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흥행 태풍이다. 지난 30일 개봉한 '명량'은 4일 하루만 98만여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개봉 7일만에 600만명을 돌파했다. 철지난 역사물인 '명량' 덕택에 배급사인 CJ도 연달아 명랑해졌다. 기실 충무공 이순신의 삶을 모르면 국민으로써는 간첩이다. 초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특히나 12척의 배로 왜적을 몰살한 명량해전은 이순신 리더십의 백미다. 적국인 일본의 명장들마져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산도 해전에서 패배를 맞본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과 '가장 차를 함께 하고 싶은 이'로 적장 이순신을 꼽았다. 1905년 쓰시마 해전을 승리로 이끈 도고 헤이하치로는 '넬슨에 비하는 것은 가하나 이순신에게는 절대 비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절하했다. 국내에서는 100원짜리 동전 신세이지만, 세계적인 무게감을 다르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적인 승리 보다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그의 리더십이 더 후한 점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나라 문후를 섬긴 오기는 사졸의 종기를 손수 입으로 빨았다. 그 소식을 들은 사졸의 어머니는 기겁을 했다. 아들이 오기를 위해 목숨바쳐 싸우다 결국 전장의 이슬이 될 것이란 것이 이유였다. 오기는 오자병법으로 유명한 중국의 전술가다. 사졸의 어머니도 따지고 보면 병법에 당한 셈이다. 이순신의 전략과 리더십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랴.
오기의 나라인 중국에서는 리커창의 리더십이 인기다. 지난 1일 중국 원난성에 지진이 발생하자 다음날 현장에 도착해 구조활동을 진두지휘했다. 우리로 따지면 국무총리 정도 되는 인물이다. 윗분이 오셔서 생존자 수색을 독려하니 "침몰 위험이 있어 세월호 선체에 진입할 수 없다"는 소리 따위는 나올 수가 없다.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더 했다. 구호물자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다고 하니 본인이 직접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려 이재민들을 만나겠다고 했다. 재난 주무장관이 경찰대 졸업식에서 박수나 치고 있는 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나마 해양 주무장관은 수염을 깎지 않는 액션이라도 취했다. 대통령은 총리가 유가족들에게 물세례를 받은 다음에야 현장에 왔다. 무릎 꿇고 자식의 구조를 비는 부모에게 우리의 대통령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못할 일이 무엇이랴. 원자바오는 낙하산을 매려 했었고, 리커창은 흙탕물에 손을 씻으며 구조를 독려했다. 교육부장관은 라면을 맛있게 드시고, 안행부장관은 치킨을 시켜 드셨으며, 청와대 대변인은 "치맥을 먹은 것도 아닌데"라고 말하는 나라와는 정말 많이 다르다. 지금도 朴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대해서는 궁금증은 풀린 게 없다. 짱개 짱개라고 비아냥 거리면서 '짱개나라' 보다 나은 게 도대체 뭐가 있었나.
영화 '명량'의 회자는 정권에 대한 대중의 무의식적인 경고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상황도 만들어진다. 朴대통령은 결코 약한 리더십의 소유자가 아니다. 예전부터 밀어붙이기에 능했고, 스스로가 목적한 바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길 원했다. 그래서 김무성 새누리당 당대표 같은 사람들이 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썸박'으로 머무는 이유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다 '탈박'이 된다. 순종적인 인사들은 '종박'으로 남는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처럼 개가를 울리는 사람들은 '대박'이 된다. 원박이든 친박이든 친친박이든 반박이든 모두 朴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제왕적 리더십이란 소리다. 우리는 제왕을 가진 국민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는 언딘 같은 '官피아' 집단들이 활개를 쳤다. 공무원 조직 자체가 대통령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 자체에서 서서히 레임덕이 오고 있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민심도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재보선의 승리에 도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소리다. 재보선 자체가 안방선거였다. 지면 참패였고 이겨봐야 본전치기다. 이정현 전 수석의 순천·곡성 승리는 일말의 위로다. 그 자체도 '싸움닭'으로 변질된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발이다. 오로지 투쟁 밖에 모르는 야당에 대한 냉소다.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유권자를 무시한 당연한 결과다. 권은희를 밀어 넣은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이 민주당의 호남에서의 성적표다. 새누리당은 이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못해서 이긴거다. 새누리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는 아니다.
김기춘을 잘라야 한다. 읍참마속이 아니라 '읍참기춘'을 해야 한다. 모든 화살이 그에게 쏠렸다는 것은 이유가 아니다. 대통령 대신 총리를 먼저 진도로 내려보낸 것이 첫번째 죄다. 함량 미달의 자기 가신들을 요직에 배치한 것이 두번째 죄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미혹해 정권을 입맛대로 만드는 것이 세번째 죄다. 고령에도 권력 욕구에 사무친 것이 네번째 죄다. 민생을 최고 중요한 위치에 놓고 수장을 잘 보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갖은 음모를 꾸미는 것이 다섯번째 죄다. 채동욱 검찰총장 같은 명재상을 '혼외자 논란'으로 눌러 앉힌 것은 그의 사사로운 잘못 중에 하나다. 탕평을 해야 한다. 김기춘은 난세에나 어울리는 인물이다. 정권 자체가 3공화국 시대로 회귀했다. 국민은 그 당시보다 현명해졌고, 어떠한 연애인 스캔들도 다 여론무마용으로 들릴 뿐이다. 정권이 공작정치로 흘러가면 레임덕은 더욱 빨리 올 것이다. 그 칼은 제왕의 냉혹한 통치에 못 견딘, 박이 되고 싶어도 결국 박이 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꼿을 것이다. 야당은 그럴 힘도 없다. 최경환 부총리는 조금 선전했다. 점수는 후하게 못주겠다. 주가는 결국 곤두박질 칠 것이다. 나라는 개꼴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지정학적인 위험에 처했다. 현금보유를 늘릴 시점이다. 경제가 어려워진다. 정치는 꼬일대로 꼬인다. 목아지를 쥐면 야당은 더욱 날뛸 것이다. 현 새정치연합의 대안세력이래바야 강성친노다. 답없는 정쟁의 답습이다. 뉴스는 화만 돋구고 생활이 점점 곤궁해지면 나랏님 욕은 점점 는다. 레임덕이다. 곧 온다. 김기춘이 청와대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말이다.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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