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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ulter Club/論

치솟는 전세값, '8.18대책' 수비수될까

  시장에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도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해석하는게 가장 옳다. 최근 치솟는 전세값의 원인을 두고 노플렉스(노무현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일부는 종부세로 대표되는 일련의 세금폭탄정책의 결과라며 노발대발하고 있다. 일단은 이 생각이 무지의 소산이라고 일갈해둔다. 시장에서 상품이 비정상적인 가격곡선을 그리고 있음에도 단순히 정책이 잘못됐다고 읊는 것은 편협된 시각이다. 오히려 노정권 해온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된다. 한국 경제를 늘 발목 잡았던 것은 비정상적인 자산가격의 상승, 즉 거품이었다. 자산가격이 실물수요와 합치하지 못하고 시장의 그릇된 정보가 자산가격을 심하게 폭증시킬 경우, 단기적으로 자산가치의 대폭락을 가져오지만, 곧 가계의 붕괴, 국가경제의 붕괴를 가져온다. 부동산 가치의 상승이 경기순풍의 신호탄이고 유인요소라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개발경제 시대의 쇠망치와 같은 생각이다. 

  최근 전세값이 치솟는 이유는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다. 가격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론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전세를 공급하는 사람이 아주 적은데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전세를 공급하려는 사람이 적을까. 최근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발 악재에 자칫 국가부도의 위기도 올 수 있음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은 그들이 작업하고 있는 경기부양이 아직 안 끝났다는 것이 이유다. 재정당국은 금리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보다 많은 돈이 시장에 순환하기를 기대한다. 허나 실물경제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함으로 인해 최근의 양상은 물가상승만 부채질한 꼴이 돼 버렸다. 금리가 낮으니 기존에 전세값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집주인들은 당연 전세값을 더 올리던지 월세로 전환시키려고 한다. 여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덥쳐오는 인플레이션의 고통과 또 하나 '내가 아닌 다른 모든 집주인들이 전세값을 올려 받고 있는 실태구나'라는 심리적인 요인까지 겹쳐 전세값 인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 왜 많은 무주택자들이 전세를 더욱 선호하게 되는 것일까. 일단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큰 이유다. 장래에 집값이 더욱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세로 일단 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심리다. 그래서 많은 예비주택자들이 전세로 한동안 머물게 되는 것이고, 줄어든 전세물량에 대비 수요가 많아져 당연 전세값이 오르게 된다. 또 요 몇년 중에 일반 서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도 일부 이유다.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월세를 내던 많은 사람들의 소비 포트폴리오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 분위기에서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을 유연하게 해주기 시작하면서 많은 월세 거주자들이 전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금리가 낮음으로 인해 신용이 좋은 사람은 싼 이자에 보다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전세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결국 전세값이 비정상적인 상승세를 띠는 것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동상이몽이라는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치솟는 전세값을 잡기 위해 '8.18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그 주요 내용은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통해 공급 확대 유도', '공공 임대주택 물량 확대', '전세수요의 분산을 위해 매매 활성화 유인책', '임차인의 주거비 경감책', '시장의 그릇된 정보제공의 차단'등이다. 일단 밑그림은 괜찮은 편이다.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위한 직간접 수단과 수요의 분산, 주거비 완화에 시장감시활동 등 전월세를 잡기 위한 거의 패키지 수준의 정책을 내놨다. 허나 코앞에 다가온 이사철에 약발이 과연 먹힐지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굳이 시장실패를 불러올 가격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겠는가하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8.18 대책'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태를 불러온 거시경제변수들을 그대로 두면서 세는 바가지만 억지로 막으려는 것, 그게 가장 큰 맹점이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를 잡으면, 소득을 올리면, 이 모든 사태가 해결된다. 어찌보면 전월세를 포함한 모든 정책 부작용의 원인은 수출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저금리와 고환율 정책을 고집하는 편협스러움 때문이다. 허나 그 편협스러움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정부가 비행장까지 틀어서 모 대기업에게 혜택을 줬지만, 그 기업은 최근 본사를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뤼앙스를 풍겼다. 완벽한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결국 고통은 모든 국민이 나눴지만, 전월세든, 물가든, 소득이든,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더 긁어먹을 것 조차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통탄할 일이다.

  어찌보면 지금의 전월세 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일부분 '시장불균형 해소의 과도기'쯤으로 생각해봐도 될 성 싶다. 전세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이 안정의 시기로 갈 것이다. 전세 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공급자들이 물량공급을 늘려 초과이윤을 삼키려고 할테고, 이 또한 '안정의 시기로' 지나 가리라. 정부의 주택정책의 가장 큰 기본은 보다 많은 국민들이 자기집에서 살게끔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정권 때 다주택자에게 세금폭탄을 매기면서 자산의 비정상적인 상승을 막고 다주택보유를 억제시킴으로 해서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무주택자들이 집을 구입했어야 하는데 노정권의 가장 큰 에러는 무주택자들의 소득을 제대로 향상시키지 못함에 있었다. 그래서 많은 무주택자들은 지금 정권에 '내 소득을 증가시켜주겠거니'하는 기대를 했겠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어이없이 무너졌다. 차라리 이쯤에서는 '토지공개념'을 과감히 포기하고 주택건설업자들을 우회적으로 지원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집을 만들게 하는 편이 어떨련지 한다. 앞으로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주택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작은 그늘' 그것이 서민의 가장 큰 희망이지만, 언제쯤 그 희망이 이루어질까. 필자의 처지도 안타깝고, 필자의 비슷한 사람들도 안타깝고, 모든 무주택자들의 안타까운 일이다. '8.18 대책'은 상당히 훌륭한 정책이다. 하지만 주택문제는 답이 없다는 것이 어찌보면 그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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