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와 호들갑언론
초이노믹스 펌프질이 시작됐다.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모 종합편성채널은 프론트에 몇 가지 뉴스를 섞어 보도하면서 초이노믹스에 대해 극찬을 이어갔다. 해당 채널이 근거로 든 경기회복에 대한 조짐은 △불경기 임에도 불구하고 추석을 쇠려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는 점 △인천공항 출국장에 하루에만 12만명이 여행을 떠났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교묘한 '뉴스 묶어쓰기'를 보여줬다. 일전에도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앞다퉈 보도했다. 초이노믹스가 제대로 발효도 안된 시점에서 그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일종의 '호들갑'이다. 반면 연휴가 끝나고 담배세와 지방세가 대폭 오를 것이라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며 국민들을 걱정하는 '척'을 했다.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국민이 주는 언론밥을 먹고 있는 그들이 참 한심하다. 초이노믹스를 시작부터 패대기 치는 것은 옳지는 않으나 적어도 중립적으로 문제점은 보완하면서 가야 하는데, 이미 너무 앞서갔다. 보수언론들이 너무 앞서가는 나머지 국민들이 이상한 망상에 빠질 위기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 말이다.
우선 초이노믹스의 위험한 점은 실물경제 미치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최경환이 경제팀의 바통을 이어받으며 기업이 곳간에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사내유보금을 풀어 투자를 하라는 소리다. 기업이 돈을 쌓아놓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장래에 있을 지 모를 위기를 감안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전에 샐러리맨 신화 웅진과 STX가 부도라는 벼락을 맞았다. 무리한 M&A가 부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그 본질에는 M&A를 감당할 자금력이 부족했던 점이 컸다. 기업이 위기를 감지하면, 특히 몇몇 대기업이 부도를 맞은 상황이라면 돈을 쌓아두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 이유로는 투자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이다.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선택은 장래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에서 기인한다. 저점이라는 인식이 시장 곳곳에서 팽배하면 기업은 앞다퉈 설비를 늘리고 인력을 충원해 호황기에 있을 생산수요를 맞출 준비를 한다. 초이노믹스로 경제가 좋아진다면 굳이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자연스럽게 돈을 풀게 된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고용률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반기 국내 기업들은 고용계획은 예년과 같이 그저 적당한 수준의 생색내기가 끝이다. 차라리 기업에게 고용을 졸라대는 MB때보다도 못하다. MB가 경제대통령이긴 했나 보다.
초이노믹스의 더 큰 위험요인은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인한 통화인플레이션의 발생, 그로 인한 자산인플레로의 전환, 그리고 실물경제가 받춰주지 않는 상황에서 막대한 인플레 즉 버블의 발생, 그리고 자산가치의 일순간의 붕괴다. 자산가치 붕괴의 조짐을 볼 수 있는 것은 초이노믹스가 대담하게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에 있다. 이미 가계부채가 매달 기록경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풀리면 부채는 더더욱 늘어난다. 거주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시장은 반드시 투기수요를 동반하게 돼 있다. 언론에서 막연한 낙관론에 대한 펌프질을 하는 상황에서 투기수요가 사상 유례없이 늘어난다면 중산층의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 고용에 대한 안정성이 앞으로 나아질 가망이 없는 상황에서 빚을 늘려 주택을 구입하면 자칫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 그 파급력은 시중은행에 타격이 오겠지만, 제2금융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제2금융권이 붕괴하기 시작하면 이미 국가적인 부도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몇몇 지방은행들과 저축은행들이 현재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역풍은 더더욱 커진다. 고로 초이노믹스 자체는 엄청난 위험요인을 잠재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초이노믹스라는 것은 그 자체가 너무도 엄청나게 큰 면류관이다. 국가정상에게나 어울리는 노믹스라는 단어를 붙여서 마치 그가 한국경제의 홍길동이나 된 것처럼 떠드는데 실속이 없다. 초이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아니 근혜노믹스 2탄이 성공하려면 일단 거짓말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지방세나 담배세의 목적이 무엇인가. 지난 선거에서 공약한 노인 70%에 월 2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세수 확보를 위한 포장된 카드에 지나지 않다. 지자체가 재정이 어렵다며 국세를 나눠달라 했는데 국세는 확장재정에 써야하니 세금을 더 거둬 지방재정을 채워주는 꼴이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불편한 경제다. 초이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생산자가 시장에 내놓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도록 해서 소비증가를 유도해야 한다. 상품가격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벌들에게 좀 나눠먹자고 설득해야 한다. 재벌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워서 가격경쟁을 하게끔 법과 제도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일전에 아이돌 가수가 비명횡사 했다. 누리꾼들은 그들이 탔던 차에 대해 '흉기차'라며 쓴맛을 다셨다. 너무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어떤 네티즌은 '삼성과 현대가 망해서 망하는 나라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고 촌철을 날린 적도 있다. 월급쟁이 유리지갑 털기, 서민 호주머니 털기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일각에서는 그러면 그들이 해외로 본사를 옮기면 어쩌냐 하고 걱정한다. 어짜피 현대자동차는 대한민국 사람들한테 '흉기차' 팔아서 먹고 산다. 삼성전자도 막대한 보조금으로 2년마다 갤럭시폰으로 뽑아먹고 있지 않은가. 웃긴 것은 최첨단 스마폰이라고 자랑하는데, 2년도 안돼 슬슬 고장난다. 이게 현실이고 이게 팩트다. 결국 그네들은 한국 내수시장에서 버티고 있지 못하고 해외 나가면 어짜피 망하는 회사다. 그러니 걱정 안해도 된다. 초이노믹스가 잘 되려면 홍길동이 돼야 한다. 방망이를 들고 대감네들을 두들겨 같이 나눠먹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답 없다. 초이노믹스가 여는 한주가 블랙먼데이가 될 수도 있다. /납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