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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연탄 ▶ 내 이름은 구공탄이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구멍이 아홉개가 있어 구공탄이라 불렸다. 세월이 흘러 열아홉개로 삼십이개로 다시 이십이개로 이십오개로 구멍이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구공탄이라 불린다. 입에 익숙하니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구멍탄'이라고 제대로 고쳐 불러주는 것이 맞다. 구멍 수가 다른 이유는 내 재료인 석탄 산지에 따라 성분이 다르고 그에 따라 화력에 차이가 있어 그렇다. 당연히 구멍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잘 탄다. 보통 중부지역에서는 22공탄, 대구 이남과 전남에서는 25공탄을 쓴다. 한국산업규격(KS E 3731 구멍탄, KS E 구멍탄, 시험방법, KS ㄸ 3707 석탄류의 발열량 측정방법)에 따르면 나 한장의 발열량은 4600킬로칼로리다. 지난해 생산비용 647원에서.. 더보기
[我非我趣] 절대三락 ▶ 기차길옆 오막살이는 아니지만 이모네 옛날집은 철길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환경권이란 권리를 존중하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형방에 누워서 잠을 잘라 치면 덜커덩덜커덩 기차가는 소리가 구들짝 넘어 울려퍼지곤 했다. 지금 사는 곳은 기찻길과는 아주 멀리 있지만 오밤에 귀를 기울이면 저 멀리 기차걸음소리가 들린다. 덜커덩덜커덩, 지금은 초등학교로 바뀐 국민학교 시절, 기차는 절대적이었다. 심지어 그 어린 국딩이 기차의 종류를 술술 외울 만큼 기차가 몰두했다. 나에게 기차는 그저 좋은 것이었다. 외가집이나 가야 타는 기차, 입석을 끊고 무궁화를 타도 그저 좋았다. 기차는 내 어린 시절에 참 좋은 유희였다. ▶ 병적으로 좋아하던게 지도였다. 지도도 그저 좋았다. 지도와 기차는 절대 좋은 것.. 더보기
[돌팔매] 동자승 ▶ 동자승은 애절하다. 철이 들기도 전에 머리가 빡빡 깍여서 반스님대접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얼굴 찌뿌리는 일도 많겠다. 한창 어릴 때라 맛있는 것 먹고 싶은 마음이 많겠다. 대부분의 동자승들은 절에 들어오기 까지 사연이 기구하다. 버려지거나 버림받거나 하는 그런 류다. 그러다 엄격한 불도의 길에 들어서서 머리를 자르고 출가를 한다. 출가를 두번 한 셈이다. 불가에서는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몇이 있다. 고기를 구우면 온 절간에 기름냄새가 가득이다. 그러기에 어쩌다가 육식을 할 참이면 굽는게 아니라 삶는다. 삶으면 덜하다. 살육을 엄히 하는 풍토탔에 그런 습관이 생겼다 한다. 육식은 때로는 금이지만 어떨때는 약이 되기도 한다. 얼굴 찌뿌린 동자승들을 위해 침 삼키며 많은 스님들이 곤욕했겠다. 냄새는.. 더보기
[돌팔매] 채동욱 '父情과 不訂' ▶ 아버지가 있었다. 딸이 있었다. 딸은 생후 두살에 뇌성마비에 걸렸다. 아버지는 딸을 창피해 하지 않았다. 임지를 자주 옮겨 다니면서 모임도 잦았던 초임검사는 부부가 함께해야하는 자리에는 꼭 딸을 데리고 다녔다. 다소 산만해서 모임 분위기를 망칠까봐 염려돼 빗을 꺼내 머리를 빗기며 아버지는 딸을 품속에서 늘 재웠다. 부모의 사랑이 지극했을까. 병원에서 선고했던 날보다 더 오랜 세월을 딸은 곁에 있었다. 딸은 22살을 채우고 부모곁을 떠났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짧게 살다간 딸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제대로된 인간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 검찰의 꽃, 총장에 올랐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다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 한 검사가 있었다. 평검사 시절 마약쟁이와 조폭들.. 더보기
[我非我趣] 가위와 나 ▶ 때는 고2나 고3이었을듯 싶다. 당시만해도 잠버릇이 꽤나 험했다. 한번 잠들면 시체처럼 자는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그날도 온 방안을 뒹굴렁 뒹굴렁하고 자고 있었나 보다. 그러다 문지방에 배를 깔고 잤었다. 문지방에 배를 깔고 있었던 것을 알았으니 잠이 좀 깼나보다. 뭔가 더러운 느낌이 들었다. 가위다. 생각했다. 가위에 눌렸구나 어서 깨야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가위를 눌리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서 잠에서 깨어난다. 문지방에 배를 깔고 누웠었는데, 어떤 손이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어떻게 흔들어서 깼다. 가위는 더러운 기분이다. 깨고 나면 다시 자기 참 힘들다. ▶ 때는 옮긴 직장의 회사 선배의 초청으로 모 단체장과 함께한 야유회 자리였다. 평소 기시감이 남다른 나는 잠자리가.. 더보기
[我非我趣] 개성만리 ▶ 안면인식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다 정확히 아이돌인식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돌 1세대는 HOT를 비롯해 젝스키스, 핑크, SES 등이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인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다들 나름 생김생김이 있고 그에 따라 호불호가 갈려 팬의 대소가 차이가 있었다. 당사자들에게는 경쟁심리로 작용하겠지만 텔레비젼을 접하는 범인들에게는 마치 잘 차려진 백반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혹자의 평범함이 혹자의 화려함을 한층 북돋아 주던 시절이었다. 반면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옛날의 시기질투에 대한 트라우마 였을까. 최근에 본 옛 아이돌 중 하나는 당시 같이 활동하던 맴버와 너무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의느님(의사+하느님)'을 실제하셨다. ▶ 크래.. 더보기
[돌팔매] 구업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 당신의 정통성을 유지하려면 국정원과의 악연을 끊어달라. 2013년 우리는 차마 꺼내기 힘든 민망한 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첫줄은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발언이고 다음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발언이다. 새누리당도 잘한 바 없다. 오히려 시비는 먼저 건 셈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듯 인격말살을 저지른 벌이다. 우리네는 옛부터 예의범절을 중시해서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작금은 동방상놈지국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들이 내놓는 말솜씨가 무뢰하다. 사정이 이러니 새싹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요새 학교를 가보면 온통 욕지거리 투성이다. 아이들이 욕을 빼.. 더보기
[돌팔매] 대전발 19시24분 ▶용무가 있어 철마에 몸을 실었다. 그 옛날 철마처럼 우둔하지도 않고 덜커덩 덜커덩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서 날렵하고 신속하게 목적지를 다다른다. KTX의 시대다. 도란도란 삶은 계란을 까먹고 사이다를 마실 틈도 없다. 두어개 까먹으며 차창 구경을 하다보면 어느덧 도착이다. 차창 구경도 호사다. 굴곡진 산맥마다 터널을 뚫어서 달리다 보면 귀가 멍하다. 속전속결의 시대다. 예전에는 명절 때나 구경할 법한 기차를 요새는 대중없다. 일 있으면 그냥 기차를 탄다. 기차도 많이 대중화됐다. 어린 시절엔 버스가 대세였다. 엄마는 버스 타기 전에 소변을 보라며 보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속버스에는 화장실이 없다. 멀미가 심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버스만 타면 시종일관 창문을 열어야 했다. 이제는 창문을 열지 않아도 차를.. 더보기
과녁 과녁 지저귀고 귀기울이고, 쫓아 날고 함께 날고, 서로의 부리를 쓰다듬다가, 밤이면 고개를 포개고 잠이 든다, 날짐승들이 사랑하는 법이다, 짧은 향기가 사랑의 영원한 순간이었음을 알기에, 등댓불을 쫓듯 가녀린 촉수로 귀를 기울인다, 풍매화들이 사랑하는 법이다, 제짝이 죽으면 평생을 철마다 홀로 떠돌이로 산다는 황새처럼, 짐승들도 순정이 있다 한다는데, 사람만이 그렇지가 못해, 거창하게 읊조리고 글도 짓는다는 사람만이 그렇지가 못해, /20130525 /서정은 그야말로 오래간만이다, 서정을 안쓰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괜한 에너지 낭비가 싫었던 것도 있지만, 서정은 그야말로 순간의 포착이고, 스케치와 같아서 완성도가 굉장히 떨어지기에 그랬다, 오후 한철 차를 놓고 집을 걸어오다가 문득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 더보기
[돌팔매] 마중바람 ▶마중물이란 말이 있다. 어려운 숙어 같아 보이는 이 말은 ‘마중을 나간다’의 ‘마중’와 ‘물’이 만난 너무도 예쁜 우리말이다. 우물펌프로 물을 잘 뿜어 올리지 못할 때, 땅 속에 있는 물을 마중 오라며 펌프에 한두 바가지 부어주는 물이다. 물이 마중을 나간다니 발상 자체가 참 재미있다. 콸콸 쏟아질 옥수를 기다리는 마음은 왠지 소나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닮았다. 여름을 기다리는 마음과도 닮았다.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우물물은 마중물이 마중을 나가는데, 곧 있으면 쏟아질 소나기와 여름은 누가 마중을 나갈까. 마중을 나간다는 것은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것이다. 누가 그 기대되고 기다리는 기쁨을 누리러 발길을 옮길까. ▶음력과 절기는 참 신통하다. 계절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거 아니네, 날씨가 추워서 옴싹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