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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記

목포는 그냥 항구였다, 남도일미는 대체 어디간건가,

객차 내의 분주함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는 건 종착역에 다다른다는 기척이다,

일로, 무안 등 꼬마역들을 지나치면서 열차는 긴 지하터널을 통과해 목포역으로 몸을 드러냈다,

게으르게 출발했던지라 해는 뉘였뉘였 유달산에 걸쳐 있었다, 카메라를 준비해 들고 갔지만,

막차표는 11시, 대여섯시간 밖에 머무를 수없는 촉박한 일정에 어디론가 향하지 못했다,

일단 항구를 봐야되겠고 바다를 봐야되겠다는 일념에 소금내음을 찾아 발을 옮겼다,

연안부두는 조업을 기다리는 배들로 가득차 있었고, 좁은 만에 무의미한 개발을 늘어놓은지라,

바다 특유의 벅참을 느끼기엔 한없이 부족했다, 목포는 그저 항구였다, 멋없는 항구였다,

오래 기차를 탔던지라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확 들어, 허기를 채우러 식당을 돌아다녔지만,

홀로 온 객을 맞기 위한 식당은 찾아볼 수 없었고, 해변은 횟집과 아구찜집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렵게 찾은 기사식당의 백반은 가격에 비해 훌륭한 편이었고, 조기탕을 잘먹지 않는 나에게,

적당한 즐거움을 줄만큼 나름 맛도 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남도는 어디가나 맛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무참히 부셔버리는 결과였다, 어둠이 세상을 집어먹고, 바다안개가 음침함을 덮어가는 시간,

무언가 봐야 되겠다는 아쉬움에 내딛은 발길은 도로가에 자리한 철길로 향했고,

부두와 철길을 온전히 다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항상 생각할 것이 있고, 답답한 것들이 있으면,

바다가 있는 항구가 있는, 짭찌름한 바람맛이 느껴지는 곳을 향한다, 목포는 의외였다,

원래는 나주로 가려 했었다, 군대 때 나를 유독 괴롭히던 선임이 목포 출신이었다, 목포 쪽으로는

침도 뱉지 않겠다 생각했었는데, 세월이 그 순간들을 다 무디게 만들어 버렸나보다, 세월이 약이다,

나는 무얼 위해 여태껏 경주했던가, 목포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목표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한조각도 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맹세한 오늘도 다섯종류의 신문을 가방에 넣고 기차에 탔다,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실속을 차려야 한다, 달마다 눈에 띄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나 성과가 없인 어떠한 노력도 무의미하다, 유물론자다, 결과나 성과가 없는 일에 매달려선 안된다,

초봄은 교회에선 사순시기다, 새로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기다, 요약형부터 다시 언어를 좀더

섬세하게 다듬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더불어 나에게도 인생을 살아가는 기쁨을 줘야 한다,

기계처럼 살아왔지만, 나에게도 피가 흐른다, 친구 선후배야 차고 넘치지만, 조금더 깊은 감정적인 교환,

따듯한 배려가 있는 영혼의 소울키친을 찾아야 한다, 안정을 바라는 것보니 슬슬 나이가 먹어가나 보다,

이제 곧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한다, 지역의 일자리를 점점 줄어들고 결국 아웃소싱화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잡아야 한다,

피곤한 하루였다, 배움과 비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쉼표를 찍었으니 다시 문장을 만들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