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 탑은 결국 세워지지 못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같은 말과 같은 낱말로 살았던 시대였다. 신아르 라는 벌판에 자리 잡은 무리는 신성에 닿으려 했다. 꼭대기가 하늘나라 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려 했다. 돌 대신 벽돌을 단단히 굽고 진흙 대신 역청을 써 그들의 역사를 시작했다. 하늘나라까지 올라가는 탑을 쌓고 계단을 올리려 했다. 과학으로 신학의 영역을 넘으려 했다. 신앙의 은밀한 곳을 들추려 했다. 탑은 형체를 갖춰지고 높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갔다. 먼 곳에서 지켜보시던 주님이 알아채고 내려오시어 말씀하시었다. "이것은 그들의 하려는 일의 시작일 뿐, 이제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못할 것이 없어진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기신 주님은 말을 섞어 놓아 서로 통하지 않게 했다. 그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시어 탑을 쌓는 일을 그만두게 했다.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탑이다. 하늘에 닿으려던 사람의 욕망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게 됐다. 욕망의 탑은 결국 세워지지 못했고, 오늘날 어렵게 배워야할 외국어만 늘어났다. 정말이지 오 마이 갓! 이다.
욕망이라는 탑은 결국 세워질까. 롯데家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겨우 3도(활주로) 틀었는데 軍이 180도 태도를 바꾼 제2 롯데월드 인허가 당시만 해도 바벨탑은 정말 세워질 것 같았다. 여의도 63빌딩 보다 높은 대한민국 최고의 마천루가 세워진다는 소식에 들썩들썩 했다. 무른 땅을 다지고 콘크리트와 철골을 올려 롯데의 역사가 시작됐다. 하늘나라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탑을 쌓고 엘리베이터를 올렸다. 개발경제의 집대성을 보여주려 했다. 유통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 했다. 제2 롯데월드가 차츰 형체가 갖춰지고 신동빈이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신격호의 마지막 소원을 둘째 아들이 이루려 했다. 申의 빌딩을 세우려 했다. 공사가 마무리 되어갈 때 쯤 주님이 오셨나 보다. 신동주에게는 일본어를 쓰게 하시고 신동빈에게는 한국어를 쓰게 하시어 말을 섞어 놓았다. 통하지 않게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게 만들어 두 형제를 흩어 버리셨다. 국민과 기업인의 말도 섞어 놓아 서로를 등지게 만들었다. 결국 '왕자의 난'은 골육상쟁이 돼 재벌家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됐다. 0.05%의 지분과 전체 대기업의 97.3%에 해당하는 무려 9만5033개의 순환출자로 움직이던 롯데는 이제 세무 및 공정거래조사와 불매운동까지 이중 삼중의 파고를 겪게 됐다. '마천루의 저주'가 온 셈이다. 롯데가 대기업 개혁의 본보기가 된 셈이다. 일이 이렇게 되니 한탄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申이시어, 神이시어.
욕망이라는 탑, 흔히 '마천루의 저주'는 기실 그 근본이 신앙에 기초하지는 않는다. 마천루는 탐욕의 금자탑이다. 이집트 파라오들이 피라미드를 세웠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거대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것이다. 申의 탑이 아니라 申의 묘비를 세우려 했다는 표현도 일부는 비슷하게 맞겠다. 구순이 넘어서까지 경영을 손아귀에 쥐려 했던 申의 욕망이 형제들의 세습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고, 결국 지금의 사태는 그 결과가 됐다.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건강 상태가 되어서까지 경영을 간섭하려 했고 예전처럼 좌지우지 하려 했다. 똑똑한 차남이 먼저 선수를 쳤고 불과 몇 달까지만 해도 그에게 무게가 실리는 것은 申의 뜻이라고 다들 생각했었다. 아버지의 꿈을 이룬 아들이 두 롯데를 양손에 움켜쥐는 것만 같았다. 장남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긴 친족들이 그를 도왔고, 공개 되어서는 안 될 아버지의 건강상태까지 대중에게 벌겨 벗겨지면서 롯데판 '왕자의 난'은 결국 막장드라마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에 걸쳐 거대한 기업을 세운 申의 기업가 정신의 말로가 자칫 '노망'으로 오해받을 처지가 됐다. 결론나지 않는 형제의 갈등에 롯데 임직원들은 이 사태가 언제 끝날 지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神이시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최근 석촌호수의 물 빠짐 현상은 제2 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의 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이 빠진다는 것은 지하 어디론 가로 물이 흘러간다는 소리다. 건물을 지으면서 혹은 건물로 인해 근처의 지형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소리다. 한두 층짜리 건물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최고의 '욕망의 탑'이다. 슬슬 안전 문제가 염려되기도 한다. 현 정부 들어 이어져오던 각종 재해와 사고의 완결판이 혹시 제2 롯데월드에서 오지 않겠나 하는 불안이다.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神께 빌어본다. 또 그런 일을 생기지 않도록 현명하게 미리 대처하기를 申께도 빌어본다. 현 롯데家의 사태를 보면서 마치 완결판 같다는 느낌이 든다. 뻔 한 이야기인 재벌가의 상속 갈등, 가족들 사이의 시기와 반목, 물리적인 갈등, 정작 교통정리를 해줘야할 사람은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정부는 방관하고 있고, MB는 어서 제2 롯데월드의 공사가 마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사태가 세무조사로 거액의 탈세가 발견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해결될 가능성은 더욱 미미해진다. 자칫 한정치산자, 금치산자 운운하는 송사까지 겹치면 한국 망신을 넘어 동북아시아 망신이다. 기업의 주인은 개인이기도 하고 국민이기도 하다. 롯데로 먹고 사는 사람들, 롯데를 먹고 사는 사람들, 모두다 국민이다. 롯데가 힘들어지면 국민은 배고파진다. 허투루 싸울 일만은 아니란 소리다. 불미스러운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소망해본다. 神이시어! 申이시여 제발!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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