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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풋사랑

▶ 달콤한 줄 알았는데, 한입 베어무니 비리다. 너무 새파란 사과였다. 색깔이 푸르디티한 아오리 사과는 원래는 쓰가루 사과로 불린다. 1930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개발된 아오리 사과는 간혹 덜 익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원래 파란 사과다. 파랗게 익은 아오리 사과는 원래부터 익은 사과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파란 사과가 풋사과다. 시고 떫은 풋사과의 맛을 시인들은 풋사랑과 비슷하다 했다. 시고 떯고 비린 사랑, 아마도 그 사랑은 모두가 품고 있던 첫사랑 보다 덜익은 풋사랑의 맛일게다.
▶ 가깝게 지내는 후배와 간단한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새빨간 사과같은 사랑을 많이 해본 그 후배는 지금도 풋사랑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풋사랑의 그녀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가진 돈이 없어 한시간 거리의 집을 뚜벅뚜벅 데려다 주고, 헌혈을 해서 받은 영화표를 갖고 현기증 나는 사랑의 영화를 봤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나의 풋사랑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살고 있을까. 너무도 많은 풋사과가 풀밭에 떨어져 있다. 아픈 추억조차 없는 삶이 때로는 서럽게 느껴진다.
▶ 풋사랑은 대부분 어떤한 이유에서 끝난다. 내적 갈등이건 외적 갈등이건 사랑을 갈라놓는다. 조금 더 잘 익은 사랑이 되게끔 갈라놓는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랑은 첫사랑이 아니라 풋사랑이다. 덜익고 비리고 시큼한 떫은 사랑이다. 각자가 제 당도에 맞는 성숙한 사랑을 언젠가 찾아가겠지만, 대부분은 잊지 못한다. 가끔 꺼내보고 떠올려보고 접으려 하다가 다시 펴서 아파한다. 사랑은 청춘에 한다. 물론 나이들어서도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여기서 통용된다. 아프니까 사랑이다.
▶ 모두의 풋사랑은 언젠가 빠알갛게 익은 사과가 된다. 사과농사꾼들은 표면이 꺼칠꺼칠한 사과가 맛있는 사과라고 한다. 표면에 광택이 심하고 맨들맨들한 사과는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정작 당도면에서 한참 떨어진다고 한다. 붉은 사과의 모양은 붉은 사람의 심장과 닮았다. 사랑의 표식인 '하트'와도 닮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는 것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심장이 알차게 익어 달콤한 사랑의 맛이 난다는 거다. 이제 곧 봄이다. 짐승이건 사람이건 사랑을 찾아야할 때다. 크고 붉고 달콤한 맛이 나는 사랑을 찾아야할 때다.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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