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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세계경제가 무너졌는데, 연기금방어 먼소용있나

 

<편집자 주>
코스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2000선은 예전에 무너졌다. 2000선을 넘어 1900선, 드디어 1800선이 무너졌다. 오늘 코스피는 1793.31에 장을 마쳤다. 지옥과 같은 한주였다. 또 다음 한주는 지옥보다 더욱 지옥같은 한주가 찾아왔다. 이런 시기에 정부는 연기금을 투입해 증시방어에 나섰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자.
<관련기사 보러가기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2668>

    거인이 쓰러졌다. 대들보가 무너졌다. 세계경제를 지탱하고 있던 미국이라는 대들보가 무너졌다. 미국발 악재는 곧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큰 파급을 불러왔다. 오늘자로 미국 다우지수가 월초대비 7.20%나 떨어졌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각각 -8.51%, -16.22%, -12.46%의 낙폭을 보였다. 일본니케이지수는 -8.84%로 독일, 프랑스에 비해 더딘 낙폭을 보였다. 비교적 선방한 것이다. 신흥국의 사정도 유럽국가와 비슷하다. 한국이 -15.93%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고, 대만이 -11.65%, 홍콩이 -12.57%, 싱가포르가 -10.62%로 전반적으로 큰 낙폭을 보였다. 그에 비해 중국 상하이지수는 -4.02%, 상하이A주는 -4.01%, 상하이B주는 -5.46%, 선전종합지수는 -1.67로 가장 적은 낙폭을 보였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증시의 위기는 미국발 악재로 더욱 혼조를 보였다. 비유럽지역의 주가폭락은 한국을 비롯한 대미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은 세계의 경찰이자, 세계의 경제대부를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위기에서 왔다. 지금껏 미국은 막대한 양의 재정적자를 통해 세계경제를 부양하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한낫 종이조각에 불과한 미국달러는 그 국가의 위상에 따라 금과도 견줄만한 안전자산으로 인정을 받아왔다. 이렇게 한개의 국가가 세계의 금고역할을 해오면서 만들어오던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라는 허상은 이번 위기로 말미암아 종지부를 찍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이 위기에도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여 향후 세계경제의 축이 양분되거나, 다원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던 지난 주, 정부는 연기금을 투입해 증시방어에 나섰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우체국보험기금으로 구성된 연기금은 8월 2일부터 엿새간 1조 8666억 원을 순매수했다. 전체기금이 341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9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올해 말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현 17%에 18%까지 상향한다는 결정을 했다. 얼핏보면 떨어지는 증시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주식을 저가매수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과연 그게 진정한 저가매수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세계 각국의 주가하락은 절대적이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봐야한다. 세계증시가 휘청하고 동반하향하는 추세에서 국가별로 일정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를 기준으로한 코스피의 상대적 추이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관점이다. 자산의 가치는 타자산의 가치에 비례해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그것에 따라 미국지수가 내려간 만큼 한국지수가 내려갔을 뿐이다. 이를 '방어'한다는 이유로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만들려고 하면 향후 그것은 독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더 크다. 그래서 이번 연기금의 투입은 여러모로 위험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만약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미국경기가 되살아나 세계주식시장이 한꺼번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할 때, 인위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해온 한국 주식의 회복속도는 당연히 더딜 수 밖에 없다. 또 세계경제가 당장에 확실한 부양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전반적인 주가 사정이 지금과 비슷하게 한동안 갈 것이기에 이번 연기금 주식매입은 크게 이득을 보지 못하고 끝날 공산이 크다. 한국경제가 위기인가, 기회인가에 대해서는 각 개인이 입장에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는 아직 한국경제는 외국인들에게 짭짤한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이유인즉슨 외국인들이 '위험자산'으로 인식하는 한국주식을 팔아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주가하락은 단순한 하락이 아닌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고 봐야된다는게 필자의 주관이다. 채권시장은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국내 채권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그렇게 비관적이라면 외국인들이 그런 무모한 노림수를 던지겠는가. 

  이런 시점에서 연기금투입은 자칫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 이번 하락장에서도 많은 개미들이 피똥을 쌋다. 뚜렷한 상승요인이 없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했던 유인은 멀까. 필자는 연기금 투입 같은 정부의 증시방어책을 기대했기에 그렇다고 본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증시를 되살리라는 희망이 그들을 하락장으로 유인했던게 아닐까. 허나 막상 연기금투입은 제대로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증시는 1800선을 아래로 하향하기 시작했고,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빚을 지며 반대매매를 당해야 했다. 결국 연기금 투입이라는 초강수의 카드는 제대로된 효과도 못보고, 시장만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뿐이다.

  정부의 연기금 투입은 또 다른 측면에서 큰 위험수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구성된 각 연기금은 국민들이 미래에 받아서 쓸 소중한 자산이다. 연일 국민연금이 향후 얼마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뉴스를 생산해내면서도 이번 사례에서 봤듯 제대로된 투자보다는 '숫자에 집착하는 치정'에 투입되고 말았다. 사실 미국증시의 위기는 년초부터 예견됐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세계경제를 위해 또 다른 재정적자를 부담하는 경기부양책에 미국은 선봉에 섰다. 미국인들은 국가의 빚으로 돈잔치를 해왔고, 국고는 점점 피폐해져갔다. 금값이 연일 높은 상승치를 보이며 곧 많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허나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연기금은 위기 이전에 채권이나 금에 투자해 이득을 보기는 커녕, 불난 증시를 꺼뜨리는데 사용돼버렸다. 결국 증시는 기대했던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더욱 위험스러운 것은 앞으로 수개월의 침체에 시달릴 공산이 있기에 오히려 연기금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빌어 우리는 '수치에 집착하는 치정'이 얼마만큼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됐다. 고환율을 만들려고 투입했던 자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침몰하는 증시를 일으키려고 투입된 연기금은 국민의 미래자산이다. 실물경기를 살리지 못하고 성적표만 좋게 받으려고 했던 모든 경제정책들은 곧 인플레이션과 스태크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은 '비현실의 세계에 살고 있는 위정자'와 그의 '졸개'들의 작품이다. 조선왕조의 임금들은 변복을 하고 민심을 살피려 한양골을 누볐다. 오뎅 먹고 사진 찍으려고 간게 아니라 백성들이 왕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가 궁금해서 갔다. 현장에서 들은 백성들의 참언은 자주 국정에 반영돼 백성들의 편안한 삶을 위해 사용됐다. 한번이라도 이 땅의 정부관계자들이 진정성을 갖고 경제정책을 폈으면 한다. 세계경제가 불황이기에 우리 성적표가 에프학점이라는 것은 치졸한 변명이다. 국정이 자꾸 어긋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정부 내에서 아무도 브레이크를 잡아주지 못하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결국 이번 하락장에서도 많은 개미들이 파산을 하고 어떤 이들은 묵혀논 현금으로 이득을 보겠다. 이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다. 이게 747을 외치던 정권의 현주소다.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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