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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北, 이산가족상봉 연기… 위기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는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연기를 통보했다. 조평통은 담화문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미루겠다"고 밝힌 뒤 "남한이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모든 대화와 협상을 대결수단으로 악용하고있는 한 초보적인 인도주의 문제도 올바로 해결될 수 없다"며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의 연기했다. 조평통은 또 이석기 내란음모의혹수사와 관련해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마녀사냥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처럼 마련된 대화마저 동족대결로 악용되고 (북한을 반대하는) 전쟁과 폭압소동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관계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동족과 화해하고 단합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다 때려잡겠다는 파시스트적 발상은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겠다는 심보와 다름없다"며 "전쟁론자의 사소한 도발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위기다. 166일만의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추석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 재개협의, DMZ평화공원 조성 제안까지 이어오던 남북관계의 해빙기가 잠시 정체를 빗고 있다. 조평통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의 결과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있는 대북정책'이 누구를 (북한을) 견인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일련의 성과를 마치 '원칙론'의 결실인 것처럼 떠들었다"고 비판했다. 과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실체하느냐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져볼 만한 대목이다. 

 

  지난 5월22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국 총정치국은 홀대 아닌 홀대를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 총정치국장이 방문하기 하루 전인 21일 베이징을 떠나 대규모 지진 피해를 입은 쓰촨성을 찾았으며 이튿날에는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23일까지 지방시찰을 이어갔다. 당시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지방행에 대해 의도적이었다고 평했다. 중국이 북의 특사파견을 사전에 조율하고 미국와 우리정부에 사전통보를 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행동은 중국의 이른바 북한 '다루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 형성된 북중간의 냉기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6월의 3박4일간의 방중에서는 '라오펑요우' 즉 '중국의 오래된 친구'라 칭하는 등 역대 대통령 중국 방문 이래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북한의 잇따른 대남유화정책들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인가 혹은 북한의 '중국 눈치보기'의 일환인가에 대해 숙고가 필요한 듯 보인다.

 

  조평통의 담화에서 눈여겨봐야할 대목은 또 있다. 조평통은 금강산관광사업에 대해 "누구의 '돈줄'이니 하고 중상하는가 하면 우리가 국제경기대회(지난 9월 11일 개최된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 대회)를 관례와 규정에 따라 진행(6차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가 울려퍼짐)한 것까지 거들면서 '변화'니 뭐니 하는 해괴한 망발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적반하장의 극치로서 우리의 선의와 아량, 노력에 대한 용납 못할 우롱이고 모독"이라고 폄훼했다.

 

  사실 최근 남북관계에서 우리정부가 '甲'의 행보를 한 것은 전 정권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일방적 중단조치와 남측의 설득, 각종 대북지원을 비롯한 유화책을 통해 항상 챙길 것을 챙기던 북한이 우리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발표에 놀라 스스로 빗장을 열고 이산가족상봉까지 받아들이기 까지는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중국 눈치보기' 행보의 연속선 상이라는 점과 최근의 북한의 대남정책이 유연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 통한 결과물이었다.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은 최근 한 종편에 출연해 남측인사들이 금강산관광을 마치 북한의 '달러박스'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북한 내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몇푼 안되는 돈을 갖고 마치 북한의 국부를 키워주는 듯한 아량을 베푸는 듯한 태도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리다. 중국이 지난 2001년부터 5년간 유·무상 지원을 합쳐 9억1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원조하고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북중 투자합작 고위층 회담에서 30억위안 규모의 대북한 투자 전문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는 등 대북 현물지원의 규모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4000만달러 수준이던 금강산관광에 대해 너무 남한측이 너무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다.

 

  최근의 대북성과물의 위기는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원칙에 대한 위협이다. 내치보다 외교, 국방 등 외치로 국민에 높은 지지을 얻는 현 정부가 자칫 이산가족상봉행사의 취소와 개성공단의 재중단, 금강산관광회담의 무기한 연기, 혹은 있을지 모를 남북간의 무력충돌과 북한의 핵실험 강행 등 각종 난재에 봉착할 경우 그동안 쌓인 국정신임도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조금더 유연한 국정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만나 서로 할말만 하고 끝난 3자회담과 같은 불통의 행보를 지속한다면 정권 초기부터 레임덕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 촛불은 잘 막았는데 북녁에서 번져오는 산불을 못막는 형국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언로가 너무 제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정의 책임자는 가신이 아닌 (대통령) 자신인 만큼 보다 넓게 귀를 열고 보다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