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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쓰다, 길게 쓰다

[돌팔매] 酒태백

▶ 한잔 두잔 술을 먹다보면 얼굴이 빠알갛게 '홍조'가 된다. 그게 한병 두병 먹다보면 '인사불성'이 된다. 그렇게 1차 2차 먹다보면 '고주망태'가 된다. 횡설수설하게 되고 감정이 북받쳐 설왕설래하다보면 치고 받기도 하고 울고 웃기도 한다. 인간사 흥망이 한잔의 술에 담겨 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주태백'이 된다. 감정과 언어를 폭력적으로 다듬는 주폭이 돼 그럴싸한 한마디를 던지기도 한다. 개똥철학, 소똥철학들이 쏟아진다. 주취자의 떠드는 소리일 뿐인데 구리지 않다. 달콤하게 들린다.

▶ 이태백은 월하에서 홀로 술을 한잔 하다가 멋진 시를 읋었다. 얼마나 만취했는지 '내가 노래하면 달은 서성거리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 소리없이 나를 따른다'라고 보았다. 다음은 은하수 저편에서 한잔 걸치자고 했는데 저 세상을 떠난지 한참이 된 이태백은 저 세상에서도 고주망태가 됐는지 모르겠다. 보들레르는 환청을 듣다 못해 환각을 본다. '영원히 '씨를 뿌리는 자'가 던진 귀한 낱알, 식물성 성스런 양식인 나는, 그대 속에 떨어지리라' 보들레르의 목덜미를 타고 넘어간 술이 그렇게 외쳤으리라. 내가 떨어진다. 나를 받아 마셔라.

▶ 주말이던 주중이던, 낮이든 밤이든, 밥상이든 술상이든,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갖가지 이유를 덴다. 축하하니까 한잔 해야겠다. 우울하니까 한잔으로 위로해야 겠다. 쓸쓸하니까 한잔으로 달래야 겠다. 한잔만 마실 것도 아니면서 꼭 한잔 하자고 한다. 싫다면 한잔만 딱 먹자고 한다. 자리를 박차고 나서려고 하면 한잔만 딱 먹고 가자고 한다. 그렇게 술집을 나오면 다른데서 한잔만 더 하자고 한다. 한잔만 먹자는 건 새빨간 누드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는 속고 속으면서 꼭 한잔씩 걸친다.

▶ 술을 왜 먹느냐는 물음에 이유는 제각각 이겠지만 대부분 외로움이다. 나조차도 외로움이다. 홀로이기 싫어서, 홀로된 자신을 맨 정신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어서 항우울제처럼 한잔 두잔 마신다. 술이 없던 시절에 사람은 무엇으로 외로움을 견뎠을까. 그보다 칠흙같은 두려움을 무엇에 의지해 견뎠을까. 필요없는 고민이겠다. 사람들은 술로 고단함과 하루와 하루 사이에 느끼는 외로움을 적시고 있다. 나도 외롭다. 너무 외롭다. 그래서 전화를 든다. 한잔 하자. 좋다 한잔 하자. 이 외로운 사람의 밤을 술로 흠뻑 적셔보자.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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