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정가행 소식에 정치권은 불붙듯 달아올랐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는 "간덩이가 배밖으로 나왔다"는 험담을 늘어놓았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철수가 나왔으니 영희도 나오겠다"고 비아냥거렸다. 지지층이 겹치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복잡한 셈법에 불편한 손내를 내비췄다. 또 강력한 비여권 후보의 등장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약방문을 드나들 정도로 골머리를 썩었다고 전해졌다. 보수언론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나경원 최고위원을 저울에 올려놓고, 나위원이 한총리를 이길 것이라고 분석 '투'의 기사를 내놨다가 안철수의 출몰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애초부터 안철수는 서울시장직에 마음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5%의 지지율을 보이는 미약한 박원순을 띄우기 위해 서울시장 카드를 만지는 척 했고, 특종에 목마른 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뉴스를 생산해냈다. 각종 분석기사가 난무하고 모 언론사에서는 급하게 여론조사까지 마쳤다. 그러나 애초부터 공직에 마음이 없던 안철수는 박원순에게 그 깃발을 넘겨줬고, 검찰수사로 자칫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누가 될 꺼라 염려한 한명숙도 일찍 포기를 했다. 뿐만 아니라 요새 뜨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흔쾌히 안철수의 명분에 합류했다. 여기서 애매한 사람은 손학규다. 보수진영이 들끓었음에도 야권의 손학규는 애초부터 입장표명이 없었다. 언론은 손학규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투'의 기사를 흘렸지만, 그는 잠잠했다. 필자의 분석은 그가 이미 이 자연스러운 단일화의 과정을 알고 있었거나, 혹 깊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안철수가 서울시장을 하겠다 나서면 민주당에서는 어지간한 후보로 대적할 수 없을 뿐더러 한나라당과 삼파전이 됐을 경우, 자칫 공멸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들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없었다면 손학규가 가장 할 수 있는 최적의 안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돌을 던지겠지만,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외치던 그로써는 그게 최선의 선택이다. 허나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행동도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일종의 잘 짜여진 연극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시점일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으로 허공에 슈팅을 한 후 조용히 눈물을 머금고 시장직을 내놨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오세훈에게 세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불평했다. 첫째는 무상급식 투표를 당론과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진행한 점, 둘째 투표에 시장직은 건 점, 마지막으로 당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사퇴를 한 점이다. 오세훈의 이른 사퇴로 서울시장 재보선은 10월 26일 일정에 함께 치뤄지게 됐다. 정권 내내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여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 전에 앞서 미리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적 여유 없이 큰 선거를 치르게 됐다. 서울시장은 공식적 의전서열에서는 정부 주요인사들보다 한참 아래지만, 인구의 1/4가 사는 지역에서 치뤄지는 선거로 상징성이 매우 높다. 특히 늘 수도권 여론향방이 대선의 승자를 결정졌던 과거의 전력 때문에 여당이나 야당이나 뚜껑을 열기가 참 애매한 지역이 수도권 특히 광역단체장 재보선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달 조금 남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에 뒤진 지지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큰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했는데, 그 이벤트의 중심에 안철수가 있었던 것이다. 언론에서는 나경원이 포스트 박근혜가 돼 서울시장에 무사히 수성하리라는 '투'의 기사를 흘렸는데, 그 모든 말밥들이 안철수의 휘모리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결국 누가 어떻게 얼마나 개입됐는지 모르겠지만, 멋진 작품이 됐다고 평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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