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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고졸채용확대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편집자 주>
  대졸 실업자가 500만을 넘는 이 시대에, 온나라가 고졸채용확대에 팔을 걷었다. 은행권을 선두로 각 기업에서 고졸채용을 확대한다는 뉴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외받던 고졸 출신들의 채용을 늘린다는 것은 참 좋은 소식이다. 허나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이면에 숨어있는 무서운 음모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9789>
 
  최근 고졸 출신으로 타이어 직공에서 대기업 전무까지 오른 한 인물이 화제가 됐다. 그 성공의 이면에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달금질해왔던 그의 노력이 있었다. 뉴스가 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부러워했겠지만, 그 펙트를 가지고 무작정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 당시의 채용현실과 지금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위 사람이 대기업에 입사하던 시절에는 공고나 상고가 큰 인기였다. 상고 출신들이 은행에 들어가고 공고 출신들이 산업계에서 부단히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에 구황을 해결하기 힘든 집들이 너무 많아서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면 어서 취업을 하기를 바라던 것이 당시 부모들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많은 수의 머리가 좀 돌아간다는 사람들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취업전선에 뛰어든 것이다. 허나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이스터고등학교다 하면서 기능인을 우대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려는 듯 현혹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온 그들의 사정은 기대와 다르다.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과 힘겨운 생산직 종사를 못견디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고졸채용을 확대하도록 기업을 독려한다며 입에 바른 말을 해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무서운 이유와 그보다 가벼운 불평등이 숨어 있다. 

  현재의 고졸채용확대 추세는 대졸자와 전문대졸자의 일자리의 일부분을 나누는 일종의 잡쉐어링 개념이다. 기업들이 채용의 일정 부분에 고졸을 채용함으로써 고졸들의 취업률 향상을 돕는다는 것이다. 허나 역으로 보면  대학 혹은 전문대학이라는 상위 학벌을 갖음으로 인해 더 좋은 직장을 갖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재의 대졸자와 전문대졸자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진 꼴이다. 불과 몇년전, 일명 '화이트칼라'라고 불리는 사무직에 종사하려면 대학을 꼭 나와야한다는 풍토가 전국을 지배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고등학생들이 비싼 학비를 들여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했지만, 정작 사회에서 하는 소리는 가뜩이나 부족한 그들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말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졸과 대졸 사이에 끼여있는 전문대졸이 상대적으로 더욱 큰 박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졸 이하 수준의 직장을 바라던 그들의 희망은 고졸채용확대로 인해 아래서 치이고 위에서 받치는 형국이 돼 버렸다. 야심차게 준비한 국가의 노동정책이 불평등을 양산하는 수단에 그치고 만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졸채용의 확대는 곧 비용의 감소를 의미한다. 각 기업에서 고졸과 대졸 사이의 임금격차가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존재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장단을 쳐주니 기쁘게 어깨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또 고졸채용의 확대는 기업이 노동자를 조금 더 다루기 쉽게 만드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졸 출신이 가득한 노조는 항상 '따지기'와 '드러눕기'가 판을 치는데, 상대적으로 교육을 덜 받은 고졸을 채용하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사관계에서 갑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기에 구미가 당기는 것이다. 또 고졸 근로자가 기업에 많아짐으로 인해 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간의 갭이 발생할 수 있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현실에서 고졸 출신들도 나름대로 노조를 만들어 대졸 출신 노조를 견제하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교섭창구가 다양화되니 노사관계에서 더욱 유리해진다. 또 양 노조의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이전처럼 집단 파업과 같은 초유의 사태를 막을 도구도 생기는 것이다. 결국 고졸채용확대가 기업에게 큰 이득이 되는 것이고 전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부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만약 고졸출신들의 채용이 늘어 현재의 고등학생들 중 많은 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것은 곧 사회 전체의 학력이 하향화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전 국민의 우민화'가 진행되는 현상이라고 조금 과장해서 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높은 학구열로 많은 수의 국민들이 대학을 졸업해 OECD국가 중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제일 많지만, 반대로 정치가들의 입장에서는 머리 큰 놈들이 많아졌다. 머리 큰 놈들이 많아짐으로 인해 정치가들의 위선이 들통 나고 사회에 불평이 증가하면서 그들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든다. 허나 우민화된 현실에서는 정치가들의 입놀림과 포퓰리즘 만으로 충분히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비록 현상이 그렇게 결론나지는 않았지만, 왠지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고졸채용의 확대'가 곧 '우민화의 확대'로 이어지는 현실이 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졸 출신들이 우민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을 더욱 다루기 쉽게 만들려는 고도의 책략이 숨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에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다.

  사회 일반에서는 고졸채용 확대를 통해 학벌 위주의 사회에 경각심을 울리자고 입이 닮도록 외친다. 허나 단순히 채용규모를 늘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졸이든 대졸이든 상관없이 하는 업무의 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고 정당한 노력이 학연에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고졸채용을 확대한다며 거짓말을 해댈게 아니라 고졸이 일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만드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또 그들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고 그들이 종사하는 직종의 처우를 개선해 구미 선진국처럼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경계가 모호하도록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 기반조성을 위한 노력 없이 또 수치만 갖고 성적표를 좋게 받으려고 난리를 핀다면,지금의 고졸채용자들이 수년후에 맞닥드리는 현실은 참으로 암담해질 것이다. 정책의 기본은 신뢰고 예측가능성이다. 정책이 인기를 신경쓰기 시작하면 나라에 망조가 든다. 그래서 조금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진정 바라는 것이 고졸과 대졸의 구분이 없는 평등사회라면, 지금에 존재하는 각종 벽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야 한다. 그런 선행이 없는 정책은 결국 '알맹이 없는 호두'다. 소갈딱지 없는 밴댕이다. 내용물 업는 선물상자다. 빈통이다. 깡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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