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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구업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당신의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국정원과의 악연을 끊어달라. 2013년 우리는 차마 꺼내기 힘든 민망한 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첫줄은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발언이고 다음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발언이다. 새누리당도 잘한 바 없다. 오히려 시비는 먼저 건 셈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듯 인격말살을 저지른 벌이다. 우리네는 옛부터 예의범절을 중시해서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작금은 동방상놈지국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들이 내놓는 말솜씨가 무뢰하다. 사정이 이러니 새싹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요새 학교를 가보면 온통 욕지거리 투성이다. 아이들이 욕을 빼면 대화를 할 수 없다. 아이교육에 앞서 어른교육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싶은 대목이다.

 

▶퇴근을 하려는데 당직상사의 말소리가 귀에 묻어났다. 귀를 씻고 싶을 정도의 험담이었다. 누구를 하나 불러 앉혀놓고 부하직원 험담을 하고 있었다. "기사는 네가 다 쓰는 셈인데, 바이라인도 네 것을 다는게 옳다" "게네들이 할줄 아는게 도대체 뭐냐" 이러는 사람이 정작 당사자들 앞에서는 잘한다 잘썼다 추켜세운다. 아이러니다. 앞과 뒤가 다르다. 저러는 인간네들이 싫어서 본인은 앞에서도 욕하고 뒤에서도 욕한다. 이왕 욕을 할 바에야 앞에서도 하고 뒤에서도 하면 적어도 일관된다. 앞에서는 칭찬하면서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신뢰가 안간다. 이미지 관리를 하는 셈이다. 상사는 부하직원 욕을 하고 부하직원은 상사 욕을 한다. 욕과 욕을 주고 받는 직장생활이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손님은 주인 욕을 하고 주인은 손님 욕을 한다. 정치는 그 나라 국민성이라 했다. 이러니 정치가 온전치 못하다. 상스럽다.

 

▶불가에서는 삼업이라는 말이 있다. 살생 투도 사음을 신업, 망어 기어 양설 악구를 구업, 탐심 진심 치심을 의업이라 했는데, 이 중에 구업이 가장 큰 업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생명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고 음행을 하는 짓보다 말로 짓는 죄가 제일 크다니 가히 큰 헤아림이다. 출근하면 지나가는 차에다 욕을 하고, 직장가서는 직장사람들에게 욕을 하고, 집에 와서는 가족들에게 욕을 하고, 모임이라도 한다치면 지인들에게 욕을 한다. 겉으로 꺼내지 않아도 마음 속으로 품어도 업이다. 중생은 구업과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산다. 한시도 쉬지않고 서로와 부딛히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업이기도 하다.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은 운전을 하면 재미있는 말을 쓴다고 한다. 행여 끼어들기를 하는 등 운전에 방해를 주면 "은총 받으라"며 마음을 다독인단다. 좋은 수다. 오히려 구업을 짓지 않고 복을 빌어준다니 종교인의 마음씀씀이는 참 넓다.

 

▶마음 속이 심난한 홍준표 경남지사는 옛 대변인 시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멋들어진 표현을 썼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신을 향해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귀태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야 좀더 부각될거라고 생각하는 요샛 대변인들에 비하면 프로정치인이다. 요샛 사람들은 죄다 아마추어다. 저렇게 말맛있게 은근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면 말하는 사람의 품격도 업그레이드된다. 상스럽고 시정잡배들이 쓰는 표현을 쓰면 말을 함과 동시에 화자의 인격도 바닥에 추락한다. 물론 어렵다.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몰아붙일게 아니라 "어제의 원수가 오늘의 동지가 된 이상한 현실이다"라고 은근 돌려서 말할 수도 있었겠다. 직접 몰아붙이면 후폭풍도 쎄다. 모난 놈이 돌을 맞기 마련이다. 멋진 말솜씨로 하고 싶은 말도 하면서 은근히 돌직구도 날리는 세객들이 그립다. 막말이 판을 치는 대한정치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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