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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막걸리만 팔지말고, 문화도 얹어 팔아라

 

<편집자 주>
막걸리의 소비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지난해 소비된 막걸리는 전체 주류출고의 12%에 달한다. 팔리는 술 10병 중에 1병이 막걸리란 소리다. 막걸리는 분명 우리의 좋은 술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우리네 태도를 무언가 잘못됐다. 막걸리만 잘 만들어서는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본 블로그는 그 점을 지적해보려 한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8333>

  비오는 날, 한국사람 대부분은 막걸리에 지짐이 생각이 나겠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기름진 음식이 땡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라고 했다. 고소하게 부친 파전을 간장에 찍어먹고, 안주처럼 막걸리를 한사발 먹고 나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참 좋다. 여럿이서 어울리는 자리에 술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목넘김도 좋고 도수도 낮은 막걸리를 모임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막걸리가 한두사발 오가고 흥이 돋기 시작하면 자기도 모르게 젓가락 장단이 나온다. 붉어진 얼굴을 서로 창피해 하지 않고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나눌 때, 양주보다, 맥주보다, 소주보다 어쩌면 막걸리가 가장 잘 어울린다. 그러니 외교수반이 모인 자리에서 만찬주로 활용하는건 참 괜찮은 아이디어다.

  막걸리 열풍을 바라보며 느끼는 점은 단순히 막걸리로만 한정된 사고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칼질한다고 고급레스토랑에 가질 않는가. 그 곳에 가는 이유가 단순히 서양식으로 구어진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것 뿐일까. 스테이크에는 서양식 구이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 향신료의 향이 있고, 깔끔한 상차림에 칼과 포크를 사용해 적당한 크기로 썰어 먹는 문화가 있다. 거기에 샹송이 흐른다던지, 재즈가 울린다던지 하는 분위기가 있고, 인테리어에는 서양식 고급스러움이 있다. 단순히 스테이크가 좋다고 한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구워먹을 수 있다. 우리는 레스토랑에 고기를 먹으러 가기 보다는 문화를 먹으러 가는 것과 같다.

  막걸리 열풍과 한류화를 바라보면서 가장 결핍된 것이 막걸리와 연동된 문화를 콘텐츠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침이나 지짐이 등 막걸리와 어울리는 토속적인 안주에서부터, 목재를 사용해 전통풍으로 꾸민 내부, 또 막걸리 항아리가 들어오면 서로서로 잔에 막걸리를 채워주며 나누는 정. 우리는 그것을 팔아야 했다. 막걸리의 세계화에 나선다는 문광부의 관계자들과 위정자들은 만찬장에서 건배만 외칠게 아니라 막걸리 문화를 만들어야 했다.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와 분위기, 주도법을 콘텐츠화해 전파시켜야 했다. 그러나 그러질 못하고 있다. 정부의 냄비근성이 열풍만 부추기고 내실화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막걸리 열풍은 조만간 사그라들 것이다. 일본의 기무찌사태에 맞서 한국의 김치를 세계에 알린다는 사람들이 지금은 잠잠하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김치는 독특한 조리법이 있고, 맛이 있으며, 그것을 보관하는 방법과 먹는 법이 있다. 수많은 응용조리법이 있어 김치만 있으면 여러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결국 열풍은 열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치건 기무찌건 이제는 아무런 상관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얼마전 충남 당진의 해나루쌀로 만든 백련막걸리가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뉴스가 있었다. 비단 이 뿐만 아니라 각 지역 양조장에서 만든 많은 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고 있다. 막걸리처럼 먹기 좋은 술이 어디 있던가. 특히 난장을 부리기엔 막걸리만한 것이 없다. 더 늦기 전에 막걸리에 대한 콘텐츠화에 힘써야겠다. 요리연구가는 막걸리가 수출되는 지역의 각종 식재료와 향신료로 막걸리에 어울리는 안주의 레시피를 만들어 전파해야겠다. 양조업체는 맛도 중요하지만, 막걸리는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를 알리는 홍보활동에도 전념해야겠다. 도자업체들은 막걸리를 담는 잔과 항아리를 멋지게 만들어 서양인들에 동양 특유의 향취를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 특히 정부는 막걸리만 팔 구닥다리 생각을 접어두고 막걸리를 어떻게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이국인들에게 알릴지 고민을 아주 많이 해야겠다.

  막걸리는 한민족의 전통이다. 청주, 동동주를 내리고 남은 술찌개미에 물을 섞어 만든 서민의 음료다. 청주의 고급스러움은 양반의 문화요 절미(切美)지만, 막걸리는 평민의 음식이요, 해학이 있다. 안동탈춤 같은 은은한 곡선이 있다. 꽹과리 장단처럼 들석거리는 감흥이 있다. 물레방아처럼 정겨운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한민족의 정서를 이정도로 잘 담근 술이 어디 있겠는가. 막걸리는 와인이 아니다. 위스키가 아니다. 사케는 더더욱 아니다. 서민의 땀이요 서민의 눈물이다. 이런 막걸리를 어떻게 팔아야 하겠는가. 어떤 문화를 담아야 하겠는가. 고민해볼 문제다. 모두가 나서서 고민해볼 문제다. 열풍이니 잘되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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