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포스트에서 언급했듯 결국 안철수는 대선후보에서 철수하는 용단을 내렸다. 대선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필자는 안철수의 아름다운 퇴장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대선전이 가열되면서 이미 욕심이 너무 커져버렸기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다시 그는 페이스메이커의 길을 선택했다. 무엇이 그를 그런 선택의 길로 이끌었을까. 애초 필자는 안철수가 일반인이 한번도 하기 힘든 것을 세번이나 이룬 사람이기에 그 명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의사에서 IT사업가로, 다시 학자에 국민맨토로,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히 위인전이 나올만한 인물이기에, 더러운 정치에 몸을 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가 쌓아놓은 것들을 모두 붕괴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약간의 꺼림직함이 남아있다. 왜 그가 그런 결단을 감행했을까.
첫째는 여론이고 둘째는 실리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국민들의 지루함이 큰 작용을 했겠다. 그리고 단일화 과정이 국민들에게 이권싸움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책망이 컸을 것이다. 쉽게 양보하지 않는 민주당에게 카드와 카드를 던졌지만 그들은 냉담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파열음이 나오면서 국민들은 그도 어쩔 수 없는 욕심많은 인간이었구나 하는 실망을 했을수도 있다. 그런 모든 모습에서 스스로가 늘 주창한 새로운 정치, 새로운 미래는 물건너갔구나 하는 판단일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실리다. 설사 야권단일화를 이뤄 박근혜를 이기고 대통령이 된들 국회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소속의원 1명 뿐인 집권여당이 국정에서 제대로 힘을 쓰겠는가. 여론이 아무리 지지를 한들 국회 없이 국정은 요원하다. 그래서 차라리 친노에게 힘을 실어 주고 뒤로 빠졌을수도 있다. 허나 이번 결단에서 필자는 안철수의 화룡점정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야권단일화와 정치개혁은 국민적 열망이었다. 그는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참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호감은 청룡열차를 타고 우주로 내리 뻗을 것이다. 백의종군을 택했지만 그가 과연 정치에서 영원히 백의종군을 할 것인가. 필자가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안철수는 언론이 만들었다. 언론이 안철수를 잉태했고 대선후보로 까지 나오게 했다. 인구에 회자된다는 것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소리다. 스스로에게는 욕심이 조금이라도 생길만하다. 그러나 아직 정치신인인 안철수가 대통령이라는 큰 자리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차기 정부에서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총리의 자리는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안철수가 총리의 자리에 올라 국정을 수행하고 각종 요직을 겸하면 그의 행정가적 경험이 커리어에 추가되는 것이다. 또 성실히 꽤나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대통령도 충분히 하겠구나 하는 국민적 안심을 얻을 것이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는 다음부터다.
국민적 열망을 위해 스스로의 욕심을 포기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을 가도 이루기 어려운 일들을 세네번이나 이룬 사람, 총리 등 국정요직에서도 능력을 발휘한 사람, 그런 사람을 정치인들이 가만히 둘리 없다. 분명 안철수를 중심으로 제3신당이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서도 안철수를 비호감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중도성향의 신당이 창당하고 국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게 되고, 정치인으로써 그동안에 보여줬던 모습대로 국민들에게 신망을 얻는다면 민주주의에서 가장 무서운 정치적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 바로 '추대'다. 집권의 여러 방도 중에서 쿠테타도 있고 선거도 있지만, 추대는 그 모든 정치적 셈법을 망각하게 한다. 집단이 전체주의로 빠지는 것이다. 경쟁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없다. 부산 출신으로 지역적 이점도 있고, 대의를 중시하는 대인배적 풍채에 전국민적 신망이 그에게 쏠린다.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안철수 같은 깨끗하고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야 된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은 여론이 되고 씹기 좋아하는 어느 언론이나 정치인도 감히 안철수를 욕할 수 없게 된다. 안철수를 욕하는 자는 욕먹을 짓을 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황이 전개되다보면 추대로 간다. 추대는 반대여론을 형성할 수 없게 만든다. 무서운 것이다. 안철수가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면 그는 정치신인이 아니라 이미 정치구단이다.
안철수가 대권을 포기했다. 시일이 많이 늦었지만 예상했던 바였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그의 화룡점정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림자가 넓은 나무를 찾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이 그를 가만히 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회에 무언가를 해보려는 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대선과 함께 있는 보궐선거에서 안철수가 지분을 요구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멀리 보고 높이 뛰는 자다. 상황이 재미있어졌다. 늦었지만 환영의 박수를 보낸다. 그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찬사를 보낼 생각이다. 안철수가 철수했다. 그러나 이름처럼 철수를 안한 것일 수도 있다. 대선은 밋밋해졌지만 정치는 재미있어졌다. 안철수의 걸음 걸음이 향후 더 기대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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