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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내뱉기, 토성과 알레그로

  도시인에게 별은 낯설다. 해서 별바람과 은하수에 눈과 마음을 적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별은 그 한순간이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한순간의 불빛이다. 헌데 한순간의 별빛이 매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멀까. 별과 나는 일직선에 서 있다. 백미터 트랙을 서로 마주보며 서있다고 한다면, 별에서 나온 별빛은 나에게 맹렬히 다가온다. 별빛이 칼루이스이고, 달리는 칼루이스를 까무라치게 바라봐야 한다면 얼마나 급박한 기분일까. 별과 나 사이는 더 하다. 별과 나 사이에는 무수한 먼지와 어둠과 가스가 채워져 있다. 별이 내뿜는 빛 중에서 운 좋은 녀석이 나의 눈에 비춰진다. 내 눈이 별빛에 물들면 가슴까지 다 파랗다. 그렇게 별과 내가 밤 한가운데에 서 있다. 문득 정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무섭게 휘몰아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토성과 알레그로가 그렇다. 토성은 저 멀리서 보면 잘 마블링된 찰흙덩어리 같다. 알레그로는 음악표시다. 천천히라는 말이다. 토성과 알레그로를 떠올리면서 인간이 아주 오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토성은 거대한 대류다. 그 안에 들어가면 휘몰아치는 가스폭풍에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알레그로도 마찬가지다. 사실 알레그로는 무한히 빠른 음파의 반복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파동의 조합일지도 모른다. 파동과 파동 사이는 무수한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그저 천천하다.

  별빛을 바라보는 감정과 토성을 바라보는 감정, 알레그로를 듣는 감정은 비슷하다. 문득 밤 하늘 아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감정이 애타다. 인간은 별을 보며 내가 어디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시안적으로는 알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에서 왔다. 단순히 아버지만 두고 본다면, 아버지는 그 아버지에게서 왔다. 그 아버지 역시 아버지의 아버지에게서 왔다. 태생이 한 개의 점에 불과한 우리는 풍선처럼 팽창하면서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그래서 진화론은 허망하다. 당장 눈 앞에 그려지는 진리도 파악 못하면서 수십억년을 추적한다. 아니 심지어 우주까지도 한 개의 점에 불과했다는 망상을 늘어놓는다. 우주는 누군가 던져 놓은 방물더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만히 보는 흙더미 속에도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머리 속에서는 일정한 정리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자체도 우주다. 기억은 별처럼 머리 속에 박혀있고 그 안에 하나의 질서가 있는 것이다.

  질서에 대해서 생각한다. 질서는 정돈된 무질서다. 잘 나뉘어진 반죽이다. 규칙적으로 놓여 있는 도미도다. 질서는 하나의 규칙이다. 규칙은 잘 정돈된 무작위 행동이다. 흩어진 것을 정돈해놓으면 질서 있다고 한다. 우주는 질서가 있을까. 우주는 흩어지지 않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법칙으로 단단히 묶여 있다. 어느 한순간 그 한 고리가 풀리면 우주는 산산조각날 것이다. 그래서 생명은 늘 도피를 준비하는 것일까. 질서와 도피는 종이의 앞장 뒷장과 같은 기분이다.

  별헤는 밤이다. 별 속에서 헤매는 밤이다. 구름 속에 가려져 있지만,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연찮은 일들이 몇몇이 있었다.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붙여보니 한 사람이 떠올랐다. 갑자기 오늘 그 조각들이 나에게 던져졌는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 나에게 그 조각을 하나하나 던진 것이라 가정한다면, 조각들의 파편을 양팔로 움켜 받은 나는 무질서다. 인식은 무질서의 인식이 됐다. 허나 나는 곧 질서를 찾았고, 기억을 해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다. 우연은 그저 우연이다. 잠시 스쳐갔던 만남 역시 다 우연이다. 필연으로 잘 사는 부부들은 우주의 시간에 빗대면 우연 축에도 못 낀다. 그래서 메마르게 하루를 닫는다. 퍼즐들이 하나하나 짜맞춰지면서 그림이 됐지만, 그 그림도 곧 깨어진다. 몇몇 가지의 지나간 기억에 숨소리가 더디게 지나가는 밤, 무질서의 밤 속이다. 우주의 밤이다. 우주의 찰나를 공간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주라는 한 공간에 나도 있고 그 사람도 있다. 밤도 있다. 별도 있다. 아직 새벽을 기다리는 달도 있다.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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