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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맥잡, ATM, 자본주의 안에 인간은 없다.


  자주 가지는 않지만 어쩌다 한번 맥도날드에 갈때마다 불편함에 스스로 옥신각신하다. 맥도날드에 가면 손님들을 줄을 서서 먹을 것을 골라야 한다. 캐셔는 단지 손님의 주문을 주방에 전달해주는 역할 뿐이다. 주방에서는 주문된 음식을 서둘러 조리하고 있고, 손님은 기다려야 한다. 주문된 음식을 받고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며 빠른 시간안에 먹어치워야 되고,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분리수거까지 해야 한다. 어쩌다가 쓰레기를 치워주는 작은 호의라도 받는 날에는 세상 모든 서비스를 다 받은 기분이다.

  누구나 지적하는 이야기지만, 맥도날드의 시스템 자체가 바로 자본주의의 시스템이다. 맥도날드에서는 손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주문에서 서빙, 쓰레기 치우기까지 모두 손님 몫이다. 의자는 오랜시간을 앉아 있지 못하도록 아주 불편하다. 밀려오는 손님에 오래 앉아 있으면 왠지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음식은 비싼 편이다. 싸지도 않은 음식을 아주 불편하게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불평이 없다. 맥도날드에 들어선 순간, 사람들은 이미 맥도날드 사회에 익숙해져 버렸다. 누구 하나 불만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모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을 뜻하는 맥잡의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맥잡퍼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각자 분업화된 햄버거 제조 공정의 일부분을 담당한다. 매니져는 연신 시간단축을 외쳐댄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주방 안에 붙어 있는 시간단축에 대한 메시지를 봤겠다. 필자의 기억은 24초였다.

  맥도날드 안에는 많은 존재들이 있다. 자기 스스로 먹을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줄을 스고 음식을 받고 불편하게 앉아서 빠른 시간 안에 먹어치우고 분리수거 까지 해주는 친절한 손님. 똑같은 맨트를 반복하고 카드를 긁는 캐셔, 주어진 제조공정 안에서 촌각을 다퉈야 하는 조리원부터, 시간단축에 목을 매는 매니져까지, 참 많은 존재들이 있다. 많은 이름들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인간은 없다. 누군가를 위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는 요리사나, 친절한 미소의 서빙아가씨, 일상의 사소함부터 묵직한 사회현안을 토론하는 손님, 식당이 제공한 음식을 아주 맛있고 즐겁게 먹어주는 손님, 음식을 먹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며, 조리하는 것 또한 누군가에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지만, 적어도 맥도날드 안에서는 그런 일은 없다. 음식을 대면함에 있어 인간이 즐겨야할 그 모든 것은 맥도날드에는 없다. 그래서 맥도날드에는 인간은 하나도 없다.

  또 다른 일례로 은행의 ATM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은행들은 ATM기가 생기면서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휴일이나 야간에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기에 손님을 위한 아주 편리한 기계라고 선전을 한다. 그러나 은행은 ATM기가 생기면서 말단은행원들의 수를 줄였다. 그래서 여전히 손님들은 ATM기 앞에서도 기다려야 하고, 창구 앞에서도 기다려야 한다. 아침에 버스 5분 10분 늦는 것도 불평하는 사람들이 은행에 가면 아주 착하게 잘 기다린다. 은행원의 업무 역시도 맥잡과 비슷하다. 정해진 업무처리프로세스가 있고 그 일을 처리할 만한 대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저축을 장려하던 과거와 달리 펀드나 보험, 카드 등 은행원들 할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대출상담을 받다가도 카드가입을 권유받기도 한다. 불쾌하지 않는가! 분명 내 돈을 은행에 맡기러 오거나 혹은 은행돈을 써주기 위해 왔는데, 기다려야 하고, 또한 불편해야 한다. 이게 과연 옳은 현실일까?

  맥잡과 뱅크잡의 서글픈 현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지만, 필자가 더욱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른 부분에 있다. 불편한 맥잡과 불쾌한 뱅크잡, 그 상위에는 포드시스템이라 불리는 자본주의의 체제가 있다. 포드시스템 안에서 인간은 생각 없는 부속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문제 없이 처리하면 된다. 행여 자기가 휴가라도 가면 다른 누구나 그 안에 들어가서 일을 해도 성과는 똑같다. 

  포드시스템이 사회 각 부분에 정착이 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인력감축이다. 이 인력감축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쾌한 손님에서 불후한 노동자로 전락한 인간은 곧 기계에게 그 모든 것을 내어주고 퇴출될 것이다. 자동화 기계화된 미래에 대해 밝은 빛깔의 청사진을 그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인간은 노동을 해야 한다.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변화하는 사회상에 서글픔을 느낀다. 누가 인간에게 노동하는 즐거움을 빼앗았는가! 누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앗아갔는가!

  대기업이 구조조정이 되고 경쟁력을 갖게 되면 그것은 곧 국부와 연결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일삼는 위정자들에게 일갈하련다. 국가경쟁력의 근간은 국민경제다. 국민경제는 곧 완전고용과 상통한다. 국민들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돈이 곧 국가라는 엔진을 연소시키는 기름이다. 위정자들아 국민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라. 청년인턴이니 공공근로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회용 정책은 내다 버려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라. 어떤 부분에서는 공산주의도 달게 삼킬 줄 알아야 한다. 스웨덴의 일자리를 공공부분이 3개 중에 2개다. 선진사회가 별개 아니다. 위정자들아 배울 걸 배워라. 천박한 자본주의는 벗어던지고 따듯한 자본주의를 갈아입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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