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중에 '맥락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의미하는 '병맛'은 가장 널리 쓰이는 말 중에 하나다. '병신 같은 맛'을 줄인 병맛은 어찌보면 국적불문의 언어다. '병이 든 신체'를 뜻하는 병신 중의 '病'자가 우리말 '맛'을 만나, '병맛'이 됐다. 의미적으로 보면 '질병의 맛'정도가 되겠다. 좀더 위트있게 해석해보면, '질병을 맛보는 것처럼 신랄하다'정도로 전달되겠다. '병맛'의 반대의미는 '고상한맛'이나 '고풍'정도가 될텐데, 문화컨텐츠적인 예를 찾아보면, '요한세바스찬바흐의 칸타타'나 '똘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정도를 꼽겠다. 현대로 넘어와보면 '조지루카스의 스타워즈'는 참 '고풍'스럽다. 허나 초창기에 만들어진 '스타트랙'은 참 '병맛'스럽다. 어찌보면 '병맛'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통용되던 미적가치를 반하는 어떤 것'으로도 읽혀지겠는데, 흔히들 말하는 'B급문화'를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헌데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도 아이러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느꼈듯, 우리는 현란하면서도 사실적인 컴퓨터그래픽에 완전히 매료돼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을 보면서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며 비장한 한 영웅의 일대기에 감동한다. 모두 완벽한 예술작이다. 자극에 길들여진 동물이 더욱 쎈 자극을 찾듯, 명작에 길들여진 인간은 더욱 쎈 예술혼을 느끼고 싶어한다. 헌데 위에서 언급한 '닥터 후'와 같은 B급물의 인기는 명작과 비견될만하다. 엄밀한 B급인 '크리스카터의 엑스파일'은 명작 이상이다. 왜 우리는 명작을 찾아 목마른 감성을 채우려 해야함이 맞을텐데 왜 B급에 열광하고, B급을 못찾아 봐서 안달인 걸까
우리는 왜 B급 문화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B급 문화의 성향이 그렇듯 그 향유층이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주류의 세계, 주류의 문화는 '누군가'를 위한 세상이다. B급 문화는 '아무나'를 위한 세상이다. 1%에 포함되지 못한 99%의 세계다. 주류 세계와 마주대하면서 느끼는 피로도를 우리는 B급 문화로 위로 받는다. '어설프다, 괴상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욕에 욕을 헤대면서도 손에서 뗄 수 없다. 오히려 손가락을 더욱 움켜쥐게 만든다. 행여 자신이 B급 문화에 열광한다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가장 위대한 것은 가장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세익스피어는 몇억의 독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세익스피어가 '애초의 몇몇'들에게 읽혀지지 않았다면, 또 그것이 타전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문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가장 보편적인 독자들에 의해서 가장 위대한 작가가 탄생한 것이다. 오늘도 많은 B급 컨텐츠들이 주류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보들레르가 그랬듯 영원한 B급도 없고, 또 누군가처럼 영원한 A급도 없다. 풀벌레 소리가 깽깽이처럼 들리는 밤이다. 쉬이 잠자리에 들기 힘든 밤이다. 오늘 같은 밤에는 B급 문화에 빠져보자. 어떤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B급 컨텐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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