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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보수의 자충수' 통진당 해산


  보수가 자충수를 뒀다. 모양새는 종북의 척결이었다. 통합진보당 이야기다. 헌법재판소는 19일 법무부가 요청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받아들였다. 민족해방(NL)계열의 대표세력인 통합진보당이 역사 속으로 잠시 모습을 감췄다. 이정희, 김재연 등 문제적 인물들의 금배지도 떨어졌다. 종북을 종언시킨 헌재의 역할에 대해서는 뒷말을 달 이유는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질서를 추구하는 것이 헌재의 역할이다. 제할일 하긴 했지만 급했다. 시기적으로 오묘하게 정권을 돕는 인상을 비췄다.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에 대한 전횡 의혹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확대생산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치부하던 것들도 그럴싸하게 들리게 됐다. 혹자들은 술집 잡부 이야기를 하듯 큭큭거리기 시작했다. 담뱃값이 두배를 찍고 연말정산으로 9000억의 세금을 수매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경기는 얼어붙고 거리는 황량해졌다. 정치는 언제나 그렇듯 텁텁하고 국민들은 쓴맛만 다시고 있다. 나랏꼴이 말이 아니니 국민들이 수근댈만하다. 그럴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헌재가 정치를 돕고 있다는 인상은 충분히 줄만하다. 대형이슈로 연속이슈를 덮는 일 말이다.


  헌재의 결정이 결국 자충수가 되리라는 것은 표계산을 해보면 나온다. 점잖고 무언가 바꾸기 싫어하는 보수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수를 찍는다. 고정지지층이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 3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빠지고 있다'는 어느 일간지 편집자의 평처럼, 고정지지층이 와해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을 주고 담뱃세로 빼앗는 줬다뺏기식 징세에 고령층의 지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야금야금 봉투를 약탈 당하는 월급쟁이들은 이미 저만치 멀어졌다. 연금이 털릴 위기의 공무원들은 대노하기 시작했다. 임시방편의 대명사 최경환표 경제정책은 결국 스스로를 향하는 칼이 될 것이다.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고, 정치가 내뱉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주머니는 얄팍해진다. 고용이 불안해진 정규직들마져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경제는 냉골이 된다. 벌이가 안되니 사업하는 이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할 것이다. 이쯤에서 통진당이 없어졌으니 "저 놈이 종북이다 우리끼리 뭉쳐라" 할만한 이념대결의 대상도 없어졌다. 극소수 이지만 통진당 표가 새누리로 향할 리는 없다. 새누리당와 민주당은 항상 51대 49 싸움을 했다. 2를 빼앗아오면 대통령이 바뀐다.  먹고 살기 힘든 중산층과 그나마 신념으로 버티던 노령층이 조금만 뒤로 돌아도 51대 49의 균형은 무너진다. 2가 아니라 10을 내줘야할 판이다. 빨갱이투사들이 사라졌다. 민주당으로써는 정의당과 짝짜꿍을 해도 빨갱이라 찍힐 일이 없어졌다. 빨갱이투사들은 헌재가 정리를 해주셨다. 쟤들도 안고 가야하나 하는 고민도 사라졌다. 민주당의 선거공식이 깔끔해졌다. 모두 헌재의 덕택이다. 


  드라미틱한 것은 선거의 타이밍이다. 총선이 먼저 있고 대선이 있다. 현 선거구 구도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방법은 없다. 선거구는 교묘하게 새누리가 유리하도록 짜여있다. 그나마 호남에서 인구가 빠지면서 의석수가 줄게 생겼다. 충청이 선거구가 늘어봤자 결국 보수다. 충청의 다수는 보수를 택한다. 결국 수도권 격전지 몇곳의 전투를 걸쳐 새누리당이 근소하게 앞서갈 것이다. 총선에서 10~20석 앞서 이기면 기고만장해진다. 여태껏 자기들이 해온 것이 모두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나방처럼 자기 타죽을 줄 모르고 달려들 게 뻔하다. 현 총선 체계에서는 민주당이 아무리 고군분투를 해도 새누리에 10~20석 뒤쳐진다. 이것이 대통령 선거가 되면 뒤집어진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 전체 투표수로 따진다. 지난 선거에서 의석수가 앞섰음에도 투표수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기이한 현상이 종종 있었다. 이는 대통령 선거에 그대로 반영이 된다. 최경환표 경제정책이 똥볼을 차주시고, 박한철 헌재소장이 종북을 정리해주셨다. 종북과의 연대라는 것을 꺼림직하게 여기던 중도성향의 유권자는 안심하고 민주당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휴가 대신 투표소를 이끌게 하는 원동력이 될 공산도 커졌다. 뒤집어질 확률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쯤이면 여권 대권주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유력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부터 불똥 맞았다. 연금개혁을 받아들이면서 정부의 헛발질에 발길을 보태는 꼴이 됐다. 집권여당의 당대표로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있다. 친박 일각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친박들과의 불편함도 쌓였다. 청와대로써는 김무성이 불편한 존재다. 도와줄 일이 없다. 김무성 외에 나설만한 인물은 현재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들 덕택에 대권에서 많이 멀어졌다. 지방정부 최초로 연정에 나섰지만 의미있게 다뤄주는 이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정몽준 의원이 또 용꿈을 꾸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헛꿈이 되겠다. 아직 본격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잠재적 잠룡에 둬야하게 생겼다. 팽목항에서의 136일의 진정성이 국민들 가슴에 와닿았다. 아직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없고 청와대에서 밀겠지만 김무성이 밀어낼 가능성이 높기에 이주영 카드는 잠시 접어준다. 여럿을 논해봤지만, 이 구도를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갈 인물이 현재 새누리당에 없다. 고만고만하다는 소리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안철수도 문재인도 아닌 보다 탄탄하고 대중적 이미지가 좋고 권력의지가 있을 뿐더러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지지율까지 가져올 인물을 내세운 다면 판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 인물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섣부르니 접어둔다. 뒤집어진다면 가장 큰 공은 최경환과 박한철이다. 새로 만들어진 정권이 일등공신은 현재 이들 둘이다. 종북을 몰아내려고 했으나 결국 종북의 뒷통수를 맞게 되는 안타까운 형국이 되는 셈이다. 노림수가 무리수가 되고 결국 자충수가 되는 우스운 사태가 올 가능성이 커졌다. /납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