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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넝마주이와 2014년



▶ 하루살이 인생들이 넝마주의가 됐다. 2014년의 서글픈 현실이다. 넝마주이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초기에 생겼다. 낡고 해어져서 입지 못하는 옷, 즉 넝마를 주워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못쓰게된 옷가지나 천조각 외에도 폐지나 고철 등을 주워 모아 고물상에 팔아서 생계를 꾸려갔다. 거지와 노숙자와 달리 각자 자신이 거처하는 집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고도성장기로 접어들면서 넝마주이들은 점점 사라져 갔다. 넝마를 줍지 않아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산업현장으로 달려가 조국의 발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으며, 이제 넝마주이는 풍속사전에 존재하는 말이 됐다. 현실 속에서는 사라진 말이란 소리다. 행위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잠시 모습을 감췄지만 생활 현장 곳곳에서 '넝마주이'를 너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민소득 2만불을 바라본다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 IMF 환란을 겪으며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졌다. 망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밤이슬을 맞았다. 어떤 이들은 일상으로 복귀했으나 어떤 이들은 남겨진 자가 됐다. 고도산업사회가 되면서 직업군도 변화가 왔다. 소규모수공업이나 1차산업의 맹맥이 끊겨 갔다. 자동차나 조선 같은 중공업과 정보통신업이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이 됐다. 채 준비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사회가 되기도 했다. '산업의 쌀'을 생산하던 사람들은 산업계에서 쫓겨나 배곫는 신세가 됐다. 컨베이어와 자동화시스템이 생산의 트랜드가 되면서 단순생산직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많이 배우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들이 없어지는 사이, 충분히 배워야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들이 늘었다. 정률로 줄어들고 는 것은 아니다. 단순생산직은 줄어드는 폭이 처참했고, 기능직과 사무직의 늘어나는 폭은 잔인했다. 일자리 자체가 확 줄어든 것이 국민소득 2만불을 바라본다는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 넝마주이는 주로 노인들이 많이 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서 그것으로 생계를 꾸린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봐야 몇천원 쥐면 많이 쥔 것이다. 한달로 따지면 최저생계비도 못미친다. 처음에는 남보기 부끄러워 많이 나서지 않았었지만, 이젠 너도나도다. 조금 살만한 노인들도 넝마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필요한 극빈층의 몫은 점점 준다. 노숙인들도 동참하면서 '넝마주이'라는 일자리 자체는 많이 커졌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단순기능 및 생산직, 일용직 일자리 자체가 대폭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상위 직업군이 구조조정으로 퇴직자를 쏟아내면 그 연쇄작용으로 하위 직업군의 실업자는 속출한다. 봉제나 미싱이라는 기능 자체는 이제 기계가 가져가 버렸다. 사람 손으로 하는 간단한 직업들이 씨가 말랐다. 시대는 하꼬방의 희망마져 거리의 낙망으로 바꿔 버렸다. 국민소득 2만불을 바라본다는 2014년 대한민국의 아픔이다.


▶ 창조경제와 규제개혁은 박근혜정부의 경제 가장 큰 줄기다. 창조경제는 신시장을 만드는데 그 시장에는 규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규제가 옥좨면 창조경제는 클 수가 없다. 정책의 두 줄기 자체가 굉장한 모순이다. 최근의 LTV, DTI 완화가 규제개혁정책이라는 최경환號의 일성은 끔찍하다. 더 이상 대출을 늘릴 여력도, 부동산가격이 오르라는 희망 조차 없는 시장에서 LTV, DTI 완화는 말기암 환자에게 포도당주사를 꼿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일단 두번째로 둬야 한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 규제개혁의 백미는 시장의 진출입을 막는 독과점적 규제의 타파다. 물론 과점체제의 대기업들과 일전을 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쏟아지는 일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국민들 지갑에 돈이 들어오면 당연히 소비가 늘고 기업은 만세를 부르게 된다. 나눠먹는 일의 문제다. 혼자만 배부른 자들에게 조금 나눠먹자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가르키는 방향을 틀렸다. 누군가 고쳐줘야 하는데 기대만 건다. 답이 없다. 국민소득 2만불을 바라본다는 대한민국의 2014년이 답이 없다. 답답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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