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돌팔메] 약동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곳이 있다. 처마밑일수도 있고, 도심의 에이컨 실외기 밑일수도 있다. 음지다. 볕이 들지 않는 음지다. 한참의 무관심이 응시하는 그곳에 이끼들이 한웅큼 자라있다. 사의 공간인 벽을 뚫고 생의 공간인 허공을 향해 내뻗는 의지의 가지자람들이다. 몇푼도 안되는 양분과 습기로도 그곳은 충분히 생태를 이루고 있었다. 놀라움이다. 어거지로 인공의 손길을 거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기르고 녹색으로 영글게 한 것이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 있다. 뚝뚝 떨어지다가 요란스럽게 내리 붓는다. 하늘에서 일천개의 수도꼭지를 일제히 열어 제낀 것 같다. 먹구름이 까맣고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까맣다. 물길이 다녀간 도시에 갈라지고 파여진 아스팔트 생채기만 남는다. 놀라움은 그때부터다. 씨앗을 물.. 더보기 [돌팔매] 오래된 사진 어머니의 성급한 전화를 받고 깬 것은 늦은 아침이었다. 식당일을 하시는 어머니는 손님이 지갑을 놓고 갔는데, 찾으러 오지 않아서 대신 찾아주라는 이유였다. 지갑을 잃은 남자는 1986년 생이었는데, 어머니는 객지에 보낸 동생이 생각나서 그랬을 것이다. 전화번호도 없고 명함도 없고 학생인 것 같은데 도무지 어떻게 찾아줄지 모른드는게 어머니의 항변이었다. 모친말 잘 듣는 나는 늦은 아침을 하고 서둘러 어머니의 일터로 갔고 지갑을 건내 받았다. 지갑을 건내받은 내가 엉뚱한 생각이 든 것은 필시 내가 좀 못됐기 때문일게다. '신분확인'을 한다는 대의로 지갑의 여기저기를 뒤졌다. 일단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 정당성이 있기에 내 행동은 바람직해보였다. 일단 돈이 얼마 있는지 확인을 했다. 정확히 2만 8천원 정도 들.. 더보기 내뱉기, 토성과 알레그로 도시인에게 별은 낯설다. 해서 별바람과 은하수에 눈과 마음을 적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별은 그 한순간이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한순간의 불빛이다. 헌데 한순간의 별빛이 매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멀까. 별과 나는 일직선에 서 있다. 백미터 트랙을 서로 마주보며 서있다고 한다면, 별에서 나온 별빛은 나에게 맹렬히 다가온다. 별빛이 칼루이스이고, 달리는 칼루이스를 까무라치게 바라봐야 한다면 얼마나 급박한 기분일까. 별과 나 사이는 더 하다. 별과 나 사이에는 무수한 먼지와 어둠과 가스가 채워져 있다. 별이 내뿜는 빛 중에서 운 좋은 녀석이 나의 눈에 비춰진다. 내 눈이 별빛에 물들면 가슴까지 다 파랗다. 그렇게 별과 내가 밤 한가운데에 서 있다. 문득 정지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무섭게 휘몰아치는 것.. 더보기 0과 1사이 0 과 1 사이 키보드를 두들기던 남자는 눈을 들어, 모니터 구석에 자리잡은 시계를 바라본다. 오전 2:02분, 의자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의미없이 눈을 뜨고 있는 컴퓨터를 상대한지도 두어시간 정도 지났다. 그 모든 시간이 의미없었다고 생각이 들었을까! 잠시 허공을 응시하더니 가방에 손을 집어넣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찾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 책을 접거나, 책갈피를 꼿지 않는 것은 그의 버릇이자, 고집이다. 남자는 접거나 무엇을 꼿지 않아도 쉽게 자기가 읽던 페이지를 찾아간다. 집비둘기의 습성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색이 바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남자는 혀로 핣듯 책을 읽어버린다. 두 다리를 책상에 고이 올리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못다 읽은 부분을 하나하나 곱씹는..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