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이 천하태평이다. 남 일 보듯 구경하고 있다. 유승민이 청와대와 친박의 십자포화를 맞아 사퇴카드를 꺼낼까 말까 해도 여전히 남 일이다. 만약 이대로 유승민이 고꾸라지면 선례가 생긴다. 대통령이 도와주고 친박이 서로 호응하면 당직 하나쯤은 그냥 갈아치울 수 있다는 선례 말이다. 원내대표는 당내 넘버 투다. 넘버 투가 청와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음에도 '절대 너 같은 놈은 안된다'는 그 분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보통 사과를 하고 적당히 타협을 하는 한국정치의 관례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내 넘버 투도 흔들어 뽑아버렸는데 넘버 원은 무사할까. 유승민이 그들의 예정된 시나리오 하에서 날아가고, 김무성 역시 적당한 구실을 대면 충분히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 버티면 친박계 최고위원 총사퇴 카드로 받으면 된다. 당청회의 무기한 연기, 대통령 탈당 등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써서 협박하면 된다. 김무성이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비박계도 친박계에 호응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 김무성이 벼랑 끝에 선 유승민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승민 역시 김무성을 돕지 않을 것이며 당은 친박과 충실한 심복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상현이 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그가 직접 손을 댔다면 그림은 더욱 크게 그렸을 것이다. 재갈을 물리려고 할지도 모른다.
국회법 갈등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위헌을 저지르고 있다. 헌법 하에서 입법권은 국회가 가지고 있다. 흔히 예전부터 '법위에 시행령'이라하여 상위법을 무시한 시행령이 문제가 됐었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음에도 행정부가 월권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는 군사정권 하에서 생긴 유물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독재의 유산이다. 정부는 단순히 법령제출권 만을 갖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법령에 대해서는 그 법령을 기초로 해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헌데 과거 정권에서 어떻게 했는가. 관료들이 법령을 만들고 거수기 의원들을 이용해 통과시킨다. 일부 손질된 부분은 시행령으로 원위치 시켜 버린다. 결국 정부가 사실상 입법권과 행정권을 쥐게 된 셈이다. 이 못된 관습이 오래 지속된 것은 거수기 의원들을 뽑아주는 지역구 주민들의 탓도 크다. 선거 때마다 사람 됨됨이 보다 정당 됨됨이를 따지는 풍토 탓이다. 공천을 받아야 당선이 되니 공천을 받으려고 별별 일이 다 있다. 결국 국민의 지지가 있는 대통령은 행정권과 거수기 의원들, 또 시행령 관행으로 인해 사실상 행정독재를 하는 셈이다. 행정독재를 몇년 더 해야 하는데 국회법 개정안으로 방해를 하니 얼마나 괘씸하겠는가. 유승민은 결국 이렇게 버림받았다. 입법 민주주의를 지켜보려 노력했으나 결국 거수기들에 의해 매만 맞게 된 셈이다.
대의는 입법 민주주의의 수호다. 중의는 정당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것이다. 소의는 김무성 스스로 살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김무성이 앞으로 당연히 청와대에 맞서야 하는 이유는 이렇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무시되어온 입법부의 정당한 권리를 행정부에게서 받아내는 것이 대중에 드러내야할 이유다. 그로 인해 정부와 친박의 포화에 갇힌 유승민을 당연히 정당의 정당한 권리라는 측면에서 구해내야 한다. 유승민을 구해내고 친박계의 반발이 극명할 때는 분당도 불사하면서 자기 자리 즉 당대표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김무성이 강단이 있고 큰 정치인임은 분명하나 때론 아둔한 면이 있다. 대통령이 자기를 대선 때도 지지해줄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누구던가. 현대사의 온갖 굴곡진 삶을 온몸으로 견뎠다. 정치 구단도 울고갈 정치 구렁이다. 한번 눈밖에 나간 사람은 다시 거두지 않는다. 유승민도 비슷한 경우다. 이유는 차후에 결과가 나오면 밝히는 걸로 하고 단언컨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은 절대 김무성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뭔가 해줄 것처럼 하는 것은 밀당이다. 김무성은 어장관리다. 힘이 있고 대의가 충분히 갖춰졌을 때 독립해야 한다.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다.
최악이자 최선의 상황인 친박 집단탈당 사태가 벌어지면 한발 한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김무성이 그려야할 그림은 단순히 비박연합이 아니라 범중도연합이다. 그 합집합에는 친이와 쇄신세력을 포함한 비박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며, 하나 더 새정치연합 탈당세력을 잡아야 한다. 새정치연합도 친노의 독재적 운영으로 말이 많다. 서로 의견을 섞고 교집합을 찾아가기에 지금은 여나 야나 딱 좋은 타이밍이다. 민주계열도 공화계열도 아닌 힘있는 제3정치세력, 앞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도 해내지 못하고, 김종필의 자민련과 그 후신은 자유선진당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할 타이밍이다. 제3정치세력이 등장해서 안착을 하면 공은 그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은 김무성의 덕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총선이 일년여 남았다. 친노에 지친 호남사람들이 선택할 당, 친박에 지친 영남사람들이 선택할 당, 그 당이 김무성이 리더로 있는 제3정치세력이라면, 그리고 그 당이 내년 총선에서 상당한 선전을 한다면, 당연히 내후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통령의 지지 따위는 필요없이 선거 레이스를 앞서갈 수 있다. 김무성이 온전히 천하를 삼분하면 김영삼도 될 수 있다. 박근혜 다음도 될 수 있다. 호남이면서 영남인 당을 만들면 중도세력을 규합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구 500만의 부산이 낳은 부산사나이다. 무엇이 겁나겠는가. 부산사나이인데. /납삽
이 글을 쓴지 이틀 후에 실린 조선일보 칼럼, 제목만 다를뿐 논조는 엇비슷하니 후덜덜 아니할 수 없다, 천하삼분지계는 빠졌다, 내용은 저작권 보호, /납삽
#에필로그 #1/ 글을 올린지 일주일여 지났다. 김무성으로써는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이제 곧 박 대통령이 유승민을 용서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이 좋지 않다. 입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인식하고 있다. 눈엣가시인 국회법이야 어짜피 마무리됐다. 남은 것은 수일내에 재신임 형식을 취하면 그 뿐이다. 유승민은 이미 때릴대로 때렸으니 더 눈 밖에 나지는 않겠다. 이제 김무성이 할일은 여덟마리의 용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에필로그 #2/ 예상이 완전이 깨졌다. 당이 쪼개질 정도로 큰 사단 후에 쫓아내는 것이 하수, 적절한 구실과 절차로 그만두게 하는 것이 중수, 용서하는 척하며 내버려두돼 차후에 일을 도모하고 정리자의 인상을 주는 것이 상수라 여겼는데, 중수를 택했다. 만약 이 결정이 김무성의 리드체제를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면 잘둔 수다. 훌륭한 수다. 유승민이 이미 대선주자급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동정표도 많이 받고 있다. 정말이지 대통령은 오로지 안정적 국정 외에는 관심이 없구나하는 것을 여실이 보여준 하루였다, /납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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