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돌팔매] 쫄면 안 된다면서 쫄면 안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병치레가 잦았었다. 혼자 병원을 나서는 날에는 혼밥을 먹어야 했다. 혼자 먹을 때는 라면 김밥이 좋다. 세종문화회관 근처 분식집에 다다랗다. 그렇다 쫄면 얘기다. 매콤새콤한 쫄면, 별 거 아닌 채소와 별 거 아닌 소스에도 참 별난 맛이다. 그날은 쫄면이 먹고 싶었다. 메뉴판에 떡하니 자리한 두 글자는 국민학교 때 첫사랑의 이름표 같았다. 쫄면이라고 부르면 고개를 돌리며 쳐다볼 것 같았다. 주인에게 쫄면 하나라고 불렀다. 참치김밥도 추가했다. 참치는 되는데 쫄면은 안 된다고 했다. 쫄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학교 때 첫사랑처럼 쫄면은 나를 외면했다. 쫄면에 차인 마음을 치즈라면으로 떼웠다. 치즈라면이 쓰린 속을 달래줄 때 한 무리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쫄면 달라고 했다. .. 더보기 [돌팔매] 모두 빛나라, 프로듀스 101 101개의 별이 있다. 희미하지만 또렸하고, 밝진 않지만 뚜렷하게 빛난다. 스타라는 이름을 갖진 않았지만 101개의 작고 힘겹게 피어오르는 희망이다. Mnet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그룹 지망생 소녀 101명이 경연을 펼친다. 신문에서 두어번 읽고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두어번 본 그들의 모습은 예쁘다기 보다는 치열하다. 101개의 흙수저다. A-B-C-D-F의 5등급으로 나뉜 소녀들은 주어진 노래와 율동을 해내면서 '국민'이라는 프로듀서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머리칼을 휘날리며 온몸으로 열정과 끼를 발산한다. 금수저가 되기 위해 온몸으로 흙을 털어내는 흙수저다. 누가 흙을 다 털어낼까. 저 흙을 털어내면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될까. 두고볼 문제다. 소수 만이 선택될 것이고, .. 더보기 [돌팔매] 김성근의 유산 ▶지방신문에 일할 때다. 한화이글스는 추락한 독수리였다. 날개는 있으돼 날지 못하는 닭과 같았다. 수비는 기어 다녔고, 타선은 맥을 못 췄으며, 투수는 기진맥진했다. 오죽하면 지금 미주대륙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에게 '소년가장'이란 별명을 붙였겠나. 그가 내려오면 불펜은 무너졌다. 완봉으로 승을 챙길 수밖에 없는 것이 소년가장의 운명이었다. 투수가 잘하면 수비가 뚫렸다. 수비가 손발이 맞으면 타선이 잠잠했다. 어쩌다 야수들이 잘 뛰면 마운드는 붕괴됐다. 한화는 그런 팀이었다. 김응룡 감독과 함께온 코치진은 한화를 한마디로 일갈했다. 저것들은 근성이 없다. 야성이 매말랐다. 해보려는 의지가 없다. 한화가 뒤집어질 때마다 직격탄을 맞던 나였다. 많은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뒤집어졌다. 승리로 기사를 미리 써논 .. 더보기 [돌팔매] 롯데 '바벨탑의 저주' 욕망이라는 탑은 결국 세워지지 못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같은 말과 같은 낱말로 살았던 시대였다. 신아르 라는 벌판에 자리 잡은 무리는 신성에 닿으려 했다. 꼭대기가 하늘나라 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려 했다. 돌 대신 벽돌을 단단히 굽고 진흙 대신 역청을 써 그들의 역사를 시작했다. 하늘나라까지 올라가는 탑을 쌓고 계단을 올리려 했다. 과학으로 신학의 영역을 넘으려 했다. 신앙의 은밀한 곳을 들추려 했다. 탑은 형체를 갖춰지고 높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갔다. 먼 곳에서 지켜보시던 주님이 알아채고 내려오시어 말씀하시었다. "이것은 그들의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못할 것이 없어진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기신 주님은 말을 섞어 놓아 서로 통하.. 더보기 晩冬 晩冬 겨울이 간다하며, 뒤돌아 서서 눈물 -계절이 다 간 줄 알았는데, 아쉬웠는지 여기저기 눈을 뿌려댔다, 두줄 정도 쓰려다가 한줄도 길다 싶어, 하이쿠로 써봤다, /납삽 더보기 채비 채비 제비 오나, 버들강아지 마중가는 발길 -봄이야기는 아직이지만, 어서 빨리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 거리는 것이 저 모양과 닮았다, /납삽 더보기 사랑 사랑 사람 더하기 사람, 사랑 -내 방 TV에 음소거 기능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원래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여겼던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납삽 더보기 뿌리 뿌리 울타리에 떨어지면, 덩쿨이 된다. 바다로 쓸려 내려가면, 바위를 움켜쥔 해초가 되고 들녁에 뿌려진 것들중에 쓸모있는 자들은 곡식, 나머지는 잡초가 된다. 척박한 산골에서 홀로 귀하게 자라면 약초가 되고 모든 시간을 견디며 하늘로 하늘로 굵기와 너비를 더하다보면 나무가 된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스스로 묻는다. -발밑에는 가을, 코끝에는 겨울이다, 돌벼락을 악착같이 잡고 올라가는 덩쿨을 보면 감정이입을 해봤다, /납삽 더보기 開花 開花 온기 양분 수분 기억 정성 계절 자각 운수 그러나 바람 꽃피기는 어려워도꽃지기는 쉽더라 -쉽게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어떠한 한 줄은 부단한 수천줄의 시행착오의 결과인데, 흔한 꽃도 피기가 참 어려운 것이다, /납삽 더보기 雨水 雨水 비가 내린다. 비는 떨어지는 물이다. 떨어지며 죽는 물이다. 비가 고여있다. 이런 말은 어법상으로 틀린 말이다. 때와 때의 사이가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죽은 비가 고여있다. -비가 세상을 덮었다, 편집자들은 이런 날 '雨수수'라는 말을 쓰길 좋아한다, 그 옛날 大家는 '뱃고동도 痛痛痛' 이란 제목도 썼었다, /납삽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