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지저귀고 귀기울이고, 쫓아 날고 함께 날고,
서로의 부리를 쓰다듬다가, 밤이면 고개를 포개고 잠이 든다,
날짐승들이 사랑하는 법이다,
짧은 향기가 사랑의 영원한 순간이었음을 알기에,
등댓불을 쫓듯 가녀린 촉수로 귀를 기울인다,
풍매화들이 사랑하는 법이다,
제짝이 죽으면 평생을 철마다 홀로 떠돌이로 산다는 황새처럼,
짐승들도 순정이 있다 한다는데, 사람만이 그렇지가 못해,
거창하게 읊조리고 글도 짓는다는 사람만이 그렇지가 못해,
/20130525
/서정은 그야말로 오래간만이다, 서정을 안쓰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괜한 에너지 낭비가
싫었던 것도 있지만, 서정은 그야말로 순간의 포착이고, 스케치와 같아서 완성도가 굉장히
떨어지기에 그랬다, 오후 한철 차를 놓고 집을 걸어오다가 문득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소리는 무언가 사람에게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왁자지껄,
달려드는 것일까, 둥지라도 있는 것일까, 얼마전 시골에서 제비집을 본 적이 있다,
제비라는 건 시골 살 때 외에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데,
제비놈 하나가 위협하듯 나에게 가까이 날다가 멀어지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이 둥지를 지키기 위한 수컷의 행동이었음은 나중에 깨달았다, 내가 독수리라도 됐다면,
고양이라도 됐다면, 그 용감한 수컷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했었을 것이다,
요즘 가끔 생각한다, 서정을 쓸만큼 글이 자랐을까, 내 글도 키가 있다면 벽에 다가 눈금자를
그려볼 수 있을텐데, 서정이 자랐을까, 자라지 않았을까, 궁금한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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