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우는 푸르른 봄날의 언저리에서 은수를 만난다. 대나무 잎파리들이 서로 힘겹게 부딪히며 이제금 찾아온 봄날을 소박하게 읊어덴다. 허나 봄날은 소리소문없이 가버린다. 신작로 위의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이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이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이라 쓰던 기형도 시인의 봄날도 오는 기척도 없이 가버렸다. 봄날은 가면 그 뿐이라고 했다. 내용물 없이 떠오르던 추억들을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로 흔들어 보는 시절들이다. 봄은 소리없이 왔다가 사그라져 버린다. 봄이 오는 기척이 무서울 지경이다.
▶ '봄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시를 쓴 적이 있다. '꽃이 진다. 떠나는 바람길에 나의 청춘이 간다' 차마 슬프다 말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가, 오히려 슬플수록 아름다운 것이냐' '봄날은 갔다. 여름은 잠시 탁한 눈을 떴다, 가을은 누구의 가슴에 시를 남겼다' 건질 것 없는 시구들이다. 떠내려가는 잎사귀들은 어느 산맥이 남긴 연서구일까. 봄은 따뜻하다. 여름보다 버겁지 않다. 가을보다 설웁지 않다. 그저 그 온기가 생명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몽정기다.
▶ 예인들에게 봄날은 그저 머물다 가버린 손님이다. 누구도 봄을 완연히 누렸다고 단연하지 않는다. 매서운 겨울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어있는 봄의 상형들을 어루만질 뿐이다. 계측할 수 없는 봄날이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 어느 시점까지 따질 수 없는 계절이다.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만물이 깨어나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하는 계절이다. 봄날이 따사로운 것은 그 사랑들의 온기다. 완연한 봄날은 사랑의 피날레다. 아쉬운 봄날을 다시 잡아본다. 행여 지금 잡지 않으면 다시금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소리 없이 움켜줘 본다. 봄날은 그렇게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
<from NapSap,Parakshert Doyof, http://cocc.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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