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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記

삼브라보 삼브라보 아홉찰리 하던 시절

몸으로 배운 것, 즉 맞으면서 배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 인생의 지론 중 하나다,

군무전병 시절, 숫자를 나타내는 말은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 공 이었다, 행여 무전 중에

해깔리지 않도록 숫자의 말을 바꾼 것이다, 또 알파벳을 말할 때는 알파 브라보 찰리 델파 폭스트롯,

으로 해서 알파벳 글자 하나마다 단어를 부여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군통신의 핵심이다,

특전사 출신으로 동티모르 등 숱한 파병을 다녀온 중대장의 특기는 등산과 산책이었다,

정해진 행군로를 가다가 문득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상한 산길을 개척하면서 오르는 통에

999k무전기 안테나는 성할 날이 없었고, 본인은 밥먹고 진지 들어가 잠을 자다가, 내가 정비를 마치고,

들어오면 순찰은 돈다며 밤새도록 산책을 다녔다, 중대장 무전병은 뽀대가 생명이라며 밥을 먹을 때나,

용변을 볼 때도 늘 무전기를 내려놓지 못하게 했다, 중대장 식단이 형편 없다는 통에 사재를 털어,

맛다시와 참치 등을 공급했으며 각 소대장, 하사관들이 중대장 식판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봤었다,

훈련 때 잠을 잔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대대 정보과에서 훈련계획인 상황판이 나오는 시각이 저녁 7시,

부랴부랴 상황판을 따고 소대 전령들을 불러서 상황판을 배껴 그리게 하고 통신장비를 점검하고,

배터리를 충전하고 내무반에 들어오면 새벽2시, 쉬이 잠을 들지 못하는 탓에 한두시간 뒤척이기 일수고,

겨우 한두시간 잠이 들면 새벽6시부로 화스트페이스가 발령된다, 군훈련은 대부분 절차훈련이다,

타병사들이 군장을 싸고 담배를 피고 훈련을 나갈 채비를 하는 동안, 나는 무전기를 메고 통신대를 찍고,

군수과를 찍고, 정보과를 찍고, 대대상황실을 찍고, 비문불출하는 척을 하고, 통신장비를 차에 싣고,

중대장 군장을 챙겨서 상황실로 들어가야 했다, 그 달리기와 달리기를 거듭하는 시간이 한시간반정도,

타중대 무전병들과 의미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사이 중대장이 나오고 작계지로 행군을 시작한다,

행군 중이나 식사 중은 물론 잠시 쉴 때도 무전기를 등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고, 훈련 중 잠은 없었다,

행여 밤에 잠시나마 조는 틈에 대대장이 무전이라도 때린 걸 못들으면 중대장에게 하이바로 맞았다,

5일을 자지 않은 적도 있으니 당시에는 체력적으로 꽤나 괜찮았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대장이 바뀌면서 군생활 내내 영원할 것 같았던 무전병 생활도 마쳤고 소대로 복귀했다,

중대장은 대대인사장교로 가면서 포상휴가 한장 주질 않았었지만 제대할 때 장교들에게나 주는

메달 같은 것을 하나 줬었다, 가끔 보고 싶긴 한데 연락이 끊겨서 만날 일이 만무하다,

제대후에 사모가 암에 걸려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했었는데 강인한 사람이니 잘 살고 있으리라,

그에게 배운 것 몇가지가 있는데, 행군 중에 쉬는 시간에 퍼질러 앉으면 더 몸이 힘들다는 것,

실제 쉬는 시간에 양껏 쉬면 다시 걷기가 너무 힘들다, 그것은 마치 바쁜 삶의 과정과도 닮았다,

잠시 쉬는 주말을 아예 파묻혀 보내면 주초에 일을 시작하기 힘들다, 계속 뉴스를 채킹하고,

약간이나마 활자를 탐닉해야 계속적인 일을 하기 수월하다, 직업이 계속적인 일이라 그렇다,

그리고 심기경호 비슷한 무언가를 배웠다, 중대장무전병은 비서랑 비슷한 일이라 항상 같이 활동하는데,

가령 무전병이 품위가 떨어지는 행동을 한다던가 하면 중대장 얼굴에 먹칠 비슷한 것을 하는 셈이다,

해서 행동가지 하나하나 말하는 거 하나하나 윗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고, 시키지 않아도 당연스럽게

해야하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어디서 써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