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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봄날은 간다

▶ 계절이 돌아오면 회자되는 노래가 있다. 추억이 파고드는 가을날에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체 떠나간 우리를 떠올리는 '시월의 마지막 밤'이란 노래는 지금도 '잊혀진 계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신다. 이제 봄이다. 세상이 약동하고 초목이 푸르러지는 봄이 왔다. 시냇물 소리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도드라지는 계절의 전령은 차디찬 시절이 다 떠나갔음을 전한다. 들녁에서 고개를 드는 산야초의 싱그러운 내음은 이제부터 찾아올 생명의 교향곡이다. 우렁차다.
▶ 상우는 푸르른 봄날의 언저리에서 은수를 만난다. 대나무 잎파리들이 서로 힘겹게 부딪히며 이제금 찾아온 봄날을 소박하게 읊어덴다. 허나 봄날은 소리소문없이 가버린다. 신작로 위의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이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이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이라 쓰던 기형도 시인의 봄날도 오는 기척도 없이 가버렸다. 봄날은 가면 그 뿐이라고 했다. 내용물 없이 떠오르던 추억들을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흔들어 보는 시절들이다. 봄은 소리없이 왔다가 사그라져 버린다. 봄이 오는 기척이 무서울 지경이다.
▶ '봄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시를 쓴 적이 있다. '꽃이 진다. 떠나는 바람길에 나의 청춘이 간다' 차마 슬프다 말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가, 오히려 슬플수록 아름다운 것이냐' '봄날은 갔다. 여름은 잠시 탁한 눈을 떴다, 가을은 누구의 가슴에 시를 남겼다' 건질 것 없는 시구들이다. 떠내려가는 잎사귀들은 어느 산맥이 남긴 연서구일까. 봄은 따뜻하다. 여름보다 버겁지 않다. 가을보다 설웁지 않다. 그저 그 온기가 생명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몽정기다.
▶ 예인들에게 봄날은 그저 머물다 가버린 손님이다. 누구도 봄을 완연히 누렸다고 단연하지 않는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어있는 봄의 상형들을 어루만질 뿐이다. 계측할 수 없는 봄날이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 어느 시점까지 따질 수 없는 계절이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만물이 깨어나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계절이다. 봄날이 따사로운 것은 그 사랑들의 온기다. 완연한 봄날은 사랑의 피날레다. 아쉬운 봄날을 다시 잡아본다. 행여 지금 잡지 않으면 다시금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소리 없이 움켜줘 본다. 봄날은 그렇게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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