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구걸이 시작됐다. 정부가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창조경제의 첫발을 띠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옛 제일모직 터에 대구시와 대구혁신센터, 삼성님이 힘을 합쳐 창조경제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했다. 창업보육센터, 소호사무실, 예술창작센터 등 시설이 들어서며 이 곳에 자리하는 창업초기 기업들은 황송스럽게도 삼성님의 멘토링을 받는다한다. 쓸만한 아이템은 삼성님께서 직접 지분투자나 기술구매를 하신다한다. 이런 센터를 전국에 17곳이나 더 만든다한다. 각 지역에 소재한 현대자동차님, 한화님, LG님들이 가련한 백성들을 창조경제라는 요술로 구재해주신단다. 정부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정책마저도 재벌에게 구걸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굴뚝산업에 정부 원조와 비호로 성장한 재벌기업들에게 창조경제를 구걸하는 정부도 창피하다. 항상 이런 식이다. 이러니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의 삶이 거기서 거기인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접근법이 조금 다를 것으로 생각했었다. 오산이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우리는 일전에 창업보육센터라는 것을 봐왔다. 각 대학에 흩어져 있는 창업보육센터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결시켜 정부가 때려죽인 대기업들의 일자리를 보충하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지금 경제현실이 어려운 것은 갑론을박이 많겠지만 김대중정부의 'IMF 엑소더스'가 가장 크다고 본다. 구제금융을 받았고 아무리 IMF의 권고안이라 치더라도 너무 많이 개방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싸그리 뭉개버렸다. 대우같은 대기업들을 때려죽이면서 자연스레 청년들이 갈 일자리가 줄었다.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기업들을 정리정돈해서 토종기업 한개만 남기고 다 외국에 팔아버렸다. 국민들 장롱 속에 금덩이도 내다 팔더니 기업도 내다 팔아버린 셈이다. 한 개의 기업이 자생적으로 생겨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구조에서 너무 한 선택이었다. 그 여파로 작금의 청년들은 대부분 '공시족'이나 '비정규직'이 돼 버렸다. 안타까운 'DJ 키즈'들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은 그 발상이 전형적인 공무원마인드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국가수반이 어떠한 정책목표를 제시하면 그것을 만들어낼 궁리를 하는데, 공무원 조직은 일단 무언가, 즉 유형의 어떠한 것을 만들어내려한다. 예산을 퍼부었는데 유형의 성과가 없으면 국정조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조금 진일보한 것은 '거점시설 만들기' 형태의 공무원 마인드가 '대기업에 구걸하기'로 조금 확장된 것 밖에 없다. 하긴 공무원 출신의 경제부총리 역시 나라살림은 아랑곳않고 '돈푸세'에 빠져 있으니 누구를 뭐라하기 참 애매하다. 그런 정부와 국회를 바라만 봐야 하는 국민들이 불쌍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힘을 쥐어준 것 역시 국민이다. 사실 국민은 정부나 국회를 욕할 자격 조차도 없다.
욕을 한바탕 퍼부어줬으니 이제 해답을 써줘야겠다. 창조경제의 가장 큰 주안점은 하나의 기술이 태어나서 자생적으로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스스로 자라날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을 조성하는데 있다. 특허출원에 대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출원비용을 제로로 해주면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다. 국선변호인처럼 국선변리사 제도를 만들면 필자 같은 무지깽이도 장롱 속에 특허 몇개쯤 갖고 있는 사람이 될 게다. 비용은 오히려 문제가 안된다.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것은 직접지원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비즈니스모델 같은 무형의 아이디어도 특허출원을 더 용이하게 해야 한다. 기술보호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 고유기술을 무상으로 배껴다 쓰는 것이 형사범죄가 되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풍토를 바로 해야 한다. 변리사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변리사들이 직접 벤처앤젤이 돼 유망기술을 사업화하는 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지원해줘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깨야할 것은 공무원 마인드다. 문서주의, 보신주의, 안전주의를 생명으로 하는 공무원 마인드로는 절대 창조적 토양을 만들 수 없다. 그를 위해 공무원 조직도 점차 기업처럼 성과제 조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어떤가 조심스레 덧붙여 써본다. /납삽
'Co-Culter Club > 빈정거리는 시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이노믹스와 호들갑언론 (0) | 2014.09.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