밖에 없게 하는 악성촉매가 될 것이다. 더욱이 친박들이 제갈길을 가는 상황이라면 향후 암투의 가능성도 없다고 볼 순 없다.


  문제는 '고위관계자'의 급이다. 차라리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라면 조금 더 낫겠다. 김기춘 실장이라면 비록 속으로 이는 좀 갈지 몰라도, 극악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만일 이 '고위관계자'가 수석비서관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와대가서 붙어먹더니 눈에 봬는게 없구나 하는 억하심정이 생길 수 있다. 당장에 그 인사를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주저 앉힐 수 있고, 다시는 정계가 기어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현재로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이다. 장관을 불러놓고 애들 얼르듯 호통칠 수 있는 권력이다. 근래에 선임병 구타로 사망한 28사단 윤일병 사건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는 장관을 불러놓고 책상을 치며 호통을 쳤다. 이등병 계급장이 전부인 김무성 대표가 별 4개짜리 장관을 어린애 다루듯 다뤘다. 그게 권력이다. 차올랐을 땐 한없이 밝은 게 권력이다. 


  발언의 당사자가 김기춘 실장이라면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게 돌아갈 수 있다. 김기춘 실장이 김무성 대표의 좌충우돌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언사를 했다면 당연히 행정권력자와 의회권력자 간의 일촉즉발의 대결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실리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김기춘 실장을 어떻게 해서든 어떻게든 소위 조져놔야 향후 행보가 탄탄해진다. 화해무드로 갔다가 청와대에서 양자 후계구도로 분위기를 만들면 김무성만 피곤해진다. 청와대로서는 당장에 커진 김무성을 눌러버리고 싶을 것이다. 여당이 고분고분하게 거수기 노릇을 해줘야 국정을 운영하기가 편하다. 서청원을 내세워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당권은 김기춘이 쥐었고, 청와대로서는 고민이 많다. 친박 도움없이 당권을 잡은 김무성은 청와대를 향후 정말 달콤쌉싸름하게 만들 것이다. 물론 쓴맛이 강하다.


  어떻게든 김무성이 김기춘을 '발라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김기춘이 낙마하면 대통령 곁에 있는 자들은 앞으로 김무성에게 감히 덤빌 수 없다. '고위관계자'라는 단어조차 사라질 것이다. 스스로 말조심을 할 것이다. 수평적 당청관계는 여당이 위에 서는 수직적 당청관계로 바뀔 것이다. 주도권은 김무성이 쥔다. 덤빌 사람은 최경환 부총리 밖에 없는데, 여당 당수가 장관 하나 목아지 따는 것이 어려울까. 어떠한 이유로 해서라도 눌러앉힐 수 있고, 당으로 돌아온 최경환은 공천도 못 받고 쓸쓸히 소싸움이나 구경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최경환은 이제야 겨우 정치적 입지가 커진 상황이니 맞서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김기춘 실장이 눌러앉고 다음 비서실장, 또 다음 총리가 나오면 그들은 완전히 김무성의 하수인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래권력이기 때문이다. 앞날을 걱정해야 한다. 청와대가 스스로 나서서 악수를 둬 대의명분을 만들어줬으니 김무성으로서는 마다할 이유는 없다. 탱크가 나가신다. 탱크가 청와대를 접수하러 가고 있다. /납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