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을 떠올리며
1968년 작고한 고 김수영 시인은 본인이 좌익의 펜이 아니라고, 그것은 모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어렴풋이 기억된다,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조엔 바이즈 였고, 시대의 영창이었던 양희은 선생은 자고 일어나니 좌빨의 기수가 됐다며 씁쓸해 했다, 단지 노래를 했을 뿐이다,
예전에 온라인에 이런 시를 써서 올린 적이 있었다, 나를 아는 몇 안되는 사람들이 보면, 이걸 대체, 니가 쓴 것이냐며 웃겠지만,
그들이 아는 나는 내가 아는 나보다 못하고, 또한 내가 아는 나도 내가 아는 나보다 못하다, 좌빨블로그 인증이 되는 셈인가,
제목은 모르겠다, 지금 읽어보니 스테인백의 '분노의 포도'를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글이 변했나, 사람이 변했나, 세상이 변했나,
예정에 없던 이직이 있어서, 일년에 몇일 연이서 쉬는거 몇번 안되는데 제대로 못 쉬었다, 것보다 제목 얼탈까가 더 걱정이다, /납삽
그것은 학살이었다.
마천루처럼 올라설 자리에
그 작은 망루 지킨다는 것은
서슬 퍼렇게 설치는 용역깡패 앞에
숨죽이며 쫓겨 다니는
힘없는 자의 마지막 출구였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폐허가
된 거리 위에
겨울 칼바람 막고선
비좁은
망루,
생존을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거처가 되었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아궁이 불 떼듯
불을 지펴대며 불태우고
건물을 파괴하는 그들 앞에
우리의 살 길을 마련해달랬다.
목숨을 내놓았다. 그 불길
앞에
그것은 학살이었다.
생존권을 지켜선 그 자리에
새벽길 컨테이너박스로 밀어 치고
물을
쏟아대며 테러를 진압한다고
한 사람, 한 사람 개처럼 잡아 끌고
갔다.
그것은 공포였다,
충격이었다.
처참한 시신을 보라.
한 맺힌 절규를 보라.
그 어느 것 밝히지 않는다.
그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인가?
이 땅에서 가난한 잘못밖에 없다.
무슨 죄를 졌다는 말인가?
이 땅에서 가난한 죄밖에 없다.
가지지 못한 잘못과 죄밖에 없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머리를 군화발로 짓밟고
곤봉으로 머리와 어깨를 패며
차디찬 겨울 물벼락에
두 눈은 동공이 풀려버렸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공포였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투항하라고 짓밟아댄다.
밑으로, 밑으로
떨어졌다.
물길 위에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무너져 내리는 망루, 공포에 떠는 우릴 두고
민중의 지팡이는 도망쳐버렸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시간도 멈춰선 그 순간에
불길 속에 처참히 뒤틀려
형태도 모르게 타죽었다.
그것은 학살이었다.
급박한 상황이어서 몇명인지 기억은 못하지만 쓰러진 나를 경찰들이 군홧발로 짓밟았다. 천씨가 옥상에서 거적에 싸인 채 바닥에 방치돼 있었고 화재 진압을 위해 올라온 소방관들에게 ‘살려달라’고 가까스로 외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망루가 기우는 상황에서 경찰특공대가 안으로 진입해 앞에 있던 남자의 머리를 발로 밟았고 나 역시 맞았다.
‘저기 우리 아저씨하고 아들이 있다’고 실신하셨던 (제가 자주 갈비탕 먹었던) 한강갈비아줌마, 지금 의식불명으로 누워계신 (저한테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미소년 같았던) 레아호프집 젊은 사장님, 목숨은 건지셨으나 실신해서 실려가신 낙지덮밥집 사장님, 전혀 투쟁하실 것 같이 안 생기셨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투쟁에 나섰던 금은방 사장님 등 처음에는 진짜 순진했던 동네분들이 이제 싸늘한 주검과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이 분들이 말도 안 되게, 평균
수백억대의 땅값을 받은 집주인들처럼, 권리금처럼 억대를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보상가 책정과 재개발 기간 중에 장사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마련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른다. 스테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감기 걸린 아이에게 건네준 담요의 의미를, 이것은 어머니께서 쓰시던 담요요. 갖고 가 아기를 덮어 주리는 그 평범한 이야기를....
이것이 시작이다. ‘나’에서
‘우리’로 변하는 것이. ..... 소유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나’속에
고착시켜 ‘우리’로부터 영원히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이
단절이 바로 개발이다.
힘없는 세입자들에게 손길을 주었다고 좌익이고 용공인가? 여지껏 정부와 경찰은 어떻게 철거민을 대해 왔는가? 대책도 없이 살던 주민들을 보상도 없이 쫓아내고 감옥 보내고 죽게
하지 않았는가? 사람을 죽이고 감옥 보내는 것이 개발이란 말인가? 그 누구를 위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