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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새정연의 답은 박원순이다



  박원순이 새정연의 답이다. 결론부터 미리 던져 놓으니 일단 비난하는 사람이 많겠다. 박원순이 새정연의 답인 건 그가 대권후보로써의 답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박원순이 해왔고 펼쳐왔던 짧디 짧은 서울시정이 새정연에게는,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답이라는 소리다. 그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시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이들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고 욕을 한다. 과연 박원순이 아무 것도 한 것 없이 재선에 성공했을까. 아니다. 박원순은 한 것이 아주 많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다시 뽑혔다. 지지율 5%로 시작해서 안철수라는 정치적 뒷배 덕택에 손쉽게 시장에 당선됐다면, 짧은 재임기간을 고려해봤을 때 당연히 경선에서도 힘을 쓰지 못할 뿐더러 본선에서도 떨어져야 했음이 맞다. 시민운동가라는 우파들이 싫어하는 출신의 인물일 뿐만 아니라 당선 후 급속하게 시작한 '오세훈 지우기'로 많은 사람들이 반기를 들었어야 했다. 놀랍게도 그는 당당히 승리했고, 새정연의 대권후보로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원순이 이길 수 있었던 선거공식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여론의 높은 지지율과 둘째 그로인해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사표 기피의 심리'다. 여론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당에서도 밉지만 쉽사리 버릴 수 없는 카드였다. 지지율이 높으니 표는 당연히 몰린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가 희안했던 것은 각 진영의 혐오적 인물이 맞써 싸운 형국이다. 우파가 극도로 싫어하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좌파후보, 좌파가 격멸하는 재벌2세에 돈밖에 가진 것 없는 우파후보, 이 둘이 심하게 다퉜고 결국은 박원순이 이겼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정몽준 대신 김황식이 나왔다면 이야기를 달라졌을 것이다. 김황식이 '朴心'을 내세웠다가 당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똑같이 '朴心'을 내세운 유정복은 새누리의 死地인 인천에서 승리를 거뒀다. 후일담이지만 새누리 경선이 파워게임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정몽준이기 때문에 그렇다.


  박원순의 이길 수 있었던 그 기저에는 다른 심리도 작용했다. 서울은 이미 다 갖춰진 도시다. 개발의 칼날이 스쳐갈 때마다 없는 사람들은 점점 밀려나야 했다. 남게 된 사람들의 삶은 점점 비좁아 졌다.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니 모든 사람의 삶이 비좁아지고 황폐해졌다. 지쳐가는 것이다. 그런 서울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삽'이 아니라 '풀'이다. 대다수의 서울시민들은 거창한 개발을 바라지 않는다. 그로인한 막대한 부채로 미래를 저당 잡히고 싶지 아니한다. 정책과 제도, 혹은 약간의 예산으로 생활 자체에 스며드는 정책을 원한다. 이런 심리가 이번 선거에 더욱 분명히 반영됐다고 본다. 개발시장에 지친 시민들이 생활시장을 만나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 심야올빼미버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어딜 다닐래도 택시를 타면 보통 돈만원 이상을 내야하는 서울시민들, 특히 서민들에게 심야버스는 훌륭한 발이 돼 줬다. 절박한 주머니 사정을 꽤찬 정책이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낸 성과다. 일부를 달래서 전체를 행복하게 했다. 아주 훌륭하고 따뜻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제 새정연이 지향해야할 바는 아주 명확해졌다. 국민들 가슴 속에 스미는, 생활 곳곳에서 마주할 정책을 내놔야 한다. 파워게임에서는 절대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그들은 아주 많이 가졌고, 또한 영리하고 수환이 좋다. 새정연은 저돌적이고 틈나면 안에서 싸운다. 새누리는 힘들땐 뭉친다. 그게 둘 사이의 큰 차이다. 새정연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해서, 박원순이 송파구민의 마음을 휘어잡았듯 부산을 비롯한 부울경 지방에서부터 차례차례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고,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당으로써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을지로위원회'라고 만들어봐야 한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는 한 것이 많다고 말하겠지만, 기자와 언론을 잘 다루지 못하니 세상에 드러난 치적이 별로 없다. 이 또한 새정연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제부터 정신차리면 된다. 박원순이 가능성이다. 박원순표 정책이 새정연의 지향점이다. 반면 박원순은 정치인으로써 크게 크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인기와 치적은 서울에만 너무 국한돼 있다.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정치인으로써의 이미지를 다져야 한다. 새정연은 박원순을 배워야 하고, 박원순은 새정연을 배워야 하니, 이 또한 정치의 굉장한 아이러니다. /납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