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표결을 처리하던 지난 21일, 그 전날 여야대표인 손학규와 홍준표는 강북의 한 호텔에서 조용히 만났다. 그 자리에서 손학규는 "실종된 정치를 복원할 책임을 함께 나누자"하였고, 홍준표는 "정치다운 정치하는데 동의한다"며 화답했다. 손학규는 "내일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한 후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처리하자"했으나 홍준표는 "내일 양 후보자 임명안은 반드시 처리한지만, 조용환 건은 약속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날 손학규는 연단에 올라 "의회민주주의를 정궤도에 올려야하는 절박함에 이 자리에 올랐다"며 "사법부 수장을 축복 속에서 임명해주자, 손가락질과 불신, 외면을 당하는 정치를 살려내자"고 호소했다. 손학규의 호소에 여당은 박수를 치며 "잘했어"를 연발했고, 반면 민주당 일부 의원은 쓰디쓴 쓸개를 씹는 심정이었다.
손학규의 이런 대승적 결단과 언변에 홍준표는 더욱 피가 마를 지경이 됐다. 사실 여당 단독으로 국회를 열어 처리할 수 있었다. 국회 내에서 폭력사태가 날 경우 약간의 피를 보겠지만, 결국 평화적이든 비평화적이든 강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던 것이 홍준표였다. 이런 홍준표의 '다된 밥상'에 손학규가 떡 하고 앉았다.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손학규는 '정당정치의 회복'이라는 대의를 내세웠다. 그는 홍준표의 밥상을 맛있게 먹었고, 홍준표는 추후에 있을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을 놓고 골머리를 싸매야할 지경이 됐다. 손학규가 '양보의 정치'를 행한 것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신선했고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칭찬의 말을 늘어놓는 상태에서 홍준표가 '안된다'라고 일축하는 건 '나는 좀팽이다'라고 증명하는 꼴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야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람'만이 박근혜와 붙어서 싸워이길 승산이 있다고 평했다. 또 그 방법으로 통합의 원내정당과 다수의 원외정당이 존재하는 형태의 정당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한참 후 문재인이 그 방법론을 들고 나왔다. 비록 여론에서는 안철수를 대세로 내놓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변함없다. 또 안철수가 머저리가 아닌 이상 굳이 정치에 발을 들이려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과연 누가 여당에 대항할 것인가'이다. 늘 쿠테타를 꿈꾸는 사람, 자기 주제를 모르는 사람, 공산당을 꿈꾸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절대 그 주인공으로 나설 수 없었다. 그들이 나선다면 필패다. '대승'을 아는 자가 '대권'을 꿈꿔야 한다. 또 대권을 쥘만한 자는 꼭 대승의 이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 손학규의 계략에 따라 홍준표의 속셈이 복잡해졌다. 또 경쟁자들의 뱃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는 향후 어떤 전략과 자세로 자신의 길을 닦아갈까. 참으로 궁금하다. 결국 모든 정치는 '대의'를 가진 자가 앞서나간다. 1년 후 한국의 대의는 무엇이 될 것인가. 또 손학규는 어떻게 그 대의를 취하려할 것인가. 정치는 참 재미있는 드라마다. 즐겨운 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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