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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호모에스엔에스를 탈출하며

 

  호모 에스엔에스(SNS)의 시대다. 출퇴근길이나 술자리 등 가볍고 기능이 향상된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어느 곳에서든지 SNS를 할 수 있는 시대다. 너도나도 SNS를 찬양하고, SNS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 시대에 뒤쳐진 것이라 여길 정도로 SNS가 만연해있다. 너무도 유명한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스마트폰을 켜고 자신이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 자랑하기 여념없다. 신문지면에 정치사진을 보면 사진기자 카메라보다 더 많은 카메라들이 정치인들을 찍어대느라 바쁘다. 음식점에 가서 보기 좋은 요리를 만나면 스마트폰으로 찍어 SNS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자랑을 한다. 음식을 즐기고 사람과 어울리고 담대히 풍경을 감상할 그 소중한 시간에 자랑하는 포스트 하나 올린다고 난리다. 전자시대의 흑사병이다.

 

  저 스스로 자랑할 것 없는 인간들이 빚을 내 비싼 차를 사고 명품을 휴대하듯, SNS 역시 일종의 사치병이다. 이외수나 해민스님 같은 고상한 사람들과 팔로우를 맺고 남들이 보기에 고상하게 느껴질만한 취미들에게 '좋아요'를 날린다. 정작 스스로의 인간됨은 그렇지 못한데 말이다. 이것은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과정과도 상통한다. 현실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온라인상에 가상의 자아를 만들고 그 가상의 자아를 통해 현실의 자아를 위로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친 에고의 무시며, 거짓된 이드의 발현이다. 가상자아와 현실자아의 괴리가 심해지면 정신분열이 온다. 가상자아를 마치 현실로 여기는 것이다.

 

  또 다른 악의 손길은 벌거 벗겨진 일상이다. 알게 모르게 SNS를 통해 사람들의 많은 것들이 벌거 벗겨진다. 그 벌거 벗겨진 일상의 조각들은 빅브라더를 통해 빅데이터로 쌓이게 되고 어느 순간 누군가들에 의해 통제되어질 가능성도 있다. 무심코 던져 버린 쓸모 없는 자료들이 모이면 사회현상을 분석할 만한 큼지막한 덩어리로 바뀐다. 그것은 마케팅이나 선전선동,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된다. 본인의 의지로 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고 있지만, 사실 그것조차 마케팅의 함정에 빠졌을 수도 있다. 개인은 스스로의 의지로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추후에 보면 누군가의 지갑이 두둑해지고, 누군가는 높으신 자리에 올라 앉아 있는 그런 류의 폐해다.

 

  필자는 오늘 유일하게 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없애 버렸다. 지나친 억측일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것에 빠져 있는 필자의 모습에서 소위 잉여스러움이 느껴졌고, 아무 생각없이 올리는 포스트에서 세상에 벌거 벗겨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포스트를 보면서 이게 과연 인간관계에서 득이 될까 독이 될까 하는 그런 류의 생각도 들었다. 한국은 유행사회다. 모든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이상인간으로 취급받는다. 허나 모든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굳이 그것을 해야할 필요는 없다. 사업상 필요로 하거나, 특별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할만하지만, 필자 같은 범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악세사리다. 호모 에스엔에스의 시대이다. 허나 언젠가 호모 에스엔에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추억할 것이다. 모닥불에 앉아 도란도란 음성과 눈빛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나누던 옛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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