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이 민주주의의 밤을 밝혔다. 정당한 위정자가 아닌, 과거 인연이 됐던 사교의 딸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쥐고 흔들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분노는 불길이 되고 횃불이 됐다. 그 횃불은 대통령의 딸을 향하고 있다. 청와대의 목전에 수천의 국민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외치고 있다. 경찰의 높은 차벽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성벽이 됐다. 그 성벽은 권위독재에 대한 트라우마를 분노하게 할 것이다. 지난 5일 20만 촛불, 이어 12일 100만 촛불, 19일은 지역별로 산발적인 촛불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26일은 더 큰 불꽃이 타오를 것이다. 촛불 앞에 선 박근혜는 바람 앞에 선 촛불이다.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이후로, 참으로 오래 블로그에 글을 남기지 않았다. 이제 내 손으로 찍은 정권의 마침표를 내 손으로 다시 찍어보려 한다. '네가 뭔데'라고 해봐야, 어짜피 이 글 자체가 '딸딸이'다. 읽다가 알딸딸하면 'backspace'를 눌러도 된다.
박근혜를 찍었으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 정권의 탄생에 겨자씨 정도의 수고는 한 셈이다. 박근혜가 이뻐서 찍은 건 아니다. 선거 당시 엄청난 불황의 사이클이 전세계를 강타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친노가 정권을 잡아 폐족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문재인은 나이가 많지 않으니 한 번 더 노려봄 직하다 생각했다. 경제를 말아먹고 5공 6공 잔재들과 함께 로그아웃하기를 바랬다. 양상이 다르게 전개됐지만, 이런 분위기로 옮아가는 것에 대해서 놀랍다. 필자의 대부분의 글은 '정신일도하사불성'이 아니라 '인사불성'에서 써왔다. 어찌가건 서울만 가면 된다. 박근혜가 내쉬균형이라 생각했다. 궁금한 사람들은 남겨진 글들을 읽어보시라. 행여 누군가는 '갓모닝'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갓모닝' 보단 많은 생각과 계산에서 써왔다. 물론 인사불성으로.
박근혜가 탄생하기에 일조를 했으니 살아남을 선택지를 한번 생각해본다. 우선 아버지처럼 하는 방법이 있다. 계엄을 선포하고 국가비상사태라 해서 군대를 동원하고 언론을 차단하고 민의를 누르는 방법이다. 그러면 독재자 딸년을 그래도 경제 하나 때문에 찍어줬더니 배운게 개버릇이라고 독재 흉내를 내는 구나 하고 '콘크리트 지지층'들이 혀를 끌끌 차겠다. 갑자기 끌려나와 민중을 향해 총부리를 건 군인들은 왜 내가 박근혜 따위를 위해 총을 들어야 하나 생각하겠고, 대부분은 항의하는 군중들과 섞일 것이다. 아버지 독재자가 쿠데타를 하던 시대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 몇몇 충성스러운 박빠들은 끝까지 지키려 해봤으나 청와대를 뒹구는 박의 '바디'들을 보면서, 쿠데타 독재 트라우마가 있는 나라에서 내가 뭔 일을 해왔나, 돌이킬 수 없구나, 민중에 의해 그들도 '바디'가 되겠다. 아주 극단적이니 이를 하책으로 한다.
다음은 상책이다. 프로포폴을 '이빠이' 쳐먹고 인왕산 꼭대기에 올라간다. 비서와 경호원들에게 잠시 혼자있겠다 한 뒤, 약기운에 최태민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스스로 '공소권 없음'을 선택한다. 물론 억울함을 한껏 담은 유언장을 준비한다. 황교안을 중심으로 임시내각이 마련되고 60일 내에 선거를 해서 새로운 대통령을 세워야 하니 바쁘겠다. 억울하다 하며 한마디의 비명이 됐으니 '콘크리트 지지층'들이 다시 새누리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행여 잘되면 보수정권이 연장될 수도 있으니 본인의 억울함을 표명하고, 보수정권에게도 희망을 주고, 게다가 '공소권 없음'으로 모든 수사를 종결시킬 수 있으니 이는 상책이 되겠다.
이제 중책이다. 중책은 단계적 권력이양을 발표하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로 총리를 뽑으면 그 시점에서 하야를 하고 대통령이 궐위했으니 60일 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방법이다. 이는 단서조항 '국회, 여야가 합의로'에 함의가 있다. 여당이 과반에 가까이 있고, 두 야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에 두 야당 사이에서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힘들뿐더러, 설사 합의안이 나온다 해도 여당과 합의까지 가기에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루 한달, 세월을 보내다보면 임기가 끝나고, 그 과정에서 수사과정에 많은 석연치않음이 있을테고, 콘크리트 지지층은 더 길게 보니 이제라도 박근혜를 지켜줘야 하겠다하는 마음이 생기겠다. 여야가 혐오스럽게 싸움이나 해데고, 지지율이 10퍼센트를 넘고 20, 30퍼센트로 복귀하면 그 때가서 없던 일이라도 해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다. 오히려 권력을 쥔 상태에서 수사를 들여다볼 수 있으니 유리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진짜 어느새 임기가 끝날 것이다. 명예롭게 퇴진할 일만 남은 셈이다. 이후에 정권이 바뀌고 의회권력도 내어주고 온갖 비리에 최순실, 최태민에 대한 모든 펙트들이 다음 정권에서 까발려질테고,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신화가 없어지고, 아버지가 독재자이더만 딸은 사교에 미친 뽕쟁이로 역사에 남겠지만, 이제껏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로 남았듯, 앞으로도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로 남겠다. 나아가지도 지키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으니 이를 중책으로 하겠다. 물론 어짜피 이 글을 딸딸이다. 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사람은 지금 알딸딸하겠지만,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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