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박근혜가 바꾸네에 속았다. 아버지처럼 경제를 다시 일으킬 것처럼 말했다. 강한 리더십으로 사회를 안정시킬 것처럼 말했다.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고 자주 안보를 향한 길을 갈 것처럼 말했다. 힘없고 약한 자들이 다시금 희망을 꿈꿔볼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말은 잔치로 끝났다. 차린 것 없는 성찬에 빈 젓가락질을 해야하는 사람은 국민이었다. 지금까지 욕을 먹어가며 박근혜를 뽑은 나도 그 국민 중에 하나다.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 가장 뽑혀서는 안 될 리더가 나온다. 포화가 천지를 요동하는 전장에서 지시할 줄 모르는 지휘관, 판단을 해야한다는 판단 조차도 잊어버린 지휘관, 이지중대가 가장 무능한 중대장으로 꼽는 그런 지휘관이 있었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흔들기, 동북아 정세 요동, 힘 못받는 수출, 힘에 부친 경제,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재난, 날로 흉악해지는 사회, 공직사회의 무능, 오판, 총체적인 리더십 실종, 이 모든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없었다. 사드 분노 앞에 계란 맞는 총리가 있고, 몽골 가는 대통령도 있었는데, 성주 군민을 설득하는 국가 리더는 어디에도 없었다. 경주 리조트 참사 때나, 세월호 참사 때나, 개성공단 폐쇄 때도 국가 리더는 없었다. 우리가 목놓아 부른 대통령은 몇시간 동안 대체 뭘 하고 있었을까.
영상물을 예로 든 김에 필자가 팀 버튼 다음에 다음 다음 정도로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 얘기를 해보자. 베인인 줄 알았던 뚱보 마스크는 스스로를 '네써서리 이블'이라고 칭했다. 필요악이란 소리다. 어찌보면 우리 헌정사에 박근혜 정부는 정말이지 '필요악'이다. 상기하면 속쓰린 담뱃값 인상부터, 고리 원전 허가, 영남권 신공항 김해공항 확장으로 확정, 사드 미사일 포대의 성주 배치까지, 박근혜 정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아주 많이 해왔다. 앞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사과한다. 정말이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왔다. 논란이 거세지고, 기득권 특히 영남에 반발이 심한 사안들이 박근혜니까 무사통과가 됐다. 예전에 MB정부에서 세종시 축소 움직임이 있을 때 이완구 전 총리는 도지사를 사퇴했다. 성주 국회의원이 탈당했나, 성주군수가 탈당했나. 그냥 머리띠만 둘렀지 이완구처럼 왈가닥 움직이지 못하다. 박근혜니까 가능한 일이다. 여담으로 이완구 전 총리 도지사 탈당 당시, 필자는 자유선진당 쪽에서 일하는 모 인사를 만났었다. 선진당이 살아남으려면 국회의원 전원 사퇴, 그리고 충청권 전역 재보궐선거 밖에 답이 없다 계책을 냈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었다. 그들이 전원 사퇴를 했다면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 됐었을까 차차 복기해볼 일이다.
박근혜 아니면 바꿀 수 없는 일들은 아직 많다. 첫 문단에서 실랄하게 까고 욕했지만 아직 박근혜는 희망이다. 작게는 지하철 노인 무료 승차 폐지부터다. 더민주가 이런 얘기를 꺼내면 어르신들은 "정동영이 투표 못하게 지하철에 못질을 하자 하더니 저것들은 아예 못 타게 만드는구나"라고 탄식하며 1번을 찍으러 달려갈 것이다. 수도권 영남 고령층으로 대표되는 보수 기득권의 체제를 바꾸는 일은 박근혜 외에는 아무도 못한다. 앞으로 새누리당에 누가 나오더라도 못한다. 여러가지가 있다. 검경 수사권 분리와 검사의 기소권 독점 폐지, 수도의 세종시 완전 이전, 4년 중임제로의 개헌 등 진보정권이 나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박근혜 정부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은 정통보수 집권세력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이 있다. 물론 해줬으면 하는데로 움직여줄 일은 없다. 정부수립 첫 검사장 구속이라는 진경준 사건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법조권력을 흔들 기회다. 이 계기로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수도의 세종시 완전 이전은 박근혜 정부의 충청 교두보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성주처럼 수도권 기득권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차차 차기 세력을 위한 기반을 닦아줄 수 있는 측면에서 유효하다. 개헌은 민주정부의 오랜 숙제다. 수년째 개헌이 이슈화됐지만 반대하던 세력이 보수기득권 집단이다. 박근혜가 이 모든 것을 바꿔줄 수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는 이제부터라도 좀 바꿔나가야 한다. 헌정사에 가장 무능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윤상현 같은 협잡꾼에 눈귀가 멀어 공천이나 찝쩍거리는 '참 나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라를 국밥에 말아 드셨지만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 단죄, 구 조선총독부 청사 해체 등 역사 바로세우기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측면도 있다. 그 모든게 3당합당을 통한 보수기득권 정당에서 나온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다. 김대중이 하고 노무현이 하면 많은 기성세대들은 북괴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 오해를 했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 조차도 정치 보복은 하지 않겠다고 당선 전부터 확약했다. 보수 기득권 세력의 거의 마지막 대표주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답게 적어도 검경 수사권 분리, 검사 기소권 독점 폐지, 수도 완전 이전, 4년 중임제 개헌 정도는 1년 반 임기내에 해결하고 마쳐야 한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도 미약하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은가. 무엇보다 3개 정도면 1년 반 임기를 어떠한 정치적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헤쳐나갈 뗄거리는 되지 않는가. 모 교육공무원에 은유해본다. 굶주린 개들에게 뼈다귀를 던져주란 소리다.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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