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궐은 '안철수 정치적 사망日'

  안철수는 끝났다. 일전에 그가 양보로 대권행 '고속티켓'을 끊었다고 논한 적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존재다. 현재 스코어 그는 끝났다. 정치적 시한부 상태다. 모든 이유는 그에게서 촉발됐다. 홀홀 단신으로 정가에 입문해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다. 국회의원에 도전해 금배지를 달았다. 그의 영향력으로 다른 의원을 당선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새정치를 한다며 헌정치를 답습한 그의 태도에 있었다. 날이 갈수록 정치 경력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억지 학예회 무대에 오른 어린아이처럼 그는 늘 얼어 있었다. 대중적 친화력도 이젠 없어졌다. 청년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다. 기성정치인이 됐다. 보수언론에 떠밀려 정치를 시작했으나 마침표는 스스로 찍은 셈이다. 동작을 공천 갈등은 그의 정치적 생의 마감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불보듯 뻔한 결과다. 김한길과 한배를 탔지만 그가 인도한 길은 엉뚱한 길이었다. 철수는 길을 잃었다.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新한나라당'과 '새정치민주야합당'은 민심을 정확히 두 쪽으로 나눠 가졌다. 국민들은 냉혹했고, 누구의 손에도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으로써는 서울을 수복했다며 스스로 좋은 평가를 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접전지 몇몇 곳에서 체면을 차렸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진보교육감들만 득을 본 선거였다. 과정은 따뜻하게 결과는 냉혹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그것을 하지 못했다. 동작을 선거를 보면 새정치연합 혹 안철수의 도취를 엿볼 수 있다.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보내거나, 대중이 아주 깜짝 놀랄 신진정치세력을 등장시켜야 했다. 개혁공천을 해도 여당과의 싸움에서 승패를 감히 예측할 수 없는데, 가신공천을 했다. 기동민이 누구인가. 듣도 보지도 못한, 그저 박원순의 하수세력 정도로 치부되는 인물을 동작을에 올렸다. 새누리당은 눈치를 보다 막판에 나경원의 선택을 유도했다. 결과는 뻔하다. 나경원의 승리다.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재선을 했다. 그의 정치적 역량은 거기까지다.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 이를 당선시킬 수 있는 그릇이 아직 아니라는 소리다. 

  나경원의 동작을 승리는 곧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을 부른다. 친노가 숨죽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들은 치고 빠져야 할 타이밍을 체득하고 있다. 문재인이나 한명숙, 이해찬, 누구 하나 공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는 소리를 들어보지를 못했다. 맹수는 사냥감이 힘이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 사냥감이 지치고 대항할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할 때, 맹수는 단숨에 달려들어 목아지에 덥썩 문다. 사냥감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결국 먹이감이 된다. 친노는 가만히 숨죽이고 있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만들어낸 재보궐 선거에서 그들은 조용히 기다린다. 오만은 곧 지도부에 대한 문책을 부른다. 사방팔방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친노는 달려들 것이고 결국 둘의 목아지를 물어 숨통을 끊을 것이다. 정치의 법칙이나 사냥의 법칙이나 똑같다.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득을 볼 세력은 親盧와 反盧도 아닌 中盧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득을 볼 것이다. 조심스레 전남 순천, 곡성에서 이정현 前 청와대 홍보수석의 승리를 점쳐 본다. 그는 재보궐 출정식에서 순천, 곡성에 국비를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대통령의 입이었다. 대통령의 입에서 국비를 쏟아붓겠다고 했다. 호남이 박정희 前 대통령대부터 온갖 핍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받은 만큼 호남이 득을 본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이 이제까지 잘한 것은 요샛말로 '밀당'이다. 미워도 한번은 박근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말로에는 내 새끼를 챙기는 것이 호남민심의 특징이다. 재보궐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선거이다보니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고로 이정현 前 수석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동작을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하고, 책임론이 불거지면 수원병에 출마한 손학규가 당권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 이정현 前 수석이 선전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체면치레는 된다. 국정 동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안철수만 오리알 신세가 된다. 김한길이야 예전에도 비주류 였고 지금도 비주류다. 손해볼 게 없는 사람이다. 그의 도움으로 안철수가 출구전략을 찾았다. 그로써는 아름답지 못한 결말이다. 한때 한국정치에 희망이었던 그는, 이제 한국정치의 쓴맛을 보고 퇴장하게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기성정치를 뚫고 들어온 그가 선전하기를 바랬었다. 스스로 만들어낸 망조에 어디 말을 더 보태랴. 잘 가시라. /납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