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과 알레그로가 그렇다. 토성은 저 멀리서 보면 잘 마블링된 찰흙덩어리 같다. 알레그로는 음악표시다. 천천히라는 말이다. 토성과 알레그로를 떠올리면서 인간이 아주 오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토성은 거대한 대류다. 그 안에 들어가면 휘몰아치는 가스폭풍에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알레그로도 마찬가지다. 사실 알레그로는 무한히 빠른 음파의 반복 속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파동의 조합일지도 모른다. 파동과 파동 사이는 무수한데,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그저 천천하다.
별빛을 바라보는 감정과 토성을 바라보는 감정, 알레그로를 듣는 감정은 비슷하다. 문득 밤 하늘 아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감정이 애타다. 인간은 별을 보며 내가 어디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시안적으로는 알 수 있다. 아버지 어머니에서 왔다. 단순히 아버지만 두고 본다면, 아버지는 그 아버지에게서 왔다. 그 아버지 역시 아버지의 아버지에게서 왔다. 태생이 한 개의 점에 불과한 우리는 풍선처럼 팽창하면서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그래서 진화론은 허망하다. 당장 눈 앞에 그려지는 진리도 파악 못하면서 수십억년을 추적한다. 아니 심지어 우주까지도 한 개의 점에 불과했다는 망상을 늘어놓는다. 우주는 누군가 던져 놓은 방물더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만만히 보는 흙더미 속에도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머리 속에서는 일정한 정리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자체도 우주다. 기억은 별처럼 머리 속에 박혀있고 그 안에 하나의 질서가 있는 것이다.
별헤는 밤이다. 별 속에서 헤매는 밤이다. 구름 속에 가려져 있지만, 별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연찮은 일들이 몇몇이 있었다.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붙여보니 한 사람이 떠올랐다. 갑자기 오늘 그 조각들이 나에게 던져졌는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 나에게 그 조각을 하나하나 던진 것이라 가정한다면, 조각들의 파편을 양팔로 움켜 받은 나는 무질서다. 인식은 무질서의 인식이 됐다. 허나 나는 곧 질서를 찾았고, 기억을 해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다. 우연은 그저 우연이다. 잠시 스쳐갔던 만남 역시 다 우연이다. 필연으로 잘 사는 부부들은 우주의 시간에 빗대면 우연 축에도 못 낀다. 그래서 메마르게 하루를 닫는다. 퍼즐들이 하나하나 짜맞춰지면서 그림이 됐지만, 그 그림도 곧 깨어진다. 몇몇 가지의 지나간 기억에 숨소리가 더디게 지나가는 밤, 무질서의 밤 속이다. 우주의 밤이다. 우주의 찰나를 공간적으로 생각해보면, 우주라는 한 공간에 나도 있고 그 사람도 있다. 밤도 있다. 별도 있다. 아직 새벽을 기다리는 달도 있다.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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