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인혁당 판결 발언으로 불거진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유신의 어두운 그늘에 숨죽여 살며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는 발언과 함께 딸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을 수 없다며 국민에게 감정으로 호소했다. 정치는 일종의 쇼다. 국민을 '멘붕'에 빠뜨리게 하는 쇼다. 박근혜의 이번 회견도 일종의 그런 종류로 봐도 무방하다. 허나 이번 발언으로도 박근혜는 씻을 수 없는 과거와 결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여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향후 대선 행보에 있어 계속적인 야당의 공격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사실 필자는 박근혜의 역사관 논란이 왈가왈부 되면서 이 또한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긴급기자회견의 형식을 취한 것은 어찌보면 안타깝다. 오히려 간담회 형식을 취하면 어땠을까 한다. 그 간담회에서는 박근혜를 물어뜯기로 작정한 민주당 인사들과 감정이 너무도 격한 유족들, 거기에 통합진보계열 인사까지 모두 초청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이다. 유족들의 격렬한 성토가 오고가고 야권 인사들의 강력한 맹공에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여권 인사들의 적절한 토스, 그 자리에서의 박근혜의 최후의 비밀병기는 '눈물'이었다. 한순간 감정에 격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하기를 바랬다. 필자는 그런 시나리오를 썼었다.
그렇다면 이 눈물의 가치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박근혜의 이미지는 인간과 거리가 먼 종교인이나 특권계층이다. 감정이 전혀 없을 것 같은 그의 모습에서 어르신들은 육영수 여사를 그리워 하겠지만, 야당으로써는 좋은 빌미가 된다. 그런 그에게 눈물이 터졌다. 과거 군사정권시대를 향수하는 어르신들의 가슴에 사이렌이 울린다. 공개된 자리에서 아버지를 타박하는 야권의 얼굴은 악마가 될 것이다. 평생을 힘겹게 고생하면서 자식들에게 제대로 대접 못받는 지금의 어르신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렇다 지지층의 재결집효과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시나리오로 멋진 쇼를 준비한다면 분명 단번에 지지율을 만회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공염불됐다.
앞으로도 박근혜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역사관 논란을 회견으로 마무리했을런지 모르겠지만, 여진은 지속될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이슈로 그의 앞길을 막을 공산도 커졌다. 박근혜에게 과거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짐이다. 다 털고 가기엔 지지층의 붕괴가 우려된다. 멀리하기엔 그 이탈마져 염려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새지지층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어짜피 안고 가야할 짐짝이다. 그래서 이번 회견은 조금 싱겁게 끝나버렸지만 앞으로는 좀더 극적인 쇼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어르신들의 가슴을 강하게 때려야한다. 요샛것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 대한 어르신들의 쓰디쓴 입맛다심을 좀더 극적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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